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관객 접근성... "인식과 태도 개선이 우선"
장애 관객 접근성... "인식과 태도 개선이 우선"
  • 류기용 기자
  • 승인 2019.11.29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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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29일 남산예술센터에서
'극장 접근성과 장애 관객 서비스 개선' 위한 포럼 개최
해외 사례를 통해 장애인식 개선의 중요성 확인
서울문화재단은 29일 남산예술센터에서 '극장 접근성과 장애관객 서비스 개선을 위한 포럼'을 진행했다. ⓒ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결국 태도의 문제입니다. 바라보는 사람의 인식과 태도에 따라 모든 것이 바뀔 수 있습니다”

핀란드 컬쳐포울(The Culture for all)의 요한나 노나 마틸라(Johanna Nonna Mattila) 프로듀서는 장애 관객을 위한 극장 접근성과 서비스 개선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인식과 태도의 변화’를 강조했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접근성이 달라진다는 것.

서울문화재단이 29일 남산예술센터에서 개최한 '장애인의 문화접근성 개선과 무장애 예술 환경, 장벽 없는 극장 조성을 위한 포럼'에서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 극장 접근성 개선...? “인식과 태도 변화”

요한나 노나 마틸라 프로듀서

이날 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마틸라 프로듀서는 ‘접근성은 태도’라고 정의했다. 장애 관객들이 극장에 마음 편히 오지 못하는 문제, 직원에게 물어보기 어려운 분위기, 채용이 어렵고 채용 후에도 창조적인 업무를 맡지 못하는 이유, 안전한 환경을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의 전반적인 이유는 결국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틸라 프로듀서가 강조한 ‘태도’가 변하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놀라웠다. 실제 핀란드 컬쳐포울이 다양한 관객과 예술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관련 정보와 서비스 개선 방법을 제시하기 시작하면서, 극장 환경과 프로그램이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장애인이 누구나 극장을 찾을 수 있는 환경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컬쳐포울의 활동을 통해 실제 핀란드 국립극장, 에스푸 시 극장, 스벤스카 극장(스웨덴 극장), 뉴댄스를 위한 조디악 센터 등 다양한 시설에서 장애 관객의 이용뿐 아니라 아티스트들의 예술 창작 참여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어도 무대 위에서 함께 춤을 출 수 있습니다. 무대 접근성을 편리하게 하여 누구나 어디든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공연에 자막과 수어를 제공합니다. 장애인을 위해 다양한 장치들이 극장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장애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어 낼 뿐만 아니라, 장애 예술가들의 참여를 높여 새로운 협업을 통한 프로그램으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물론 지역사회도 참여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날 발제를 마치며 마틸라 프로듀서는 “인식의 변화는 극장을 찾는 장애 관객의 서비스 개선뿐 아니라 장애 예술가들의 참여까지도 확대시켰다”며 “장애가 장벽이 되지 않는 극장이 만들어져 장애 예술과 극장 접근성 모두 개선시켰다”고 설명했다.

서울문화재단은 29일 남산예술센터에서 '극장 접근성과 장애관객 서비스 개선을 위한 포럼'을 진행했다. ⓒ 소셜포커스

■ 우리의 현실... “극장 관객으로 장애인은 '드물고', 창작자로서 장애인은 '없는' 사람”

국내 극장 환경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명확했다. 사소한 것이라 해도 장애인당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연장 앞 계단이나 턱 몇 개, 장애인 경사로를 막고 있는 홍보 물품 등 사소한 문제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것.

남산예술센터에서 0set(제로셋) 프로젝트에 참여한 배우 문영민, 성수연, 신재 씨는 ‘극장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발제에 참여한 배우 신재, 성수연, 문영민 씨. (좌측부터) ⓒ 소셜포커스

해당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세 명의 배우는 지난해 남산예술센터와 삼일로창고극장에 장애인 관객을 불러 사소한 문제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비장애인과 출입구가 다른 점 ▲좁은 장애인 화장실 등 열악한 편의시설 ▲수어 및 문자통역, 화면해설 등 배리어프리 서비스 미흡 ▲공연장 부대시설 접근의 어려움 등 장애 관객이나 창작자들을 위한 접근성 장벽이 너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15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대학로 공연장 120곳의 시설 접근성을 조사하여 공연장 안내도를 다시 그리는 ‘걷는 인간’ 워크숍도 진행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수집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극장 관객으로 장애인은 ‘드물고’, 창작자로서 장애인은 ‘없는’ 사람에 불과했다.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한 극장도 있지만 공연장 바로 앞에 작은 턱이나 계단이 몇 개씩 있거나, 경사로 앞에 배너를 놓는 경우, 쓰레기를 놓아 아예 장애인을 배제하는 태도부터 바꿔가야 합니다”(배우 신재)

변화를 위해 끊임없는 소통이 필요합니다. 창작자와 장애 관객이 마주하는 자리를 넓히고 작품을 끊임없이 경험하게 하며 그 안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문제를 찾아내는 것이 변화의 시작입니다. 결국 장애인당사자의 경험을 통해 발견하는 문제. 한 사람 의견을 보편화하지 않고 더 많은 장애인을 참여하게 하여 목소리를 듣는 것이 변화의 진짜 시작입니다” (배우 성수연)

배리어프리 극장이 있어야 합니다. 기존 제도나 규격이 있어도 그 안에 불편한 부분을 더 찾아가면서 현실적인 매뉴얼을 극장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장애 관객이 극장일 더 많이 이용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배우 문영민)

발제를 통해 배우들은 ‘문제를 보고 있고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말로 변화를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알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집요하게 파고들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태도. 세 배우의 열정이 사회 전반에 전해지기를 바란다.

장애인 공연장 접근성 안내 조사를 통해 새롭게 작성된 안내도. ⓒ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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