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장애’ 용어 불편합니다
‘결정장애’ 용어 불편합니다
  • 서인환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20.01.23 12:2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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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우유부단… 우유부단한 사람이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장애는 네 가지 의미가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의미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말하는 장애이다. 영어로는 handicap이다. 신체적 손상을 말할 때에는 disability, impairment, 의학적으로는 disorder이지만 이들은 장애라기보다는 손상이란 말이 맞다. 장애는 사회적 제약을 말하는 것이고,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것은 손상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의미는 기기의 고장이나 오동작을 말한다. 영어로는 failure이다. 세 번째는 모든 시련, 곤경, 압박 등 작물에서는 정상적인 생육조건 보다 불리한 조건을 작물에 적용시키는 것. 또는 그에 의한 반응을 말한다. 영어로는 stress이다. 네 번째는 통신망 상에서 자원이 통과할 수 없는 노드 지점을 의미한다. interference이다. 간섭이나 방해를 의미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결정장애라는 말을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 말을 듣는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의기소침할 것이고, 기분이 나쁠 것이다. 장애인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이 말을 듣는 장애인들도 모든 부정적인 것에 장애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에 불편하다.

성경에서는 누가복음 9장 62절에 손에 쟁기를 들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고 하였다. 이를 결정장애를 일컫는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하나님 나라에 갈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세속을 버리지 못하고 스스로 예수님을 따라 나서는 결정을 하지 못하여 미련을 가진 자를 말한다. 그러니 결정장애가 아니냐는 것이다.

햄릿이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라면서 문제는 알지만 결정을 못하니 그것이 결정장애라며 선택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람을 햄릿증후군이라고도 한다. 너무 쉽게 결정하는 마음보다 행동이 앞서는 반대의 개념으로 돈키호테증후군이라고 한다.

후한서 양수전에 의하면, 조조는 한중 땅을 놓고 촉과 공방을 벌이고 있었는데, 진전이 없자 저녁 식사에 나온 닭고기를 보고 먹으려니 살이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고기를 보고 현재 상황과 유시하다고 하여 그날 암호를 계륵이라고 하였다. 공격을 해야 하나 후퇴를 해야 하나 결정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으니 이 상태를 계륵이라고 하고 결정장애를 계륵족이라고도 부르지만 사실은 계륵은 후퇴를 암시하고 있었다. 고민 중에 있다고 다 결정장애는 아니다.

누구나 다 결정을 위해 고민을 한다. 고민을 하다가 선택해야 하는 시간을 놓쳐버리거나 늘 사소한 결정조차도 하지 못하면 결정장애라는 말을 사용한다.

확실한 목표를 정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 것이며, 결과에 대해 긍정적 사고를 가지면 결정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결정장애란 말을 현대사회의 키워드처럼 부르지만, 현대사회는 그런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냉소적이고 상대에게 꼬라붙이기로 놀림을 즐겨하는 비정한 사회이다. 개인적인 행동이나 사회현상으로 보고 지적하는 의미는 있겠으나, 스스로 그러한 지적에 대한 영향에 비판을 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자성어에도 결정에 어려움을 말하는 용어로는, 우유부단과 수서양단이 있다. 너무 부드러워서 맺고 끊음이 없다는 우유부단과 쥐가 머리만 내밀고 두리번거린다는 수서양단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고운 말을 사용하자며, 결정을 쉽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결정느림보라고 부르기도 한다.

왜 현대사회에서 결정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까? 이린 시절부터 스스로 결정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는데, 부모가 다 결정을 해 주는 지나친 간섭으로 과잉보호를 원인으로 드는 사람들도 있고, 현대인들이 나약해서 그렇다는 사람도 있으며, 너무 많은 것들을 결정하며 살아야 하는데, 결정할 가짓수가 너무 많은 것이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편의점에 가 보면 우유나 아이스크림, 라면 등 같은 제품들의 종류가 너무 다양하니 쉽게 결정을 하기 어렵기도 하고, 서로 자기 것을 팔아달라며 홍보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새 것이 나오면 도전해 보도록 심리적으로 유혹하고 있으니 결정을 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식당에 가도 메뉴가 너무 다양하니 오늘은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런 심리를 이용하여 혼합형을 선택하도록 하는 마케팅도 나오고 있다. 짜짬이니 세트메뉴니 하는 것들도 그렇고, 코스 요리도 상대가 무엇에 만족할지 모르니 골고루 음식이 나오는 것을 선택하여 접대하기도 한다.

어떤 결정으로 인한 결과에 불만족 경험이 있거나 세상이 속이는 것이 많으니 믿을 수 없는 것도 결정을 쉽게 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할 것이다. 실패의 두려움은 실패의 경험에서 나온다. 어떤 결정에 지나치게 비난을 받거나 원망을 듣게 되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결정을 망설이게 한다.

가족나들이에서 각자가 먹고 싶은 것이 달라서 그것으로 다툼을 하고 나면 다음부터는 상대에게 메뉴를 고르라고 하고 결정을 포기할 것이다. 잔소리를 듣거나 쓸데없는 것에 논쟁을 위해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아 상대에게 결정을 미루고 평화주의자가 될 것이다.

자신을 믿고 자존감을 높이거나 스스로에게 관대하면 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결정을 요구하면서 토를 달거나 책임을 따지는 상대에게 관대한 여유를 가지고 에티켓을 가진다면 결정을 하는 데에 어려움은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결정장애 대신 사용할 적당한 용어가 있는가 고민을 해 보았다. 결정장애가 있는지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계륵족이나 결정느림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다가 굳이 용어를 만들어 라벨을 붙이는 그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우유부단이라고 하고 우유부단한 사람이라고만 하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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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 2020-02-03 13:29:42
그전엔 우유부단하다고 사용했었는데, 아무런 비판없이 결정장애란 말을 받아들이고 있었네요.

전*칠 2020-01-29 11:13:39
누가 장애인이고 누가 비장애인 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