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울리는 65번째 생일... "대통령 약속에도 변한 것 없어"
장애인 울리는 65번째 생일... "대통령 약속에도 변한 것 없어"
  • 류기용 기자
  • 승인 2020.01.07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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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활동지원서비스 연령 제한 폐지' 운동본부 발대식 가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7일 나라키움저동빌딩 로비에서 장애인활동지원 만65세 연령제한 폐지를 주장하는 운동본부 발대식을 가졌다. ⓒ 소셜포커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7일 나라키움저동빌딩 로비에서 장애인활동지원 만65세 연령제한 폐지를 주장하는 운동본부 발대식을 가졌다. ⓒ 소셜포커스

“장애인이 65세가 지나면 이제 노인이랍니다. 더는 지원 못해준답니다. 하루 15시간 받던 활동지원서비스 3시간 준답니다. 시설로 들어가서 살랍니다. 나는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차가운 겨울비가 내리는 날, 65번째 생일을 맞은 중증장애인의 얼굴에도 비가 오듯 눈물이 흘렀다. 이제부터 장애인이 아닌 노인의 삶을 살라는 보건복지부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울분의 호소가 이어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7일 나라키움저동빌딩 로비에서 장애인활동지원 만65세 연령제한 폐지를 주장하는 운동본부 발대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 앞서 65번째 생일을 맞은 전장연 박명애 상임공동대표는 활동지원서비스 연령제한 폐지까지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했다.

■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연령제한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장애인 활동지원 만65세 연령제한 문제는 그동안 장애계의 뜨거운 이슈였다. 이에 장애인 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을 통해 정책시정 권고를 이끌어 냈고, 지난 10월 개별 사례에 대한 긴급구제 권고도 이어졌다.

특히 전장연을 비롯한 장애인 단체들은 강경한 입장을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지난해 3월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올해 8월 중순부터 목숨을 건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의 릴레이 단식을 이어갔다. 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와 상임위 회의 등을 통해 문제를 지속적으로 이슈화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처는 소극적이었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예산에는 5억원의 연구용역 예산만 책정되어 있다. 법률 개정안도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중이다. 결국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연령제한 문제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1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해당 문제가 다시 한번 지적됐다.

활동지원서비스 연령 제한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은 “활동지원을 받는 분들이 65세가 되면 노인장기요양 대상으로 전환되어 시간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빠른 시일 내에 해법을 찾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혀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장연 박경석 공동대표는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며 “특히 올해 활동지원 만65세 지원에 대한 연구용역과 시범사업을 운영하겠다는 주장은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7일 나라키움저동빌딩 로비에서 장애인활동지원 만65세 연령제한 폐지를 주장하는 운동본부 발대식을 가졌다. ⓒ 소셜포커스

■ 65세 생일을 맞은 중증장애인의 눈물 “끝까지 투쟁할 것”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연령제한 문제를 지적하는 집회를 찾은 정당 관계자들은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녹색당 비례대표 김수정 예비후보자는 장애인의 생사가 걸린 문제를 알고도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와 각 정당의 무능함을 비판했고, 정의당 UN장애인권리협약특별위원회 이영석 위원장은 “장애인 생존권이 걸린 문제에 함께 힘을 모아 개선해 나가자”고 주장했다.

또 장애인권과 복지 향상을 위해 일하고 있는 공익인권법재단 염형국 변호사는 국회에 계류중인 ‘장애인활동지원법’ 제5조 2호의 조속한 통과를 주장했다.

염 변호사는 “국가의 미흡한 제도에 대한 피해를 고스란히 장애인들이 받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부는 계속 모른척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회는 해당 법령을 당장 개정하여 연령에 따라 장애인의 서비스 제공을 차별하는 행위를 멈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연령폐지 투쟁 운동본부 발대식에서 발언하는 장애인단체 대표 및 활동가들의 모습.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연령폐지 투쟁 운동본부 발대식에서 발언하는 장애인단체 대표 및 활동가들의 모습. ⓒ 소셜포커스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의 발언 이후 생일상 앞에선 전장연 박명애 상임공동대표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많은 활동가들이 한 목소리로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지만 “생일이 전혀 기쁘지 않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현재 보건복지부의 435시간과 대구시에서 제공하는 60시간을 더해 495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15시간 가량 지원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노인장기요양 서비스로 바뀌어 하루 평균 3시간의 지원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 대해 박 대표는 “결국 시설에 가서 살다가 죽으라는 정부의 협박에 불과하다”며 “용납할 수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대표는 “국회 국정감사에 나가 호소도 하고, 대통령과 대화에서도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결국 바뀐건 없다”며 “앞으로 65세를 맞을 활동가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투쟁해 연령제한을 폐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7일 나라키움저동빌딩 로비에서 장애인활동지원 만65세 연령제한 폐지를 주장하는 운동본부 발대식을 가졌다. ⓒ 소셜포커스

전장연 회원들은 눈물의 생일잔치에 이어 나라키움저동빌딩 로비에 장애인활동지원 만65세 연령제한 폐지를 주장하는 운동본부의 발대식을 진행했다.

운동본부에서 본부장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영숙 부회장이 맡았다. 이영숙 본부장은 “장애인 생존권을 위협하는 정부의 정책에 정면으로 싸워 나갈 것”이라며 “함께 힘을 모아 꼭 변화를 만들어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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