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당사자 생생한 목소리 "장애인이 직접 선택할 권리 마련하라"
장애인당사자 생생한 목소리 "장애인이 직접 선택할 권리 마련하라"
  • 류기용 기자
  • 승인 2019.11.14 13: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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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체장애인협회, 13일 국회에서 '2019 장애인정책 컨퍼런스' 개최
장애인 복지 발전과정 고찰... "장애인당사자가 선택할 권리 주장"
장애인 고용, 연금, 여성장애인 등에 장애인당사자 목소리 생생하게 전해
한국지체장애인협회와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2019 장애인정책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장애인복지 정책을 당사자가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중앙회장 김광환,이하 지장협)와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2019 장애인정책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장애인복지법에 기반한 장애인 고용과 이동권, 연금 제도, 여성장애인 문제 등 국내 장애인 복지정책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살펴보고, 장애인당사자 목소리로 개선방안을 찾아보는 의미있는 자리로 마련됐다.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2019 장애인정책 컨퍼런스에서 인사말을 전하는 김광환 중앙회장의 모습. ⓒ 소셜포커스

여전히 사회적 약자... 그러나 장애인 복지의 전문가 ‘장애인’

한국 장애인 정책은 1988년 서울장애자올림픽을 통해 본격적으로 조명되기 시작했다. 패럴림픽을 계기로 집에 있던 장애인들이 사회로 나오는 계기가 마련됐고, 1986년 창립한 지장협이 결정적인 역할을 감당했다. 이후 30년 동안 국내 장애인 정책은 다양한 법적ㆍ제도적 기반 아래 눈부신 발전 과정을 거쳐왔다.

김종인 원장
김종인 원장

그러나 장애인은 지금도 ‘사회적 약자’로 불린다. 의료적 기준에 따라 15가지 분류로 나뉘어 정부의 짜여진 예산안에서 일정 수준의 서비스를 적당히 제공받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환자, 정상화 시킬 대상, 취약계층’에 머물러 있는 시혜의 대상일 뿐이다.

이러한 국내 장애인복지 정책의 발전 과정에 대해 나사렛대학교 재활복지대학원 김종인 원장은 ‘장애인 당사자를 기반으로 한 장애인 정책의 개선’을 주장했다.

장애 발생 패러다임 변화와 복지국가 대한민국에 부응하는 장애인 복지정책의 개혁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김 원장은 지장협에서 30년 전에 부르짖던 ‘장애인당사자 주의’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종인 원장은 “장애인을 서비스 제공이나 재활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장애학적으로 접근하여 당사자 중심의 정책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면서 “장애인에게 소비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고 안정적인 자립 생활 지원을 위해 고용 중심 복지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개인예산제 추진 “장애인에게 선택권을 제공하자”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 장애인 개인예산제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됐다. 장애인 당사자에게 일정한 현금을 지급하여 자신의 욕구에 따라 복지서비스를 선택하는 개별 유연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주장하는 목소리였다. 실제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등에서 장애인 개인예산제를 시행하여 장애인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사회적 참여를 높이는 효과를 나타냈다.

곽상구 관장
곽상구 관장

그러나 그동안 국내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거세게 나타났다. 사회서비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현재 운영구조와 예산의 총량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예산’이었다.

이를 위해 장애인 복지예산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 곽상구 관장은 활동 지원 서비스를 받고있는 대상자부터 정부 주도적으로 시범 사업을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만 6~65세 이상 등록장애인 중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는 대상자 중에서 서비스 지원종합조사 점수 42점(15구간) 이상의 장애인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운영하자며 구체적인 대상을 지목했다.

이를 위해 별도의 욕구사정 지표를 개발하거나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표를 수정, 보완하고 활동 지원 급여액의 일정 비율을 차감하여 현금으로 지급하는 적용 방식을 설명했다.

예를 들면 월 100만원의 활동 지원 서비스를 받고 있는 대상자가 서비스 지원 대신 현금 지급을 원할 경우, 80%의 비율로 차감하여 현금 80만원으로 지급받는 것을 설명했다. 또 활동보조서비스 50만원을 받고 남은 50만원을 현금으로 원할 경우 4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특히 장애인 당사자는 활동 지원서비스 이용을 기본으로 하되 교육비, 교통비, 보장구구입비, 문화 및 여가 활동비 등 다양한 일상생활과 사회활동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와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2019 장애인정책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장애인 의무고용법은 있지만... 돈으로 떼우는 ‘공공기관과 대기업’

정부는 장애인 고용 활성화를 통한 안정적 자활의 여건을 조성하고자 1991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장애인의무고용’ 제도를 시행했다. 올해를 기준으로 50인 이상의 노동자가 있는 공공기관의 경우 3.4%, 민간기업은 3.1% 이상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홍현근 국장
홍현근 국장

그러나 장애인 고용은 여전히 낙제점이다. 장애인 취업자 비율은 36.9%로 전국민 취업자 비율 61.3%에 절반을 갓 넘긴 수준이다.

또 임금 차이도 심각하다. 전국 근로자 평균 임금이 243만원인 것에 비해 장애인 근로자의 월 평균 소득은 171만원에 불과하다. 충격적인 사실은 최저임금 이하의 근로소득을 받는 장애인을 제외한 대상자의 평균 수치라는 것.

그러나 이런 상황을 감수하더라도 장애인의 취업은 쉽지않다. 특히 대기업과 공공기관이라면 더 그렇다. 직원이 2천900명 수준의 국내 A기업에 경우 5년간 고용부담금으로 납부한 금액이 501억을 넘어섰고, 고용률은 1.7%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국내 최대규모의 장애인 단체인 지장협의 장애인 고용률은 25.4%에 달했다.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지난해 기준 2.14%에 불과했다. 결국 고용 대신 돈으로 떼우고 있는게 현실이다. 공공부문 기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공공기관의 장애인 고용현황은 3.16%에 불과했다.

이러한 돈막음으로 인해 매년 고용부담금은 점점 쌓여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 9천495억 규모로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올해 1조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장애인들의 고용 문제에 대해 당사자들이 대안을 제시했다. 지장협 편의증진부 홍현근 국장은 사회제도 개선과 정부의 노력을 주문했다.

홍현근 국장은 “해외의 사례처럼 장애인 고용을 이행한 기관에만 정부 관련 모든 사업에 입찰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면 대기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장애인 고용을 늘려나가게 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정부의 혁신평가와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에 장애인 의무고용을 넣어 공공부문에서도 고용을 늘리는 방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연금의 지급대상 및 급여액 "인상하라!"

김영근 관장
김영근 관장

정부는 장애로 인해 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생활안정을 위해 장애인연금제도를 마련했다. 근로 능력이 없거나 현저한 소득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에게 매달 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연금은 근로 능력 상실에 따른 소득보존을 위해 최대 30만원까지 지급하는 기초급여와 장애로 인한 추가 지출 비용을 소득에 따라 지급하는 부가급여로 나뉜다.

그런데 이런 제도가 있어도 여전히 중증장애인들의 생활은 불안하기만 하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 김영근 관장은 “장애인연금도 국민연금처럼 모든 장애인에게 장애로 인한 소요 비용과 소득 보전이 가능한 수준으로 대상과 금액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 관장은 “일률적인 연금액 지급보다 중증장애 여부와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지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어려움도 인정했다. 김영근 관장은 “현실적으로 예산 사정상 일시에 수급대상이나 연금액을 확대하기는 곤란하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와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2019 장애인정책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당당한 여성장애인의 삶... "여성장애인기본법 제정 필요"

이날 세미나에서는 여성장애인 문제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도 확인됐다.

이민규 원장
이민규 원장

국내 여성 장애인 수는 전체 장애인의 42.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임신이나 출산, 양육지원, 성폭력 예방 등 부분적인 지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또 여성장애인 지원 정책이나 관련법들이 파편적으로 명시되어 있어 통합적인 지원 체계 근거가 될 지원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를 위해 여성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작구립장애인보호작업장 이민규 원장은 ▲여성장애인기본법 제정을 통한 통합정책 계획수립 ▲여성장애인역량강화지원센터 설치를 통해 사회참여 및 자립기반 마련 ▲특화병원 설치 및 맞춤형 건강서비스 제공 ▲인식개선과 인권 확보 위한 교육 및 홍보활동 강화 등 여성장애인 문제에 대한 개선을 강조했다.

이민규 원장은 “여성 장애인이 가사 및 자녀 양육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추가적인 소득지원제도를 마련하고 임신이나 출산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등 현실적인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고령 여성 장애인에 대한 지원방안이나 공공영역에서 자녀양육지원 서비스 확대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확대해 나가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 끝까지 참여한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장애인 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있는 정책들을 들으면서 장애유형과 성별, 지역 환경 등에 따른 다양한 문제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면서 “컨퍼런스 내용과 지장협 정책자료집에서 제시한 다양한 정책들을 검토하여 앞으로 하나씩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19 장애인정책 컨퍼런스’에 참여한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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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회 2019-11-15 13:46:12
장애인이 원하는 일자리...언젠가는 선택의
폭도 넓어지며,당당하게 선택할 권리를 가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