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협박, 학대에도... 말 못하는 '장애인 체육선수들'
폭력, 협박, 학대에도... 말 못하는 '장애인 체육선수들'
  • 류기용 기자
  • 승인 2020.02.13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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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13일 장애인체육선수 인권실태 결과 발표
지난 2012년 이후 조사된 적 없어... 폭력 22.2% 성폭력 9.2% 경험
신고 후 2차 피해 경험 67.3%... 말하지 못하는 현실
장애인 볼링 선수의 모습.
장애인 볼링 선수의 모습. ⓒ 소셜포커스(이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함)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장애인 체육선수의 인권침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13일 오후 3시부터 장애인 체육선수들의 인권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고, 향후 대책 마련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하여 지난해 장애인 체육선수 1천554명을 대상으로 학습권, 건강권, 재생산권, 폭력 및 성폭력 피해경험 등 인권 상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여 많은 관심을 모았다.

■ 폭력 피해자 22.2%, 성폭력 경험도 9.2%... “주로 지도자... 체육활동 공간에서 피해 발생”

인권위에 따르면 장애인 체육선수 중 폭력이나 학대 피해 경험자는 354명(22.2%), 성폭력 피해에 대한 경험도 143명(9.2%)으로, 많은 선수들이 성폭력 등 신체 자유침해와 스포츠 활동 과정에서 차별 및 거부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부분의 선수들이 협박이나 욕, 모욕적인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과도한 훈련이나 기압, 얼차려 등 체발과 구타(폭력)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표-1] 장애인 체육선수 폭력 및 학대 피해 경험. (제공_국가인권위원회)
[표-1] 장애인 체육선수 폭력 및 학대 피해 경험. ⓒ 소셜포커스(제공_국가인권위원회)

또 장애유형에 따른 피해상황을 보면 정신 장애인들의 피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증 정신적 피해자는 전체의 45.5%에 달했으며, 중증 및 경증 신체 장애인이 각각 2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장애인 체육선수들의 학대 가해자의 대부분은 감독이나 코치로 전체의 49.63%로 가장 높았으며, 주로 훈련장(59.4%)이나 경기장(30.7%) 등 체육활동이 행해지는 공간을 중심으로 학대나 폭력이 이뤄졌다.

■ 성폭력에 내몰린 장애인 체육선수들... 신고 후 2차 피해 경험도 67.3%

이번 인권위 조사에서 장애인 체육선수들의 성폭력 피해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제적 추행이나 강간을 포함한 육체 5.7%, 언어 6.1%, 시각적 성희롱 6% 등 성폭력 피해자가 장애인 체육선수의 9.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통계는 2019년 특별조사단이 타분야 성폭력 피해 경험을 조사한 초등 2.4%, 중등 5%, 고등 4%, 대학생 9.6%, 성인선수 11.4%와 비교할 때 결과와 큰 차이를 보였다.

성폭력 유형별 피해 경험률. ⓒ 소셜포커스(제공_국가인권위원회)

이 외에도 폭력 가해자의 50%는 감독이나 코치 등 지도자, 32%는 선배선수로 전체의 82%에 해당했다. 이같은 문제는 피해자의 신고를 어렵게 했다.

피해자 중에서 운동부 내·외부 기관으로 신고나 도움을 청한 경우는 15.5%에 불과했고,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보복이나 선수생활에 불리할까봐’라는 응답이 36%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장애인 체육계의 자체적인 구제 절차와 장치는 매우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선수들이 내·외부 기관이나 지도자, 동료선수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67.3%에 이르는 다수가 오히려 불이익 처분 등 2차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2차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피해자들은 ▲‘기관에서 가해자가 운동부 지도자 및 동료들에게 자신에게 유리한 말로 피해 상황을 다르게 알렸다’는 응답이 19.2%로 가장 많았고 ▲‘신고 기관에서 오히려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화해나 합의를 유도하였다’13.5% ▲‘가해자가 직접 혹은 동료들을 통해 나를 따돌리거나 불이익을 주도록 했다’13.5% ▲‘신고기관에서 나를 보호하지 않거나, 나의 사건 접수를 운동부 지도자와 동료에게 내 허락도 없이 알렸다’ 11.5% 등으로 답해 심각한 2차 피해 사례를 호소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지난 2012년 장애인 체육선수 직권조사 이후 6년간 실태조사를 비롯한 현장 모니터링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외부적으로 문제를 발설하지 못하는 체육계의 구조적 폐쇄성과 내부 자정작용을 통한 인권 침해 구제의 한계가 동시에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 수업 빠지고 훈련하는 ‘학습권 침해’... 생리도 미뤄가며 뛰는 선수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체육선수들의 학습환경 문제도 심각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대회 출전이나 시합준비로 학교 수업에 빠지는 경우에 대해 136명(66.7%)가 있다고 답했으며, 대부분의 장애학생들이 학부모나 본인 스스로 학습 자료를 이용하여 수업을 보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장애 여성선수들의 건강권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장애여성 선수들의 28.9%가 생리로 인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경기출전이나 훈련이 어렵다고 말했지만 거부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여성 선수의 18.9%는 경기나 중요한 시합을 위해 피임약을 먹고 생리일을 미룬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 참여한 A선수는 “선수가 알아서 참고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지 생리를 한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주변 동료 선수들이 약을 먹고 생리시기를 조절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시합을 앞두고는 많이들 하고 있다. 시합이 우선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장애인 탁구 선수의 경기 모습. ⓒ 소셜포커스(이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인권위 “장애 체육선수, 심각한 사각지대 놓여있어... 향후 개선안 시급히 마련할 것”

이번 조사에 참여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징애 체육선수들의 심각한 인권 침해 상황을 지적하며 시급한 개선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구체적으로 ▲장애인 체육선수 지도자에 대한 장애 감수성 및 인권 교육 의무화 ▲이천훈련원 및 지역 장애인체육회 내 인권상담 인력 보강 및 조사 절차의 독립성 강화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 및 공공 체육시설에 대한 장애영향평가 실시를 통한 시설 이용·접근의 장애요소 점검 및 장애친화적 시설환경 조성 등의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정책간담회를 통해 개선할 정책들을 마련하고, 순차적으로 적용해 나갈 것”이라며 “전문가 및 관계기관 등의 지속적인 관심 부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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