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냉이 물 먹이고 화장실 자주 간다고 때려” 악몽같았던 시설의 기억
“고추냉이 물 먹이고 화장실 자주 간다고 때려” 악몽같았던 시설의 기억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3.04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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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장애인 학대한 시설 종사자 5명 검찰에 고발
과거 보조금 횡령 등으로 고발됐던 시설로 드러나
경기도 소재 한 중증장애인거주시설에서 일부 종사자가 장애인에게 상습적인 욕설과 폭행을 가하고 고추냉이 물을 먹이는 등 학대한 사실이 드러났다. ©News1
경기도 소재 한 중증장애인거주시설에서 일부 종사자가 장애인에게 상습적인 욕설과 폭행을 가하고 고추냉이 물을 먹이는 등 학대한 사실이 드러났다. ©News1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말을 듣지 않는다고 주먹으로 뺨을 때리고 목에 헤드락(head rock)을 걸었어요.”

2019년 10월 15일, 경기도 소재 중증장애인거주시설 ㅇㅇㅇ의 집에서 시설 거주 장애인이 폭행당했다는 진정서가 접수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같은해 12월 18일부터 20일까지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해당 시설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CCTV로 확인한 바 시설 곳곳에서 욕설과 폭력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일부 종사자들은 시설 거주 장애인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머리와 얼굴 부위를 수차례 구타하고 바닥에 넘어뜨렸다. 시설 이용자 A씨가 같은 방 이용자 B씨의 얼굴을 꼬집으려하자, A씨의 뺨을 때리고 바닥에 밀쳐 넘어뜨리는 폭행 장면이 고스란히 CCTV에 담겼다.

심지어 A씨의 문제행동을 시정하겠다는 목적으로 고추냉이 섞은 물을 강제로 먹인 사실도 드러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목격자 및 피해자는 “대소변을 자주 본다는 이유로 뒷통수와 엉덩이를 맞았어요”라며 “XX, 바보” 등 핀잔을 주고 욕을 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 C씨는 “말을 듣지 않는다고 주먹을 이용해 뺨을 때리고 목에 헤드락(상대의 머리를 옆구리에 끼고 죄는 레슬링 기술 중 하나)을 걸었어요”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 외에도 식사지원과정 중 이용자들에게 “XXX아, 밥 천천히 먹으라고” 등 욕설 섞인 발언을 서슴치 않았고 소리를 지르는 등 위협을 가했다. 심지어 신변 처리가 어렵다며 식사량을 밥 한 두 숟가락로 줄이는 등 가학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설은 2014년 보조금 횡령 및 이용자 제압복(소매가 막혀 있어 양팔을 움직일 수 없게 되는 옷) 착용 혐의로 고발된 곳이라는 점도 분노를 샀다.

당시 관련자들에게 벌금 300만원 선고 및 1차 행정처분(경고)이 내려졌고 2017년에는 이용자 감금 및 무면허 의료행위로 고발되어 약식벌금 200만원 선고 및 2차 행정처분(시설장교체)이 이뤄졌었다.

인권위는 “시설 이용자인 중증 장애인은 스스로 방어할 능력이 부족하므로 경미한 안전사고가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보호할 의무가 있는 시설 종사자의 책임이 막중하다”며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사고가 발생해도 신속히 외부 병원으로 이송시켜 진료를 받게 하거나 관련 내용을 일지에 기록하지 않고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거주 장애인에 대한 기본적 의무도 해태했다”고 비판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서울특별시장 및 해당 구청장에게 피해자들을 폭행·학대한 시설 종사자 5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할 것과 해당 시설을 폐쇄 조치하도록 행정 처분을 권고했다. 이 외에도 ▲ ‘사회복지사업법’ 제 26조에 따라 해당 시설 위탁법인에 대한 설립 허가 취소 등 필요한 행정처분 ▲ 장애인 학대신고 의무를 위반한 전 사무국장에게 과태료 부과 ▲ 유사사례 방지를 위해 해당 시설을 비롯한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한 철저한 지도·감독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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