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이동편의 법령 개정 시급하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법령 개정 시급하다!
  • 조봉현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20.02.1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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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레일, 트램 등 궤도운송시설 급증 예상에도 교통약자 편의시설 의무없어
교통약자법 적용 범위에 궤도운송법 포함해야
관광지 등 상당수 모노레일은 장애인 차별시설

필자는 지난 2월 6일 본지에 순천만 스카이큐브의 장애인 차별시설에 대한 칼럼을 썼다. 스카이큐브는 순천만의 국가정원에서 순천문학관까지 약 4.6km의 구간에 레일을 설치하여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소형무인궤도차량이다.

휠체어 장애인도 탑승은 가능하나, 문학관역에서 내리면 지상까지 10여 개의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고 경사로나 리프트 등 휠체어가 이동할 통로가 없기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문학관역 주변에는 순천문학관 및 세계적으로 유명한 갈대습지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음에도 이 스카이큐브를 타고 문학관역으로 이동한 휠체어 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계단 10여 개의 높이라면 건물 한층 높이도 안 되지만 휠체어 이동을 가로막고 있어서 장애인 차별시설이 아닐 수 없다. 이 시설은 순천시와 포스코가 협약을 맺어 추진한 사업인데, 건설 당시에 당연히 갖추어야 할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지 않은 것이다.

필자는 이에 대하여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에 의한 시설기준 등을 들어 순천시에 시정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순천시에서는 미비한 편의시설은 추후 보완하겠지만, 당해 시설은 궤도운송법에 의한 시설이라서 철도사업법 등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므로 교통약자법 적용대상 시설이 아니라는 회신을 받았다. 즉, 장애인 차별시설은 맞지만 법적으로는 잘못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보냈다.

그리고 “개선을 위해 관계자간 적극적인 협의 중에 있고, 불편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교통약자법에 의하면 이동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을 갖추어야 할 교통수단을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의한 버스, 「도시철도법」과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른 철도차량, 「항공안전법」에 따른 항공기, 「해운법」에 따른 여객선이다. 그리고 동법 시행령에서 광역철도를 추가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궤도운송법에 의한 운송수단에 대해서는 빠져 있다.

궤도운송법에 의한 차량으로는 케이블카, 모노레일, 노면전차(트램) 등이 있다. 스카이큐브처럼 모노레일은 아니지만 모노레일 방식의 공중철도를 달리는 이동수단도 여기에 속한다.

전국의 많은 관광지에서 모노레일이나 공중레일, 케이블카를 운영하고 있다. 또 부산, 강원도 정선군 등 일부 도시에서는 경사가 심한 고지대 주민들의 이동수단으로 모노레일이 설치된 곳도 있다.

이러한 시설도 모든 사람들이 누구나 차별 없이 이용해야 할 공중시설이다. 따라서 장애인도 차별 없이 이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궤도운송법에 의한 이동시설이라는 이유로 장애인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곳이 많다.

국내 대표적인 모노레일 제작회사(한국모노레일)의 홈페이지를 열람한 결과, 이 회사에서 제작한 모노레일이 전국 35개소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제작사에 문의했더니 그 회사에서 시공한 전국 35개소 모노레일 중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탑승할 수 있는 시설은 3분의1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불과 2달 전(2019.12.14.)에 개장한 통영 욕지도 모노레일의 경우에도 휠체어 장애인은 탑승이 불가능하다. 통영시가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자원개발사업으로 추진해 국민의 세금 117억원이 투입된 사업이다. 그러나 휠체어 장애인의 탑승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통영 욕지섬 모노레일(사진 통영시)
통영 욕지섬 모노레일(사진=통영시)

통영시 주무부서인 관광과에 확인을 요청했더니 담당자는 전국에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모노레일은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현재 모노레일 카는 5대가 가동 중이며 모두 붙박이 의자로 되어 있어 휠체어가 탑승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3대를 추가로 발주했으나 이 차량은 내부공간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일부공간을 접이식 의자로 구성하였지만 이 역시 휠체어 공간은 마련하지 않았다고 한다. 휠체어 장애인의 입장에 듣기에는 너무 뻔뻔하고 야속한 대답이었다.

그러나 부산시 동구청이 2016년도에 고지대 주민들의 통행편의와 관광자원 개발을 위해서 설치한 초량 168계단 모노레일은 욕지도 모노레일보다 차량 크기가 오히려 더 작은데도 휠체어 탑승이 충분히 가능하도록 제작되었다. 2014년도에 부산 중구청이 설치한 영주동 오름길 모노레일과 2008년도에 정선군 고한읍에 설치된 모노레일도 휠체어 탑승이 가능하다.

이처럼 아주 오래 전에 설치된 모노레일도 휠체어 탑승이 가능하다. 그런데 통영시는 가장 최근에 설치한 시설임에도 이러한 편의시설을 갖추지 않았다. 장애인 편의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도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통영시가 이러한 시설을 계획하면서 다른 지역의 시설에 대한 벤치마킹을 했을 터인데 장애인 탑승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 차별행위나 마찬가지다.

모노레일 제작업체에도 문제는 있다. 그 업체는 전국에 많은 모노레일을 설치하면서 휠체어 탑승가능 레일카를 공급한 적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업체가 발주기관과 제작협의 과정에서 휠체어 탑승 문제를 조금이라도 체크를 했다면, 앞에 말한 어느 공무원처럼 “전국에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모노레일은 없을 것입니다”라고 천연덕스럽게 대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노레일 카에 휠체어 공간을 마련하더라도 다른 승객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휠체어가 타지 않을 때는 다른 승객이 서서 타면 된다. 케이블카도 대부분 서서 타는 형태이다. 부산 초량의 모노레일 카도 의자가 있기는 하지만 서서 타는 공간이 더 많다.

울산의 장생포에도 울산남구도시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모노레일이 있다. 2018년 4월에 개통했다. 휠체어 장애인이 탈수 있느냐고 문의를 하였더니, 탑승장까지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얼마든지 탈 수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 다음 설명이 문제였다. 휠체어는 탑승장에 보관하고 레일카 의자에 앉아서 타고 가면 된다는 것이다.

울산 장생포 모노레일(사진 울산시 남구청 블로그)
울산 장생포 모노레일(사진=울산시 남구청 블로그)

이게 어떻게 장애인을 고려한 시설이란 말인가? 휠체어 장애인에게 휠체어는 신체의 일부나 마찬가지다. 물론 휠체어에서 일반의자로 옮겨 앉을 수 있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대다수에게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휠체어 장애인에게 휠체어에서 내려서 일반 의자에 앉으라는 말은 경우에 따라 당사자에게 심한 모욕감을 주기도 한다. 이런 것은 편의시설이 아니다.

요즈음 전국의 여러 지자체들이 관광객 유인을 위해 이러한 모노레일이나 케이블카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수의 지자체들이 지하철을 대체할 교통수단으로 노면전차(트램)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이 트램은 설치 규모 및 방법에 따라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허가 없이 자체적으로 건설이 가능하다.

그런데다 건설비가 지하철 공사비에 비해 6분의1에 불과하여 훨씬 저렴하다는 이유 등으로 많은 지자체들이 차세대 대중교통수단으로 트램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위례신도시), 부산(남구), 대전, 인천, 울산, 전주(한옥마을), 성남, 화성(동탄), 경주, 제주 등 현재 전국 26개 자치단체에서 48개 노선의 트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도시철도법에도 모노레일이나 노면전차 등을 도시철도의 한 종류로 명시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자체 허가권과 재원조달 문제 등으로 트램을 추진하기 때문에 도시철도법이 아닌 궤도운송법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모노레일과 케이블카, 트램 등은 교통시설이건 관광시설이건, 또는 어느 법 적용을 받든 이동권에 관한 문제이고, 누구나 차별 없이 이용해야 하는 공중시설이다.

그렇다면 법령에 있든지 없든지 장애인 편의시설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법령의 하자로 장애인 편의시설을 의무화되지 않을 경우, 앞에 예시한 사례들처럼 공중시설을 건설하면서 미처 편의시설을 고려하지 않아 장애인 차별시설이 되고 만다. 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들의 고통은 물론, 차후에 보완하려고 하면 불가능한 경우도 많고, 비용 또한 본래 공사에 포함하는 것보다 몇 배나 많이 들어가게 된다. 뿐만 아니라, 건설과정에서 장애인편의증진기술지원센터 등 전문기관의 사전점검이나 기술지원이 누락되어 체계적인 관리가 될 수 없다.

필자는 이에 교통약자법 시행령 제2조(교통수단)에 “궤도운송법에 의한 이동시설”을 추가하여,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편의시설을 의무화 하는 것을 국토교통부에 강력히 건의하고자 한다.

교통약자법 제2조에서 편의시설을 갖추어야 할 교통수단을 열거하면서, 본법에 열거되지 않은 교통수단에 대하여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위임을 해두었기 때문에 국토교통부에서 행정입법으로 충분히 가능한 사항이다.

앞으로 궤도운송법을 적용받는 시설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법령을 바로잡지 않으면 장애인 차별시설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최대한 빠른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부산 중구 영주동 오름길에 설치된 모노레일(사진 부산중구청)
부산 중구 영주동 오름길에 설치된 모노레일(사진=부산중구청)
부산 동구 초량168계단의 모노레일(사진 부산동구청)
부산 동구 초량168계단의 모노레일(사진=부산동구청)
대전시가 추진중인 노면전차 상상도(사진 대전광역시)
대전시가 추진중인 노면전차 상상도(사진=대전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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