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탑승 고속버스' 직접 타보니...
'휠체어 탑승 고속버스' 직접 타보니...
  • 류기용 기자
  • 승인 2020.01.20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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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한국지체장애인협회 시범사업 운영 중
서울에서 부산, 강릉, 전주, 당진 등 4개 구간... 총 10대 버스 운행
휠체어 장애인이 고속버스에 탑승한 모습. ⓒ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장애인 휠체어 탑승 고속버스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국토교통부와 한국지체장애인협회(중앙회장 김광환)가 장애인의 이동권 확대를 위해 현재 시범 사업으로 운행하는 휠체어 고속(시외)버스 사업은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째 운영되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은 휠체어 이용자들도 고속버스를 통해 장거리 여행이 가능하도록 서울-부산, 서울-강릉, 서울-전주, 서울-당진 등 4개 구간에서 총 10대의 버스가 운영되고 있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내의 휠체어버스 탑승 승강장 모습. ⓒ 소셜포커스

■ 장애인ㆍ비장애인 분리된 승강장 “조금만 늦으면 항의 빗발쳐... 승객들의 모든 불평은 운전기사 몫”

지난 15일 서울에서 강릉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고속버스 터미널로 이동했다. 9시 출발 예정인 버스에 탑승하기 위해서 장애인은 전용 승강장에 8시 40분까지 도착해야 한다. 휠체어 장애인 탑승 이후 비장애인 탑승 절차가 진행되므로 시간 엄수는 필수다.

간단한 승차권 확인 이후 리프트 장치가 선보인다. 개찰구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비장애인 승객들의 휴대폰 플래쉬가 번쩍인다. 탑승을 위해 차례로 리프트에 올라 휠체어 버스에 탑승을 시작한다.

휠체어 장애인이 고속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승차권을 확인하고, 리프트 장치를 이용해 버스에 탑승하는 모습 및 휠체어를 차에 고정시키는 장면. ⓒ 소셜포커스

버스기사의 어깨가 무겁다. 비중이 크다. 리프트 운영과 휠체어 안전벨트 설치도 모두 기사님 몫이다. 휠체어 탑승까지 걸린 시간은 10여분. 가장 바쁜 10분이 지났다.

바쁜 버스는 서둘러 휠체어 승강장을 벗어났다. 터미널 내부를 크게 한바퀴 돈 후 비장애인 탑승구에 정차한다. 마음이 조급하다. 서둘러야 한다.

무사히(?) 비장애인 탑승구에 정차한 고속버스에 승객들이 탑승한다. 승차권을 확인하고 서둘러 버스에 오른다. 드디어 강릉으로 출발한다.

비장애인 승객들이 승차장에서 탑승하는 모습. ⓒ 소셜포커스

이날 고속버스를 처음 타봤다는 김OO 씨는 “휠체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탑승구가 나뉘어져 있어서 버스를 탄 후 터미널 내부를 몇 번이나 돌아야 하는 과정이 불편했다”며 “함께 탑승하는 시스템으로 개선한다면 그 불편함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고속버스를 운전한 서OO 기사는 “휠체어 탑승객 승차에서 시간이 조금만 늦어지면 비장애인 승객들의 승차도 늦어지기 때문에 그에 따른 항의가 빗발친다”며 “승객들이 모든 불편과 어려움을 기사에게 표현하기 때문에 무조건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서OO 기사는 “처음 어플이나 인터넷을 통해 승차권을 매표할 당시, 휠체어 탑승 차량으로 도착 시간이 다른 차량보다 20-30분 늦다는 것을 안내하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항의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개선점을 밝혔다.

■ “촉박한 휴게소 이용시간... 키오스크 등으로 편의시설 이용도 한계 있어”

강릉까지 이동시간은 총 3시간 20분 가량 소요된다. 이중 횡성휴게소 이용이 35분. 휴게소에도 휠체어 버스 전용 승강장이 있다. 기사가 휴게소에 정차한 후 승객들에게 35분의 휴게시간을 안내하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 승객들이 보인다.

횡성휴게소 휠체어 고속버스 승강장 모습. ⓒ 소셜포커스

고속버스 기사는 서둘러 버스에서 내려 휠체어 리프트를 꺼낸다. 차례로 휠체어 승객을 내려준다. 하차에 걸리는 시간은 10여분. 서둘러 장애인용 화장실로 향한다.

휴게소에 장애인 화장실은 남녀 각각 1곳이 있다. 화장실 입구에는 모든 화장실의 이용현황을 보여주는 안내판이 비치되어 있어 이용이 편리하다. 차례로 화장실에 다녀오고 나면 20분 남짓 시간이 남는다.

휴게소의 꽃은 먹거리 간식. 그러나 이용에 한계가 있다. 일부 매장이 키오스크 기기를 이용하여 휠체어 장애인이 주문하기에 어려운 메뉴들이 있다.

횡성휴게소의 장애인 화장실 안내현황 및 키오스크 주문 시스템, 장애인 이동 편의시설 모습. ⓒ 소셜포커스

대충 간식을 사서 출발 10분전에 승강장에 도착한다. 기사님이 도착하지 않아 뻥뚫린 승강장에 우두커니 서 있다. 차가운 바람이 매섭다. 햇빛을 가려주는 차광막이나 우천시 머물 수 있는 지붕(빗물받이)이 없다. 비가 오면 승ㆍ하차시 비를 다 맞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휠체어로 고속버스에 탑승했던 박OO 씨는 “대체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자세히 보면 접근에 한계가 있거나 이용에 불편을 주는 환경들이 곳곳에 있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해당 문제들을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장애인으로 이날 휠체어 고속버스에 함께 탑승한 조OO 씨는 “휴게소 시간이 너무 길어서 할게 없었다”며 “사전에 이런 정보들을 미리 알수 있도록 안내했다면 시간을 더 알차게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 했다.

■ “더 많은 코스 실용화 되어야... 터미널 바깥 세상도 개선되야 한다”

버스는 12시 22분 정해진 시간에 강릉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비장애인 승객들의 하차와 함께 리프트를 이용한 장애인들의 하차도 진행된다.

생애 처음 고속버스를 이용한 휠체어 장애인들의 목소리에는 대체적으로 만족감이 묻어났다. 김OO 씨는 “기사님이 친절하게 안내해주셔서 고속버스를 기분좋게 이용할 수 있었다”며 “더 많은 코스로 실용화 된다면 자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강릉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한 휠체어 탑승자들이 고속버스에서 하차하는 모습. ⓒ 소셜포커스

또 박OO 씨는 “터미널에서 터미널로 이동하는 환경은 편리했다”며 “터미널 바깥 세상도 장애인들의 이동이 편리하도록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버스를 운전한 서OO 기사는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많이 이해해주셔서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많은 보람을 느낀다”며 “다만 비장애인 승객들의 경우 불편했던 사항을 버스에서 하차하며 항의하는 경우도 종종있어 이런 문제에 대한 개선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고속버스 이용 승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여, 실제 사업 운영 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조기에 확인하고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시범사업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장애인이 고속버스를 탑승하게 되기까지 걸린 기간은 20여년. 시범사업 3개월의 시간이 20년의 아쉬움을 모두 만족시킬 순 없지만 앞으로 장애인들이 전국 어디든 고속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도록 지금도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휠체어 고속버스 시범사업 문제점 개선을 위한 모니터링 인터뷰 문항 및 설문지 모습. ⓒ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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