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혐오와 장애극복, 그 혐오의 잣대를 걷어내라"
"장애혐오와 장애극복, 그 혐오의 잣대를 걷어내라"
  • 류기용 기자
  • 승인 2020.01.16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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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국회에서 '장애인 비하 발언'한 이해찬 대표 규탄하는 기자회견 열어
이해찬 대표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당 대표 사퇴하라!" 주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5일 더불어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장애인 비하 발언을 쏟아낸 이해찬 대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news1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이해찬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한 장애인당사자 단체들의 강경한 입장이 확인됐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상임대표 김광환, 이하 장총련)는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5일 더불어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2020 신년기획 청년과의 대화’를 통해 장애인 비하 발언을 쏟아낸 이해찬 대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당 영상에서 이해찬 대표는 “선천적인 장애인은 후천적인 장애인보다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며 “사고가 나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원래 자기가 정상적으로 살던 거에 대한 꿈이 있다. 그래서 그들이 더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를 심리학자한테 들었는데 대화를 해보니까 강하면서 선하다”며 장애인을 비하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5일 더불어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장애인 비하 발언을 쏟아낸 이해찬 대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소셜포커스

이같은 발언에 대해 장애인 단체를 대표하는 장총련은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용석 정책실장은 “여당 대표 발언이라고 하기에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저열하고 장애혐오적 발언”이라고 평가하며 “시정잡배들도 하지 않을 발언을 서슴치 않는 사람이 집권여당의 대표라는 사실이 오히려 혐오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해찬 대표에게 직설적인 질문을 통해 항의의 뜻을 전했다. 이 실장은 “비장애인으로 살다 장애를 갖게 된 중도장애인에 비해, 선천적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가지고 있어 의지가 약하다는 근거가 무엇인가? 또 비장애인의 삶이 ‘정상적’으로 사는 삶이라면, 250만 장애 대중의 삶은 ‘비정상적’인 삶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인재영입 1호로 화재가 된 최혜영 교수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장애는 ‘극복’이라는 구태의연한 프레임에 장애인의 삶을 가둬, 총선 홍보용으로 장애인을 이용하려는 저급한 정치권의 행태에 장애 대중은 실망하고 분노한다는 것.

그동안은 장애인 당사자의 현실 정치 참여라는 대의적 과제가 더 시급하다는 장애계의 중론에 따라 비판을 자제했으나 이대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장총련은 이해찬 대표의 발언이 250만 장애인당사자에게 세 가지 죄를 지었음을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장애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며 장애를 혐오한 죄 ▲선천적 장애인을 비하하고 후천적 장애인을 구분해 갈등을 조장한 죄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어려움쯤으로 치부함으로써 개인의 불행으로 폄하한 죄 등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5일 더불어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장애인 비하 발언을 쏟아낸 이해찬 대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소셜포커스

이용석 실장은 “장애는 극복해야 할 역경도, 비정상인 삶도 아니다. 장애인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장애라는 삶의 조건을 가진 사람들일 뿐”이라고 설명하며 "진심으로 사죄하고 집권여당의 대표자리를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타났다. 바른미래당 전국장애인위원회 한지호 위원장은 이해찬 대표의 발언에 대해 “매순간 성실하게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을 부정했다”고 지적하며 “즉시 당대표와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하라”고 비판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5일 더불어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장애인 비하 발언을 쏟아낸 이해찬 대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소셜포커스

 

[성명서] 장애혐오와 장애극복, 그 혐오의 잣대를 걷어내라

 

참담하다.

집권 여당의 대표의 발언이라고 하기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저열하고 장애혐오적 발언이다. 시정잡배들도 하지 않을 발언을 서슴지 않는 사람이 우리나라 집권여당의 대표라는 사실이 오히려 혐오스럽다.

도대체 몇 번째인가? 더불어민주당은 불과 한 달 전에 장애인 당사자를 첫 번째 인재 영입으로 발표하면서 장애극복을 전시 삼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또 다시 ‘장애 = 극복’이라는 구태의연한 프레임에 장애인의 삶을 가둬, 총선 홍보용으로 장애인을 이용하려는 저급한 정치권의 행태에 장애대중은 실망하고 분노했지만, 그럼에도 장애인 당사자의 현실 정치 참여라는 대의적 과제가 더 시급하다는 장애계의 중론에 비판을 자제하였다. 그러나 정치권의 장애혐오발언은 여야를 막론하고 되풀이되고 있으며, 그 강도 또한 심해지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에게 묻겠다.

첫째, 비장애인으로 살다 장애를 갖게 된 중도장애인에 비해, 선천적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가지고 있어 의지가 약하다는 근거가 무엇인가?

둘째, 비장애인의 삶이 ‘정상적’으로 사는 삶이라면, 250만 장애대중의 삶은 ‘비정상적’인 삶인가?

이 땅의 250만 장애인의 삶이 ‘비정상적’인 삶이라면, 그 이유가 그 개인의 의지박약 때문인가, 아니면 장애인의 삶을 비정상적인 삶으로 단정하는 이해찬 대표와 같은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기제 때문은 아닌가?

‘장애’는 극복해야 할 역경도, ‘비정상’인 삶도 아니다. ‘장애인’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장애’라는 삶의 조건을 가진 사람들일 뿐이다. 장애인의 삶이 어려운 것은 개인의 의지박약 때문이 아니라 장애인의 삶을 고달프게 하는 사회적 조건 때문이라는 사실임을 정치권은 분명히 각성해야 한다.


이해찬 대표는 이 땅의 250만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세 가지 죄를 지었다.

1. 장애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며 장애를 혐오한 죄

2. 선천적 장애인을 비하하고 후천적 장애인을 구분해 갈등을 조장한 죄.

3.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어려움쯤으로 치부함으로써 개인의 불행으로 폄하한 죄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장애혐오사태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죄하고, 이해찬 대표는 집권여당의 대표자리를 사퇴하기를 바란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정치권은 더 이상 ‘장애’혹은 ‘장애인’을 선거를 이기기 위한 선정적인 홍보용 소재꺼리나 서로를 헐뜯고 비하하는 표현에 이용하지 말기를 바란다. 또 다시 이러한 장애비하적, 장애혐오적 행태가 되풀이 된다면 전 장애계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2020년 1월 16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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