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65세' 바이러스 취급받는 장애인... '생존권 투쟁' 이어져
'만 65세' 바이러스 취급받는 장애인... '생존권 투쟁' 이어져
  • 류기용 기자
  • 승인 2020.02.11 0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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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10일 오후 인권위에서 기자회견 열어
'활동지원 서비스 만 65세 연령 제한' 폐지 촉구 목소리 높여
인권위 전원위 "65세 긴급구제 안건... 비공개 논의해"
1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소재 나라키움저동빌딩에서 활동지원서비스 만65세 연령 제한에 따른 피해자들이 인권위에 제기한 긴급구제에 대한 시정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한 장애인당사자 모습. ⓒ 소셜포커스

“물에 빠진 사람을 보고도, 제도가 개선되야 건질수 있다고 말하는 곳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입니다. 우리가 바이러스 입니까? 왜 시설로 들어가라고 합니까? 더 이상 장애인 생존권을 가지고 장난치지 마십시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만65세 제한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된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1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소재 나라키움저동빌딩에서 활동지원서비스 만65세 연령 제한에 따른 피해자들이 인권위에 제기한 긴급구제에 대한 시정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장연 회원들은 활동지원서비스의 연령제한을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산을 핑계로 장애인 생존을 무시하는 정부와 보건복지부의 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

또 인권위가 장애인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소재 나라키움저동빌딩에서 활동지원서비스 만65세 연령 제한에 따른 피해자들이 인권위에 제기한 긴급구제에 대한 시정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소셜포커스

지난해 9월 인권위는 장애인 활동지원 중단에 따라 일상생활 유지가 어려운 중증장애인 3인의 긴급구제 요청을 받아들여 긴급지원 대책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진정에서는 다른 결정이 내려졌다. 활동지원 없이 기본적 생활이 불가능한 장애인당사자 14인의 긴급구제 요청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 놓은 것이다.

인권위는 활동지원 서비스 연령제한 문제는 긴급구제 사안이 아니라 입법사안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리적 판단에 따라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었다.

이에 전장연 회원들은 반발했다. 전장연 회원들은 “인권위 상임위원들은 장애인의 긴급한 사안은 판단하지 않은채 법리적 판단만으로 장애인을 외면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장애인의 인권이나 삶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들이 불과 4개월전에 내린 결정을 번복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비판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만65세 이상 장애인 활동지원 중단 해결’을 약속한 것을 되새기며, 대국민 약속 이행을 거듭 촉구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장애인활동지원을 받는 분들이 65세가 되면 그때에는 장애인 지우너으로부터 노인장기요양 대상으로 전환되어 ...(중략)... 시간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받았다. 그 문제도 빠른 시일 내에 저희가 해법을 찾아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1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소재 나라키움저동빌딩에서 활동지원서비스 만65세 연령 제한에 따른 피해자들이 인권위에 제기한 긴급구제에 대한 시정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한 장전장연 회원들의 모습. ⓒ 소셜포커스

전장연 회원들은 대통령 약속 이행을 위해 예산 증액과 법 개정을 촉구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장애인에게 65세가 넘었다고 활동지원 서비스를 제한하고, 노인장기요양으로 하루 4시간 가량 동정하듯 시간을 주는 것은 장애인의 인권을 무시한 채 예산으로 장애인의 인생을 좌지우지 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인권위는 더 이상 중증장애인이 생존의 위협을 느끼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장애인의 생존과 인권을 보장하는 권고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인 인권을 대변하고 있는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20대 국회는 장애인활동법을 통과시키지 못한 채 21대 총선준비에 접어들었고, 보건복지부는 활동지원에 대한 추가 예산 증액 없이 연구용역비로 5억을 추가 배정한게 변화의 전부”라며 “인권위는 장애인의 행복추구가 침해받는 것에 대해 긴급구제 결정을 내려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는 정부와 국회에 각성의 메시지를 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오태 씨가 활동지원서비스 연령 폐지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 소셜포커스

장애인당사자들의 눈물의 호소도 이어졌다. 활동지원 서비스가 128일밖에 남지않은 권오태 씨는 “교통사고로 전신마비의 장애인이 되었지만 활동지원을 통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사는 삶에 대한 자서전도 썼다. 내가 쓴 자서전은 국립재활원에서 좌절하고 있을 척수장애인 병실에 200권 기부되어 희망의 불씨로 전해지고 있다”며 “장애인도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을 전할 수 있는 한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길 바란다. 부탁하다”고 호소했다.

활동지원 종료까지 90여일 밖에 남지않은 한상철 씨는 “아이 때 장애를 갖게 된 후 집에서 나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늘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성인이 된 후 활동보조를 통해 공부도 하고 인간답게 살기 시작했다”며 “이제 활동보조가 종료된다고 한다. 월 500시간을 넘게 받다가 하루 3시간 남짓 시간을 받으면 결국 죽으라는 말이다. 살려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1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소재 나라키움저동빌딩에서 활동지원서비스 만65세 연령 제한에 따른 피해자들이 인권위에 제기한 긴급구제에 대한 시정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한 전장연 회원들의 모습. ⓒ 소셜포커스

정부의 활동지원 서비스 지원 방식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서울 전장연 문애린 대표는 “처음 활동지원을 받을 때 정부가 인정조사를 한다. 그때 내 장애를 1부터 10까지 다 설명하고 나는 얼마나 못하는지 말해야 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피하려고 장애가 있지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필해야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정부가 시행하는 개떡같은 제도에 맞춰 내 장애를 숨겼다 드러냈다 하는 상황이 분통 터지고 절망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표는 “하루 4시간 받으라는 건 죽으라는 말인데, 누가 죽고싶겠나. 왜 죽어야 하나. 우리는 거리에 왜 나왔는가. 결국 살기 위해서이다”라며 “인권위는 65세가 넘어도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꼭 힘을 실어달라. 국가가 못하면 인권위가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인권위 상임위원회에서 거부한 활동지원 만65세 연령제한 긴급구제 안건은 이날 오후 4시 전원위에서 다시 한번 다뤄졌다. 전원위는 ‘만 65세 활동지원 연령제한’ 긴급구제 안건을 비공개로 논의했다.

1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소재 나라키움저동빌딩에서 활동지원서비스 만65세 연령 제한에 따른 피해자들이 인권위에 제기한 긴급구제에 대한 시정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한 전장연 회원들의 모습. ⓒ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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