대기업이 운영하는 ‘화담숲’ 장애인 주차장 엉망
대기업이 운영하는 ‘화담숲’ 장애인 주차장 엉망
  • 서인환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9.10.28 14:5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보이기식 전시효과로 전락한 장애인 주차장은 장애인을 모욕하는 시설이다"
곤지암 화담숲의 장애인 주차장 : 출입구에서 너무나 멀고 바닥은 잔디블록으로 평탄하지 못하고 장애인 하차장 역시 경사진 곳에 있어 이용할 수가 없다. ⓒ 소셜포커스 

여주 지역 장애인들이 곤지암의 화담숲을 찾았다. 그 일행 중 한 사람은 지난번에도 화담숲을 찾아왔다가 장애인 주차장이 출입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시정을 요구한 바가 있었다. 전화로 시정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어 이번에 얼마나 시정이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장애인 주차장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따라 차를 몰고 가니 산언덕 위의 산책길 가장 안쪽의 자리에 장애인 주차장이 있었다. 오히려 지난번보다 건물의 출입구에서 더 멀리 주차장이 옮겨진 것이다. 그리고 구석진 곳에 있어 장애인이 주차를 하고 내리기에는 불편하다고 생각하였던지 먼저 하차를 하고 주차를 하도록 주차장 입구에 하차장 표지를 설치하여 놓았다.

산 중턱에 장애인 주차장이 있으니 어떻게 산 아래 건물로 이동할지 걱정은 되었지만 일단 내릴 수밖에 없었다. 좋은 날씨이니 경사만 완만하다면 휠체어를 굴려가며 산책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내려가면 되겠지 생각했다.

장애인이 직접 운전을 하여 왔다면 하차를 하고 주차를 후에 할 수가 없다. 그러니 하차장은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라고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주차장 전체는 잔디블록으로 울퉁불퉁한 바닥면을 이루고 있었다.

주차장의 구조와 재질에 대하여는 편의증진법 시행규칙 별표1에 제시되어 있는데, 주출입구 가까이에 설치할 것, 3미터 곱하기 5미터의 크기로 할 것, 미끄럽지 않은 재질로 할 것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울퉁불퉁하니 미끄럽지 않은 재질은 분명하다. 법에 평탄해야 한다는 말은 없으니 법을 어긴 것도 아니다. 그리고 주출입구 가까이라는 말은 얼마나 가까워야 한다는 정확한 표현은 없으니 애매한 규정이다.

일단 차에서 휠체어를 내리니 휠체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무리 힘을 주어도 휠체어가 바닥의 홈에 박혀서 움직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휠체어를 차에 다시 싣고 건물의 주출입구로 갔다.

주출입구에는 장애인 하차장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다. 나름 장애인을 고려하여 출입구 가까이에 하차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장애인을 싣고 온 경우라면 장애인을 내려주고 기다리도록 한 다음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다시 장애인을 홀로 기다리게 한 곳으로 찾아와야 한다.

장애인이 혼자 있는 것이 걱정이 된다면 경사진 언덕 아래로 빨리 오려고 계단을 뛰어 내려와야 할 것이고, 안전하게 온다면 장애인은 한참을 방치된 상태에서 불안해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다음은 장애인이 직접 운전을 하고 방문한 경우이다. 하차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장애인이 하차를 하고 비장애인에게 주차를 부탁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그렇다면 장애인이 하차를 하면 주차는 누가 하는지 의문이다. 하차를 하면 주차를 하지 못하고, 주차를 하면 하차를 하지 못하니 계속 하차장과 주차장을 왔다갔다만 하라는 말인가?

장애인을 태우고 와서 하차를 한다면 이 하차장은 편리할까? 그렇지가 않다. 하차장은 경사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휠체어가 굴러 떨어지거나 장애인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 주출입구에 장애인 주차장을 만들지 않았는지를 관계자에게 항의했다. 그러자 주출입구는 관광객들의 대형버스를 주차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하였다. 그 대신 하차장도 만들고, 주차장도 만들었다고 했다.

장애인이 실제로 사용할 수 없는 시설로 만들었다고 하자, 공사를 자신이 한 것은 아니고 자신은 시설을 맡은 직원이 아니라 방문객 응대를 맡은 직원이니 뭐라 답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이 넓은 화담숲 공간에 주출입구 가까이 장애인 주차장을 만들 공간이 없었을까? 장애인을 멀리 숨기고 싶지는 않았을까? 등산로 입구에서 장애인 주차장을 보거나 하차장을 보게 되면 사람들은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잘 한 시설로 생각하고 대기업에 대하여 찬사를 보낼 것이다. 즉 장애인 시설은 홍보하고 장애인은 숨기고자 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사용 가능성이나 안전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시설물은 장애인들로부터 외면을 받아 오지 말라는 소리인 것이다. 대기업의 자세나 태도가 이 정도이니 지역사회에서의 소규모 시설주들에게 장애인 편의시설을 요구하기란 너무나 어려운 환경이다.

화담숲의 좋은 자연 환경 속에 숨어 있는 대기업의 얄팍한 상술이 들여다보인다. 장애인에 대한 몰이해와 통합을 저해하고 거부하는 매우 나쁜 사회 환경이다. 장애 감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전시적 시설물로서의 장애인에 대한 모욕적 태도가 공존하는 곳이 화담숲이다.

일부 장애인들은 화담숲 직원에게 항의를 하고, 일부 장애인들은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물거나 눈물을 글썽이며 화담숲을 떠나 되돌아와야 했다. 모처럼의 맑은 하늘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가을의 아름다운 숲을 보기를 원했던 장애인들은 차별의 장벽에 가로막혀 쫓기듯 집으로 돌아갔다. 너무나 분하고 아픈 상처에 가족 몰래 신음해야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전*칠 2019-10-29 12:47:00
함께사는 세상이 좋은 나라입니다 속히 시정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