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장애인 비하 발언... 장애계 "투쟁 시작 선포!"
정치권 장애인 비하 발언... 장애계 "투쟁 시작 선포!"
  • 류기용 기자
  • 승인 2020.01.2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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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더불어민주당 '개선 교육' 등 대책 마련 고심
장애인 단체 "진심 어린 사과가 먼저... 당 대표 사퇴하라"
국가인권위원회에 설까지 릴레이 진정 접수
지난 1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는 정치권에서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개선 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정치권과 장애계의 동상이몽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지난 15일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당 안팎의 비판을 받고 있는 이해찬 대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할 것을 발표했지만, 장애인 단체는 단호한 투쟁을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장애인 비하 발언이 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정치권과는 다르게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는 장애인 비하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확실한 입장을 제기하겠다는 것이 장애계의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이 공개한 15일 이해찬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 모습. ⓒ 소셜포커스(제공_더불어민주당)

■ 더불어민주당 “충분히 사과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교육 체계 세우겠다”

더불어민주당은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해 이해찬 대표가 충분히 사과의 입장을 표명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가 15일 유튜브에서 “선천적인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의지가 좀 약하다. 어려서부터 장애를 갖고 나와서 정상인의 삶을 동경한다" 등 논란의 발언을 한 후 당 출입기자들을 통해 문자메시지로 사과의 뜻을 밝혔고, 16일 신년기자간담회에서도 의도가 없었다는 뜻을 충분히 밝혔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17일 진행한 확부간부회의 모습. ⓒ 소셜포커스(제공_더불어민주당)

특히 소극적인 사과와 관련 질문을 차단하는 등 일방적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던 16일 기자간담회에 대해서도 거듭된 기자들의 질문이 지나쳤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오는 4월 총선을 의식한 듯 17일 진행된 확대간부회의에서는 해당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날 남인순 최고위원은 "장애인 차별과 관련된 당대표의 발언에 대해 어제 여러 차례 사과했다“고 선을 그으며 ”이런 문제에 대한 실질적 뒷받침을 위해 당 안에 인권감수성 제고와 혐오ㆍ차별 발언 근절을 위한 여러가지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음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에서 17일 진행한 확부간부회의에서 문상필 위원장의 발언 모습. ⓒ 소셜포커스(제공_더불어민주당)

이어 발언한 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문상필 위원장은 "재발 방지를 위한 약속과 당 지도부를 포함한 당직자, 총선 출마자들에 대한 장애인 인권 교육 의무화를 제안한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출마자의 혐오·차별 발언을 근절하고 당의 인권 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선거대책위원회 안에 인권본부 설치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문 위원장은 "민주당의 이번 대책이 전국의 많은 장애인과 수많은 장애인 당원들의 아픔을 달래고, 진정성 있는 대책이 되길 확신한다"면서 "(인권본부 설치는) 이미 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캠프에서 시행해 많은 호응을 받았다. 진정으로 소수자와 약자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차별과 혐오표현 근절을 위해 노력하는 민주당이 되길 바란다"며 적극적인 당의 움직임을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장애인 단체들의 잇따른 비판 성명과 야당에서 제기하고 있는 당 대표 사퇴 등의 요구를 조기에 차단하고, 해당 문제를 빠르게 정리하고자 속도를 높이고 있다.

■ 장애인 단체 “진정성 있는 사과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

이해찬 대표 발언 이후 장애인 단체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한국장애인총연합회와 바른미래당 장애인위원회는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해찬 대표의 사퇴와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했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등의 단체들도 비판에 합류하여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잇따라 발표했다.

지난 1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는 정치권에서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개선 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한 장애인 단체 회원들의 모습. ⓒ 소셜포커스

이와 함께 17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앞에서는 정치권에서 반복되고 있는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개선 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해찬 대표의 장애인 비하발언이 이번에 처음이 아님을 지적하고, 이 대표를 인권위에 긴급 진정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박현 활동가가 발언하는 모습.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박현 활동가가 발언하는 모습.

또 이 대표의 발언 중 “선천적 장애인은 후천적 장애인보다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현 활동가가 앞장섰다.

박 활동가는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기에 앞서 “내가 이해찬 대표가 말한 의지가 약하다는 선천적 장애인”이라며 자신의 삶을 소개했다.

박현 활동가는 선천적 장애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야학을 통해 어렵게 공부하여 고등학교 학력을 취득했다. 또 IMF 이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장애인인권을 위해 싸우는 활동가의 삶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박현 활동가는 “내가 의지가 없어서 공부를 하지 않았나? 의지가 없는 사람이라 일하지 않았나?”라고 물으며 “장애인의 삶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말라. 이 대표 발언은 나와 우리가족을 명예훼손 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박 활동가는 “인권위가 이번만큼은 정치인의 장애인 차별 발언을 명확히 하고 권고에 나서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인권위에 대한 강력한 경고도 이어졌다. 지난 2018년 이해찬 대표가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발언을 한 이후 전장연에서 인권위에 제출한 진정에 대해 각하 처분을 통해 사실상 면죄부를 줬기 때문에 다시 재발된 상황이라는 것.

지난 1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는 정치권에서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개선 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의 발언 모습. ⓒ 소셜포커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인귄위 최영애 위원장은 이날 오후 전장연 회원들과 만남을 통해 그동안 진행 상황을 상세하게 소개했다고 한다.

먼저 이 대표의 문제 발언에 대해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시간 같은 공간에 있었던 장애인만이 진정을 넣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인권위는 진정되는 일정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지적과 개선요구에 제도적 한계를 갖는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특정 세력이나 범위에 대한 개선과 시정 명령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인권위의 설명에 대해 전장연 박경석 공동대표는 “왜 정치인이 장애인차별 발언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 충분히 조사하지 않지 않는가?”라고 되물으며 “인권위 존재의 이유를 찾기 위해서라도 모든 권한을 동원해서라도 철저하고 신속하게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박 대표는 “전염병처럼 퍼져가고 있는 정치인들의 장애인 비하 발언과 차별 행태에 대해 이번에는 반드시 끊어낼 것”이라며 “설까지 한 명씩 선천적 장애인들이 인권위에 각각 진정을 넣어 구체적인 피해자들의 문제 제기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투쟁의 뜻을 밝혔다.

또 박 대표는 “민주당사 앞에서 21일 이 대표에게 반성문을 제출하라는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며 “반성문을 제출하지 않으면 23일부터 장애인 차별발언 퇴치 서명운동을 진행할 것이다. 만약 서명운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차별 발언한 정치인 모두를 겨냥한 사퇴 투쟁에 돌입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박현 활동가는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빠른 결과 발표를 촉구했다.

박현 활동가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모습. ⓒ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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