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소외자들의 생존법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소외자들의 생존법
  • 서인환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20.03.0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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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도 제작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메인 포스터

 

히가시노 게이고는 1958년 생으로 도쿄를 무대로 작품을 쓰는 작가이다. 학창시절 국어성적이 매우 불량하였고, 자동차 부품회사에 취직하였다가 등단한 작가이다. 주로 추리소설을 쓰지만 사회풍자 소설을 쓰기도 한다.

게이고는 예술성을 지향하기보다 통속적인 추리소설을 쓰기에 그의 글은 매우 쉽고 부담 없이 잘 읽혀 내려가는 소설로 알려져 있지만, 대중적 인기 속에 최고의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의 작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추리소설인가 고민하게 한다. 미스터리 즉 불가사의성을 가지고 있고, 서스펜스와 의외의 결말을 어느 정도 가지고는 있지만 구성면에서는 매우 약하다. 범죄자가 주인공처럼 등장하지만 범죄소설은 아니다. 서스펜스(긴장)는 추리소설에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의외의 결말 역시 추리소설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흥미를 위해 환타지를 조금 가미한 평범한 삶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범죄자가 등장하여 시작부분은 추리소설적 구성으로 출발하지만 추리적 요소는 범죄를 저지르고 잠시 도피한 ‘나미야 잡화점’이 시공간을 초월한 장소라는 점에서 추리소설보다는 환타지 소설에 더욱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의 시대 변화와 부동산 부흥, 올림픽 보이콧, 시대별 경제 변화 등의 일본의 현실을 환타지와 믹스를 하였다.

쇼타, 아쓰야, 고헤이 세 사람은 강도를 하고 도주하기 위해 자동차를 훔쳐서 달아나지만 자동차가 고장이 나서 걸어서 나미야 잡화점의 빈 집에 숨어든다. 추리소설이란 선입견 때문에 세 사람의 캐릭터가 어떻게 다른지에 집중하며 읽게 되는데, 사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글을 다 읽고 나면 알게 된다. 독자들의 기대를 전혀 엉뚱하게 이끌어감으로써 독자의 뒤통수를 한 대 때리는 맛이 있다.

나미야 잡화점에 ‘달 토끼’라는 운동선수로부터 상담편지가 우편함에 들어온다. 애인이 암에 결려 간병을 해야 하는지, 올림픽 출전을 위해 훈련을 열심히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상담이다. 애인과 영상으로라도 같이 있고 싶다는 글에서 스마트폰에 대해 이해를 못하는 것을 알고 1970년대의 편지임을 눈치를 챈다. 선수의 꿈과 현실에서 애인은 꿈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상담은 현실과 인연과 사랑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해 준다.

나미야 잡화점의 나미야 할아버지는 도시 개발로 변두리가 되어버린 잡화점의 영업이 적자를 내지만 병든 몸이지만 상담편지에 몰두하게 된다. 나미야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40년이 지나 그 동안의 상담에 대해 도움이 되었는지 아들에게 공고를 내어 알아보도록 유언을 하였는데, 인터넷 광고를 보고 들어온 편지와 40년 전의 편지가 기간을 초월하여 거의 동시에 들어온다. 그리고 세 범죄자가 답한 것도 나미야 할아버지의 편지로 둔갑하여 섞이게 된다.

무명 음악가 가쓰로는 생선가게를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것인지, 음악을 계속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가쓰로 부모는 어렵게 대학을 보내어 주었는데, 가업을 이어받지 않고 그렇다고 성공 가능성도 희박한 음악을 계속할 꿈을 가지게 된다. 할머니의 장례식으로 고향에 오면서 꿈을 접기로 하는데, 음악을 하겠다고 했을 때의 부모의 실망과 포기할 때의 부모의 실망이 겹쳐진다. 부모는 처음에는 반대를 하였지만 자식이 원하기에 그래도 꿈을 존중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고민을 접한 나미야 잡화점의 응답은 가족이 중요하며 취직이 너무나 어려운 시대에 그래도 가업이 있는 배부른 소리라고 말한다. 환광원이란 아동보육원에 성탄 봉사활동을 가게 되는데 불이 나서 장애아이를 구출하고는 자신은 희생되고 만다. 가쓰로의 곡은 장애아이의 누이가 이어받아 가수가 되는 밑거름이 된다.

‘그린 리버’라는 여성은 유부녀와 사랑을 하여 임신을 하게 되었다. 아이를 낳아야 할지 말지에 대해 상담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의 아들이 자라 상담에 대한 ‘부활’(40년 후 상담의 영향에 대한 편지를 기다리는 인터넷 블로그)이 있는 날 그녀의 아들이 편지를 보낸다. 아들은 보육원에 맡겨져 자신이 버림을 받은 것에 대해 비관하고 있었는데, 혼자 아이를 키우기에 힘들어 자살한 것처럼 되어 있으나 비관하여 자신이 자살을 시도한 후 병원에서 어머니가 자살한 것이 아니라 사고사였으며, 자신을 살리기 위해 어머니가 최선을 다한 것을 알게 된다. 그는 같은 보육원 가수의 매니저가 된다.

고스케는 부유한 기업가의 아들로 비틀즈에 심취하여 남부럽지 않게 살다가 기업이 부도가 나 야반도주를 하였다. 부모를 따라 도주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담편지를 보내었는데, 그래도 가족이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야반도주를 부모와 같이 하다가 휴게소에서 혼자 길을 떠난다. 고스케는 보육원에 들어와 친구들을 사귀지 못하고 외로움을 목각을 하며 지내다가 목각전문가가 된다. 나중에 40년 후의 상담편지 부활에 의해 부모들은 자살을 하게 되고 자신도 같이 자살한 것으로 처리된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처리한 것이 부모의 마지막 사랑임을 알게 된 것이다.

자신이 비틀즈를 알게 된 것은 친척 형의 죽음으로 물려받은 비틀즈 음반 덕이었는데, 성장하여 고향에 와서 들른 술집에서 흘러나오는 비틀즈 음반이 야반도주하기 직전 중학교 친구에게 판 음반을 그의 여동생이 바를 차려 자신의 음반을 틀어준 것을 알게 된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스틸컷

‘길 잃은 강아지’라는 가명을 쓴 상담 이야기도 나온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보육원에서 자라다가 할머니 댁에서 살게 된 자로서 여상을 나와 취직을 했으나 수익도 변변치 않고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도 못하는 것 같아 호스티스로 일하게 되었는데, 회사는 그만두고 호스티스에 전념하여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상담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가 아닌 세 명의 범죄자가 상담해 준 것은 정말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앞으로 부동산과 IT가 돈이 될 것이니 그런 직종에 전념해 보라는 것이었다. 미래에서 과거의 인물에게 예언하는 힌트를 알려 준 것이다.

이로 인해 ‘길 잃은 강아지’는 부자가 되었고, 나미야 잡화점에 머문 범죄자들은 그 부잣집을 털어 피신한 것인데, 알고 보니 같은 보육원 출신이고 보육원의 화재와 어려워진 경영을 위해 보육원을 돕고자 하는 것이 보육원을 매입하여 러브텔을 지으려는 것이 아님을 알고 빼앗은 것을 돌려주기로 한다.

시즈코는 하루미의 이웃집 언니다. ‘길 잃은 강아지’가 하루미이고, ‘달 토끼’는 시즈코이다. 시즈코는 애인이 죽은 후 대형마트 점원으로 열심히 살아간다. 실명을 이야기 끝 부분에서 알려준다.

이야기는 과거에서 미래로, 자신의 음반이 들고돌아 다시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환원되는데, 보육원 이름인 ‘환광원’에서 환원되는 꿈으로 연결된다. 상호작용 또는 메아리가 되는 것이다. 이야기의 주 무대가 잡화점이지만, 상담 내용은 모두 환광원과 연결되어 있다. 시즈코는 한광원 출신의 성공신화인 하루미에게 잡화점의 상담편지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비틀즈 노래의 ‘Let It Be(순리대로)'처럼 고민은 다 지나가리라’라는 의미가 상담 내용이나 민초들의 삶에 전반적으로 녹여져 있는 것 같다. 방황하거나 소외된 자들이 각자가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것은 순리대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과거를 회상해 보면 모두가 그렇다. 아무리 막다른 길에도 탈출구가 있고, 버려진 삶이라고 생각되는 것에도 누군가의 사랑이 있다.

누군가는 꿈을 포기하고 보육원의 화제라는 특수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희생되고, 그 사람의 꿈을 이어 한 원생이 가수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여 부자가 되지만 그 길은 예언처럼 앞을 볼 수 있는 능력의 힘이기도 하고, 잡화점에 침입한 범죄자들이 보육원 출신으로 살기가 어려워 강도짓을 하지만 그것은 같은 보육원 출신의 자신들의 과거로 보낸 편지로 인해 부자가 된 결과물을 빼앗은 것이다. 이렇게 세상은 돌고 돌면서 ‘랫 잇 비’가 실현된다.

이루고자 하는 꿈과 현실 속에서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후회 없는 가치를 부여하며 현실에 안주하기도 하고, 소외가 오히려 장점이 되어 꿈을 가지게도 되며(목각), 꿈을 자신이 이루기보다 다른 사람이 이루도록 자극제 역할을 하기도 하고(가수), 꿈을 이루어 소외자들의 우상이 되기도 한다(하루미).

소설에서 꿈을 이루기 위한 모든 사람들은 선량한 사람들이다.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여 부자가 되지만, 보육원의 경영을 돕고자 하고, 보육원 화제가 일어나자 모두들 달려와 도우려고 한다. 그리고 범죄자들도 자신들이 실직자로서 살기 위해 범행을 하지만 그 상대는 보육원에 해를 끼칠 사람으로 여겨지는 자를 상대로 삼는다. 그리고는 오해임을 알고 자수를 결심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장애인은 누나와 함께 입소한 아이로, 어머니가 결혼을 실패하고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지만 새 아빠의 폭력으로 시설에 들어오게 되는데, 누나는 유명 가수로 성장하지만 장애아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구체적 스토리가 없다. 장애아는 누나와만 이야기한다고 하지만, 무명가수와 대화를 하는 것에서 모순이 되고, 주요 인물로는 다루어지지 않는다. 장애인은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에 그치고 만다. 그의 꿈이나 생존법은 다루어지지 않는다. 소외자 중에서도 단지 소재로만 사용되고 주인공이 되지 못한다. 이것이 추리소설가의 한계였을 것이다.

소설에서 보육원이면 원장이 있을 것인데, 관장이라고 표현되어 작가가 시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복지시설이면 경영이 어렵다고 투자자에 의해 러브텔로 변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거주시설이기는 하지만 보육원이니 성장기의 한시적 임시 거주시설로 탈시설을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시설이 불이 나서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만 표현된 것은 아쉬운 점이다.

이러한 보육원에 뿌리를 둔 사람들이지만 성장하여 다양한 사회 진출을 한다는 것은 그래도 다행이다. 시설 출신들은 자신들끼리의 끈끈한 결속력이 있음을 보여주고, 어려우면 도와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도움을 주는 자들은 꿈을 이룬 자들이다.

이 소설은 나미야 잡화점이 과거와 미래를 편지로 연결하는 통로이지만 사실은 환광원이라는 보육원의 이야기로 주 무대는 보육원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추리소설의 속성인 긴장은 사실상 없고 불가사의한 잡화점의 구성을 제외하면 아프고 힘들며 막다른 길에 몰린 사람들의 삶의 잔잔한 이야기인 것이다. 소설의 이야기집의 기둥은 잡화점과 보육원의 화제사건이다.

작가가 자동차 부품회사를 다니던 것을 접고 이야기꾼으로 변화한 것처럼 작가로서 부유해진 자신의 기적적인 삶을 이 소설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그 비결은 상담은 결국 자신의 결정을 지지받고 싶어서 또는 참고하기 위해서이지, 결국 결정의 책임은 자신이며, 상담자도 내담자 못지않게 상담 후 상호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고민에서 어떤 선택을 하면 순리가 결과를 만들어 준다는 이야기가 소외자들도 그럭저럭 노력하면서 살아진다는 ‘렛 잇 비’를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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