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2억 퍼센트 괜찮다"
"미래는... 2억 퍼센트 괜찮다"
  • 김윤교 기자
  • 승인 2019.12.13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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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기시다 히로미 감동 실화/ 2019년 6월 20일 출간

[소셜포커스 김윤교 기자] = 절망에 빠져있는 사람에게, 어떤 말을 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될까? 이 책의 저자 기시다 히로미 씨는 딸이 자신에게 건넨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라고 한 말이 오히려 위로가 됐다고 한다.

딸의 이 한 마디가 왜 히로미 씨에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했을까 생각해 본다. 그것은 딸의 깊은 공감 때문은 아니었을까. 엄마가 얼마나 힘든 줄 알기 때문에,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이해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형식적으로 하는 희망적인 말보다 더 큰 위로가 됐을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순탄하기만 한 사람은 없다. 저자 히로미에게도 가혹한 생의 시련들이 찾아온다.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둘째 아이 료카,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 대동맥 해리라는 심각한 병으로 하반신이 마비 된 자신과 움직일 수 없는 고통의 순간들. 누구라도 이런 상황이라면 절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시다 히로미는 끝까지 살아남는다. 마치 운명을 이겨낸 사람처럼 말이다.

도서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 리즈앤북
도서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 리즈앤북

대동맥해리는 심장의 굵은 혈관이 벗겨지는 병이다. 발병 후 치사율은 50%이고, 수술 후 생존 확률도 20%밖에 되지 않는다. 심장 혈관을 완전히 인공혈관으로 바꾸는 수술은 성공했지만 수술 중 척수에 모여 있던 신경이 전부 괴사해 가슴 아래쪽으로 하반신 마비가 온다. 앞으로는 더 이상 걸을 수 없다는 생각과 끔찍한 재활치료 때문에 고통으로 범벅인 삶. 아무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힘들게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막연한 두려움.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만 같은 무서움. 그런 마음들은 눈물이 돼서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내 친구가 이런 일을 겪었다면, 나는 그래도 힘을 내야 한다고 말했을 것 같다. 하지만 고작 열입곱 살 딸 나미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익숙하지 않은 휠체어 사용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하루 종일 사과만 하고 다닌 날, 겨우 들어간 카페에서 히로미는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이렇게 살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딸은 죽고 싶으면 죽어도 된다고 말해 준다. 그 말은 정말로 죽어도 좋다는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죽을 만큼 힘들어하는 엄마를 진심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엄마와 같은 병에 걸렸다고 쳐. 엄마는 내가 싫어질 것 같아? 나를 귀찮다고 생각할 거야? 엄마가 걷지 못해도 상관 없어. 엄마를 대신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 엄마는 2억 퍼센트 괜찮아. 나를 믿고, 조금만 힘내서 살아보자.”

그날 이후 지금 그녀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게 된다면 모두 놀랄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이 있다. 그녀의 삶은 장애가 있기 전보다 훨씬 바빠졌다. 고령자와 장애인 등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 대한 적절한 대처법을 강연하고, 지금은 ‘유니버설 매너’와 장애아동 교육에 대한 강연을 연간 180회 이상 소화하고 있다니 얼마나 놀랄만한 성과인가. 이런 날이 그냥 행운처럼 온 것은 아니다. 정말이지 그녀는 온 힘을 다해 노력했다.

지금 그녀는 행복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한다. 장애는 더 이상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장애물이 아니라고. 지나온 시간들은 불행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이끌어준 기회’였을지도 모른다고.

그 모든 힘의 원동력은 딸의 말에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딸 나미는 신의 축복 아니었을까. 책을 쓴 저자보다 더 만나보고 싶은 인물이다. 어떻게 그 어린 나이에 동생의 장애와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절망을 보면서도 희망의 언어를 건넬 수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다.

우리는 공감이 부족한 시대에 살고 있다. 내가 아무리 힘들다고 외쳐도, 사람들은 타자의 입장에서 나를 이해한다. 그런데 딸 나미는 엄마를 나무라거나 함부로 조언하지 않았다. 우선적으로 엄마의 상황과 심정을 공감해 주었다. 엄마는 지금 충분히 힘이 들기 때문에, 그걸 이해할 수 있다고, 죽고 싶으면 죽어도 된다고, 원한다면 함께 죽어줄 수도 있다고. 나를 이해하는 단 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엄청난 힘이 된다.

간혹 현실을 놓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올 때가 있다. 그 순간에 나를 깊이 이해하는 단 한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것은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아내 혹은 남편이나 부모가 될 수도 있겠지만 어떤 대상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구라도 상관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한 사람을 만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시련 없이 산 사람이 건강한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나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적절한 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맛만 가득한 것도, 짠맛만 가득한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삶의 갖가지 감정들을 골고루 경험하고 극복할 때 우리는 비로소 적절한 간이 베인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삶은 고난을 이기고 넘어서는 만큼 근육이 생긴다. 딸의 말에 온 힘을 다해 운명에 맞선 히로미는 그만큼 힘이 생겼다. 우리도 그렇지 않을까? 오늘이 모여서 내일이 된다. 지금 우리가 오늘의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분명 우리의 미래는 2억 퍼센트 괜찮을 것이다. 우리를 힘껏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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