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리협약 정부 보고서... 장애계의 냉소적 시선ㆍ비판의 목소리 높아 ①
장애인권리협약 정부 보고서... 장애계의 냉소적 시선ㆍ비판의 목소리 높아 ①
  • 류기용 기자
  • 승인 2019.10.30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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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여의도에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민간보고서 공청회 개최
UN CRPD NGO연대 고문단 10여명 위촉
지난 6월 UN에 제출한 장애인권리협약 통합보고서에 대한 다양한 문제지적
NGO연대 "정부 보고서... 현실과 많이 달라"
UN CRPD NGO연대는 28일 서울 여의도 소재 이룸센터에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민간보고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장애계 다양한 이슈를 국제적 관점에서 평가하고 공론화하는 소통의 자리가 마련됐다.

UN CRPD(유엔 장애인권리협약) NGO연대(이하 NGO연대)는 28일 서울 여의도 소재 이룸센터에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민간보고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청회는 NGO연대가 작성한 장애인권리협약 민간보고서 초안을 공유하고 장애계와 학계, 법률가 그룹 등 종합적인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를 위해 NGO연대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 한국보고 담당 몬티안 분탄 위원을 초청하여 정부의 1차 최종견해 이행 여부를 전달하고, 민간보고서 완성 과정을 소개했다.

또 NGO연대의 민간보고서 초안 작성 공유를 통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제출된 정부의 제2,3차 병합 국가보고서의 문제점을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조명하고, 새로운 장애이슈를 수렴하여 대안을 마련하는 다양한 복지정책을 제시했다.

황광식 회장
황광식 회장

이날 행사에는 국회 오제세 의원을 비롯하여 국가인권위원회 정문자 상임위원 등 국가기관 단체장들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김광환 상임대표, 한국장애인연맹(이하 DPI) 황광식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손영호 회장,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이권희 대표 등 장애인 단체 지도자 및 장애인당사자 등 300여명이 참석하여 뜨거운 열기속에 진행됐다.

개회식에서 DPI 황광식 회장은 “UN 권리협약은 지난 2006년도 192개국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국제권리조약으로 우리나라도 지난 2008년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선택의정서를 비준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장애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회적 배제와 차별을 받지 않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담아 정부를 비판하고 견재하는 연대의 역할을 감당해 나가길 바란다”며 향후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UN CRPD 고문단으로 위촉된 오제세 의원에게 장총련 김광환 상임대표가 위촉패를 수여했다. ⓒ 소셜포커스

이날 공청회에 앞서 개회식에서는 NGO연대의 고문을 위촉하는 특별한 행사도 진행됐다. 고문단은 국회위원 10명을 선정했으며 위촉장은 국회의원 대표로 오제세 의원이 받았다.

고문단으로 위촉된 오제세 의원은 “장애인등급제가 폐지됐지만 진짜 폐지는 아니라는 장애인 단체의 목소리에 마음이 뜨끔했다”면서 “앞으로 장애인당사자의 목소리를 보건복지상임위원회에 전달하여 장애인의 권리보장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UN CRPD NGO연대에 참여중인 장애인 단체 대표들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민간보고서 공청회’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소셜포커스

개회식에 이어 본격적인 공청회가 시작됐다. 공청회는 김소영 간사가 NGO연대 활동보고와 향후 활동계획을 발표했다. 또 지난 6월 정부에서 UN에 제출한 2,3차 통합 보고서에 대한 장애인 단체들의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졌다.

NGO연대를 대표해서 마이크를 잡은 장애인 단체 대표들은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의 시설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지원 방안 ▲장애아동과 장애여성에 대한 정책 부재 ▲장애 관점을 ‘의료적 관점’에서 ‘사회, 환경적 관점’으로 패러다임 전환 등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을 솔직하게 전달했다.

특히 장애계 주요 이슈 중에서 ▲CRPD 당사국의 일반의무와 장애인당사자의 건강권 ▲장애아동의 권리와 장애인당사자의 통합교육 및 소득보장을 포괄한 접근 권리 ▲장애분리통계의 필요성과 장애인식개선을 통한 장애인 고용 환경 보장 강화 ▲정신적 장애인의 학대 방지를 위한 사법 접근성과 법적 권리 보장 ▲장애여성 등 장애인당사자의 사회 참여와 지역사회에서의 장애인 자립생활 보장 강화 등 유엔장애인권리협약 30여개 조항에 대한 총 90개의 장애 이슈를 선정하여 발표했다.

또한 이날 발표에서 나온 주요 이슈들을 통해 NGO연대는 정부가 UN에 제출한 2,3차 보고서 답변에 대한 냉소적 관점을 뚜렷하게 나타냈다.

UN CRPD NGO연대는 28일 서울 여의도 소재 이룸센터에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민간보고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 “말 뿐인 등급제 폐지, 탈시설 주장에도 장애인거주시설수 급격히 늘어”

첫 발표는 NGO연대 보고서총괄위원회 이문희 위원장이 맡았다. 이 위원장은 장애인권리협약의 목적 및 일반의무, 건강권에 해당하는 장애계 이슈와 권고사항을 제시하며 NGO연대의 전반적인 활동에 대해 소개했다. 특히 최근 장애계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들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문희 위원장
이문희 위원장

먼저 정부의 장애인등급제(이하 등급제) 폐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확인됐다. 정부가 지난 7월부터 맞춤형복지 서비스를 강조하며 시행한 등급제 폐지는 장애등급을 장애정도로 바꾸고 법률적 용어만 변경했을 뿐 기준은 동일하다는 것.

특히 정부의 등급제 폐지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오히려 장애인의 심리적 불안감을 높이고 사각지대를 깊게 만든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NGO연대는 장애에 대한 개념을 법률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와 장애판정기준을 수정할 방안에 대해 권고하는 질의를 담았다.

또한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는 활동지원서버스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등급제 폐지에 따라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이 최대 16.16시간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해당 수급자는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만 65세 이후 활동지원 서비스가 노인요양보험으로 강제 전환되는 등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장애인 탈시설에 대한 정부 보고도 문제로 꼬집었다. 정부는 탈시설을 통한 장애인 자립을 주장하고 있지만 장애인거주시설 수는 2012년 1찬348개에서 2017년 1천517개로 지속적인 증가를 보이고 있다는 것.

결국 정부는 장애인 탈시설을 추진하기 위한 법도, 근거와 로드맵도, 이를 담당할 전담부서나 인력도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문제로 지적받고 있는 장애인 건강권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장애인이 보험 가입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과 비장애인에 비해 의료비가 높음에도 의료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의료기관에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국가에서 주장하는 장애인건강주치의제도는 껍데기 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발제를 마치며 이 위원장은 “정부의 보고서에는 이행한 것처럼 보이는 내용들이 실제 장애인의 삶에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면서 “정부는 등급제 폐지 후 발표한 것과 같이 장애인의 욕구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예산과 지원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장애아동, 접근성, 재난, 이동권, 교육 및 소득보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허점 투성이

두 번째 발제자는 NGO연대 보고서총괄위원회 이용석 부위원장이 나섰다, 이 부위원장은 장애아동, 접근성, 재난상황, 개인 이동성, 의사소통과 정보접근, 교육, 소득보장, 문화체육 등 모두 8개 주제에서 총 25개 이슈를 제기하며 정부의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했다.

이용석 부위원장
이용석 부위원장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그동안 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장애아동에 대한 지적이었다. 장애아동이 학교나 가정에서 당하는 폭력이나 여러 학대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방치하는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다. 또 자폐성 장애에 대한 조기진단의 부재에 따라 표준 검사도구의 필요성과 장애아동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놀이환경이 없음을 설명하고 대안 마련을 주장했다.

이와 함께 장애인 이동 접근성부터 의료적 접근성, 정보접근성 등 다양한 접근성 문제를 도마위에 올렸다. 휠체어 장애인의 13년간 외침에도 시외버스 이동이 한계를 보이고 있고, 전국의 생활시설 중 장애인편의시설 설치 비율은 0.059%에 불과한 문제도 지적됐다.

또한 여객이나 선박 이용시 장애인의 접근이 어려운 점과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키오스크 이용규정 미비를 통한 시각장애인 정보접근성 차별 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경제적 비용 부담 때문에 보조기기를 이용하지 못하는 55%의 장애인, 시각장애인 학생에게 제공되는 점자 규정 미준수에 따른 교육권 문제, 장애인의 교육에 대한 법적 보장 미비, 특수교사 부족과 학교폭력 피해학생 구제절차 부재, 장애인 관관 및 문화접근성 차별 등 장애인 단체에서 제기하고 있는 이슈를 종합적으로 제기하며 국내 장애인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을 낱낱이 고발했다.

이용석 부위원장은 “장애인이 생활현장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보고서에 제기되지 못한 이슈들에 대해서는 연대 단체들의 의견을 추가적으로 수렴하여 충분히 다루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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