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정부, 탈시설 정책 당장 마련하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정부, 탈시설 정책 당장 마련하라"
  • 류기용 기자
  • 승인 2019.12.13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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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제주에서 발생한 장애인 거주시설 범죄에 대한 성명서 발표
거주시설 장애인의 탈시설 정책에 대한 정부의 책임있는 대안 마련 촉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 3일 국회 정론관에서 장애인 탈시설을 위한 정부의 로드맵 마련을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은 13일 제주도에서 발생한 시설범죄에 대한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성명서에서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은 장애인 거주시설의 즉각적인 폐쇄와 시설 거주장애인에 대한 탈시설정책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아래는 성명서의 내용이다.

[성명서] 제주도에서 발생한 시설범죄에 대한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의 입장

정부는 범죄시설을 즉시 폐쇄하고,

거주장애인에 대한 탈시설정책을 마련하라!

“자유로운 삶, 시설 밖으로!”를 외치며 장애인거주시설에 거주하던 장애인들이 탈시설 운동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탈시설 등 정착 환경 조성(42번 과제)’을 100대 국정과제에 명시했으며, 보건복지부와 장애계는 ‘탈시설 민관협의체’를 통해 이 문제를 여러 차례 다뤄왔다. 하지만 정부는 초기에 약속했던 중앙정부 차원의 탈시설 로드맵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지난 10일에 통과된 2020년 예산 중 복지부의 탈시설 예산은 ‘0원’이다. 이처럼 정부가 장애인의 탈시설 문제를 도외시하는 동안, 지금도 장애인거주시설에서는 장애인들이 학대 및 성폭력으로 희생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제주 지역에서도 장애인거주시설에서의 범죄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서귀포 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1월 ‘가’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자폐장애인 22살 A씨가 7살 B군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원장은 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이번 폭행으로 B군은 뇌진탕과 눈 출혈 증상까지 나타났지만, 시설에서 병원 진료마저 막았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B군의 부모와 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원장을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이다.

지난 5월에는 제주도 내 ‘나’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장애여성들이 학대를 당한 정황이 확인돼 경찰과 검찰이 수사를 벌였다. 이 시설에 거주하는 10대 지적장애인 C양의 몸에 난 상처를 특수학교 교사가 발견한 후,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40대의 시설 사무국장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C양의 뺨을 때리고 벽에 밀치는 등 4차례나 학대한 정황이 파악됐다. 이에 대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바늘로 얼굴을 찔렀다”, “목을 누르며 폭행했다” 등 또 다른 피해자들의 진술이 나온 상황이다. 심지어 외부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20대 입소자에 대해 시설 원장은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의 제59조4에 따르면 누구든지 장애인 학대 및 성범죄 발생 사실을 알게 됐을 시 신고할 수 있으며, 이중 시설장은 인지한 즉시 '지체 없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나 수사기관에 신고할 의무가 있는 자로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위 두 곳의 시설에서는 원장이 학대 및 성범죄에 대해서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나’ 시설 같은 경우, 시설의 원장과 사무국장이 거주인에 대한 학대 및 이에 대한 은폐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이다.

지난 10월에 있었던 국정조사 자료(장정숙 의원실)에 의하면, 5년간 장애인거주시설에서 1,228명이 사망했고, 원인 미상이 30명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시설들 중에서 5년간 10명 이상이 사망한 곳이 19군데나 된다고 한다. 지난 10년간 정부 차원에서의 조사, 시설에서의 인권지킴이단 운영, 그리고 시설의 보고의무화 조치까지 있었지만, 이와 같이 시설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학대 및 폭력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제 답은 명확하다. 시설을 통한 장애인의 인권보장은 한계적임이 자명해졌다. 더 이상 끔찍한 범죄로 인한 장애인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 우리는 정부에 요구한다. 범죄시설은 발견 즉시 폐쇄하고, 그곳에 거주하던 장애인들에게는 반드시 지역사회에 기반한 주거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아직도 3만여 명의 시설 거주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나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답할 차례이다.

2019. 12. 13.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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