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우한폐렴 ‘공포의 두달’... 마스크 없이 갇힌 장애인
중국우한폐렴 ‘공포의 두달’... 마스크 없이 갇힌 장애인
  • 류기용 기자
  • 승인 2020.03.03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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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 열어
시ㆍ청각장애인 위한 '코로나19' 대응책 마련 촉구
'정보접근성, 마스크 구입, 수어통역 제공' 등 개선안 전달
장애인 단체들은 2일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시ㆍ청각장애인 지원방안을 정부가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코로나19로부터 장애인의 안전도 지켜주십시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시ㆍ청각장애인들이 정부에 구호의 손짓을 보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을 비롯한 5개 단체는 2일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바이러스 지역감염이 현실화되는 위기상황 가운데 시ㆍ청각장애인들이 무방비로 감염에 노출되어 있는 열악한 현실을 호소하며 정부에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방송에서 코로나19 브리핑을 하는데 수어통역사 팔만 보이고 통역이 안보여요. 진료소에 가서 검진을 받고 싶은데 통역사가 없대요” - 청각장애인 A 씨

“정부에서 마스크를 살 수 있더고 한다는데 정보가 없어서 어떨게 구입할지 모르겠어요, 매일 불안해서 떨고있어요” - 시각장애인 B 씨

“코로나19 때문에 자조모임은 엄두도 못내요. 유일한 나들이가 막혀서 감옥처럼 갇혀서 살고있어요. 몸이 안좋아서 1339에 전화하면 주변 병원에 가보라고 하지만, 저는 혼자 병원을 찾아갈 수 없어요. 어떻하죠” - 시ㆍ청각장애인 C 씨

지난해 12월 국내 언론들을 통해 중국 우한시에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했다는 소식이 전해진지 두 달. 현재 국내 누적 확진자는 4천812명, 그 중 사망자는 28명에 이른다.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 소셜포커스(제공_질병관리본부)

그동안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대처는 여러번 도마위에 올랐다. 정부 브리핑에 수어통역을 제공해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차별 진정이 제기됐고, 질병관리본부 종합콜센터 1339나 보건복지 콜센터 129에 청각장애인이 상담받을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을 요구하는 항의가 잇따랐다.

또한 청도 대남병원의 폐쇄병동에서 집단 감염된 정신질환자들을 ‘코오트 격리’하여, 장애인 단체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대남병원의 집단감염과 장애인 죽음의 배경에는 정부의 미흡한 대책이 발단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시ㆍ청각장애인 지원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 소셜포커스

이같은 장애인 단체의 지적에 따라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인권위에 차별진정이 제기되자 즉시 정부 브리핑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했고, 각 방송사나 지방자치단체 발표에도 수어통역이 시작됐다.

폐쇄병동 ‘코오트 격리’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었던 정신장애인들은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옮겨져 치료를 시작했다. 조금씩 바뀌는 상황에 일부 언론에서는 칭찬의 목소리도 나타났다.

그러나 시ㆍ청각장애인들은 여전히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정부의 변화의 움직임은 긍정적이나 여전히 코로나19에 그대로 노출된 채 살아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마스크’를 장애인이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정부에서 공식 판매처로 발표한 농협 하나로마트, 우체국에는 수어통역사가 없다. 어디서 어떻게 팔고 있는지 제대로 된 정보 접근이 어려운 상황에서 마스크 구입은 불가능에 가깝다.

시각장애인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동서울자립생활센터 오병철 센터장은 “정부에서 마스크를 판매한다고 발표했지만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사야 하는지 알수 없다”며 “장애인이 정부에서 제공하는 손소독제, 마스크 등을 구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탄했다.

시·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손잡다 조원석 대표는 “결국 매번 활동지원사에게 부탁하여 마스크를 구입하고자 하지만, 이미 시중에서 마스크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직접적으로든 지역복지 시설을 통해서든 장애인 가정에 마스크를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ㆍ청각(중복)장애로 인해 촉수어를 통해 의사소통하는 조원석 대표 모습. ⓒ 소셜포커스

정부가 지원하는 정보접근에 열악한 장애인의 삶도 조명됐다. 특히 정부에서 제공하고 있는 수어제공에 허점이 낱낱이 드러났다.

긴급재난문자나 보건복지부 콜센터 129, 질병관리본부 종합상담센터 1339 등이 시청각장애인은 물론, 중복장애인에게 큰 벽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각장애인 이목화 씨는 “정부 브리핑에서 제공하고 있는 수어통역은 너무 작아 잘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 발표에서 질병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를 하는 것은 좋으나, 수어를 사용할 줄 모르는 청각장애인은 마스크로 인해 전혀 소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개선을 촉구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청각장애인 김여수 씨는 “지난달부터 정부에서 상담센터를 통해 제공하는 수어상담은 낮 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다”며 “만약 청각장애인이 밤에 갑자기 아프거나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물어볼 수 있는 곳도, 관련 정보를 알 방법도 없는 속수무책 상황”이라며 정부의 반쪽 대응을 꼬집었다.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시ㆍ청각장애인 지원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 소셜포커스

장애벽허물기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한 현실적인 개선 방안을 즉각적으로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상담 및 연락망 구축 ▲정보접근과 소통 강화 ▲방송접근성 확대 ▲마스크 등 구매대안 마련 ▲수어통역 전문인 양성 및 확보 ▲교육물 접근 및 돌봄 확대 등의 정책 개선을 촉구했다.

장애벽허물기 김철환 활동가는 “상담 및 연락망 구축, 정보제공, 온라인 교육내용 접근성 강화 등을 담은 요구안을 금일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라며 “향후 수어통역 제공 미비 등을 이유로 인권위에 차별진정을 제기할 예정이며,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을 실행하여 감시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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