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이 겪은 '황당한 차별' 어떻게 생각하세요?
청각장애인이 겪은 '황당한 차별' 어떻게 생각하세요?
  • 류기용 기자
  • 승인 2020.02.13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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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무원 채용 시험 면접관이 청각장애인에게 던진 '차별'
‘9급 공무원’ 장애인모집 지원했지만... 편의제공 없이, 차별적 질문만 남발
장애인단체 “국가기관의 차별적 행위, 법원이 바로잡아 달라”
장애인 단체들은 12일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 채용 과정에서 차별에 따라 불합격 통보를 받은 2급 청각장애인 A씨와 함께 투쟁할 뜻을 밝혔다. ⓒ 소셜포커스
장애인 단체들은 12일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 채용 과정에서 차별에 따라 불합격 통보를 받은 2급 청각장애인 A씨와 함께 투쟁할 뜻을 밝혔다. ⓒ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공무원 채용에서 심각한 차별을 겪은 청각장애인이 불합격 통보를 받자 분노한 장애인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한국농아인협회,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 한국장애인연맹(DPI) 등 장애인 단체들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 채용에서 차별에 따라 불합격 통보를 받은 청각장애인 2급의 A씨에 대해 함께 투쟁할 뜻을 밝혔다.

A씨는 상대방의 입술을 읽으며 의사소통을 하는 구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으로, 지난 2018년 제1회 여주시 지방공무원 공개경쟁임용시험 9급 일반행정 장애인 모집에 응시했다. 총 2명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A씨는 유일한 필기시험 합격자였다.

그러나 면접에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면접시험 평가위원들은 A씨에게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항목을 전원 ‘하’로 평가했고, 이어진 추가면접에서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결국 A씨는 ‘미흡’ 등급을 받아 불합격을 통보받았다.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는 장애인단체 회원들 모습. ⓒ 소셜포커스

A씨는 먼저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며 반박에 나섰다. 보통 청각장애인은 수어나 문자(필담)에 의해 면접을 진행하기 때문에 통역으로 인한 시간이 상당수 소요된다. 이 때문에 채용기관에서는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 따라 면접시험의 시간을 연장하는 등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여주시는 이같은 편의를 반영하지 않은 채 면접을 진행했다. A씨는 다른 응시자와 같은 시간동안 면접시험을 치러 상대적인 차별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여주시가 면접위원들에게 장애특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안내한 것도 확인됐다. 면접위원들에게 ‘대화 및 수화 불가능’이라고 사전에 공지하여 청각장애인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하는 수어를 모르거나, 대화가 불가능한 사람으로 오인하게 만들었다는 것.

여주시의 면접전 안내는 장애인을 위한 배려라기보다 선입견과 편견을 심어줄 수 있는 안내에 불과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면접과정에서 나타났다. 면접위원들은 A씨에게 장애에 관한 집중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당시 면접관 3인은 A씨에게 ‘수화를 배우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 집이나 학교에서 의사소통은 어떻게 하냐, 동료들과는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 것이냐, (SNS를 통해 소통하자고 하자) SNS를 쓸 줄 모르는 민원인과는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 것이냐, 장애 때문에 오해와 갈등이 있었던 경험은 무엇인가’ 등의 차별적 질문들만 던졌다,

A씨의 면접시험에서 직무수행에 관한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은 전혀 없었다. 면접관들은 A씨의 의사소통 방식을 문제삼기 위한 질문들만 던졌다.

장애인 단체들은 12일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 채용 과정에서 차별에 따라 불합격 통보를 받은 2급 청각장애인 A씨에 대해 함께 투쟁할 뜻을 밝혔다. ⓒ 소셜포커스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다른 면접위원의 편견을 강화할 수 있는 장애 관련 질문들을 통해 저를 위축시켰다”며 “결국 직무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질문과 답변을 하는 시간은 전혀 없었다. 면접관들의 관심은 제가 가진 직무능력이 아니라 장애였다”며 분노했다.

이어 A씨는 “여주시에서 면접시험을 시행하면서 장애인 편의제공 안내 및 편의제공 신청 기회 등 기본적인 안내와 절차도 이행하지 않았는데 판결문에는 ‘흠결이 있으나 경미하다고 본다’고 판결했다”며 “지방자치단체인 여주시와 다투는 과정에서 국민이지만 저와 같은 중증장애인은 국민이 아닌 것 같은 소외감과 서운함을 느껴야만 했다”며 1심 판결에 대한 유감을 드러냈다.

김정선 부회장.
김정선 부회장.

국가기관의 부당한 처사에 장애인 단체도 강한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농아인협회 김정선 부회장은 ”민간기관이 아닌 국가에서 채용하는 공무원시험 과정에서 장애인 차별이 발생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평등한 채용에 모범이 되어야 할 국가기관에서 차별이 일어나면 그 파장은 민간기업 그리고 사회 전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김 부회장은 ”문제를 올바로 보지 못하고 1심을 선고한 법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올바른 결정이 하루빨리 이뤄져 수어를 사용하는 농민만이 아니라 난청인들을 포함한 청각장애인 모두에 대해 차별이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철환 활동가.
김철환 활동가.

또 장애벽허물기 김철환 활동가는 ”국가기관에서 무너진 장애인 고용과 차별 사건들을 법원에서 바로잡아 장애인에게도 고용차별 없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며 ”장애인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사회의 일원으로 더불어 살 수 있도록 법원은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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