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장애인의 노후가 행복하려면?
고령장애인의 노후가 행복하려면?
  • 노인환 기자
  • 승인 2018.11.15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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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고령장애인 지원방안 모색토론회'가 개최됐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한국장애인부모회는 지난 14일 서울시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고령장애인 지원방안 모색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토론회는 ‘고령장애인 노후, 필요한 준비와 지원방안은 무엇인가?’라는 큰 주제로 1명의 발제자와 6명의 토론자들이 각자의 의견을 발표했다.

발제를 맡은 루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노승현 교수는 ‘고령장애인 지원을 위한 장애정책의 과제’를 다루며 발표를 시작했다.

노 교수는 “장애인이 특정연령이 될 때 그동안 지원받던 서비스가 단절돼 버린다. 장애인이 고령화될수록 관련 서비스의 욕구는 증가하지만, 반대로 서비스 지원은 감소하는 ‘서비스의 역설’이 발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장애인의 지원정책이 나이에 맞춰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조기노화를 겪는 장애인들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40세’부터 고령장애인으로 편입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책상 문제점으로는 장애-노인 간 서비스가 너무 포괄적으로 묶여 있어 서비스의 질이나 적용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발제 중 가장 중점적으로 강조한 사항은 고령장애인의 ‘활기찬 노후 보장’으로, “고령장애인들은 끊임없이 당사자 간 모임, 정체성 증진 상담, 정보공유 활동 등 사회적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활기찬 노후의 구성요소를 건강·참여·안전 등 3가지로 나누어 국내·외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발제가 끝난 후 지정토론이 진행됐으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훈 정책연구원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정책실장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이상용 사무국장(김태현 정책실장 대리)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강민 조직실장 ▲영등포장애인주간보호센터 원유상 원장 ▲서울시농아노인지원센터 박인아 센터장순으로 발표했다.

발제 이후 지정토론에 앞서 한신대학교 재활학과 변경희 교수(왼쪽에서 4번째)가 좌장으로서 토론회 개요를 소개하고 있다.

◆ 고령장애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훈 정책연구원은 “장애와 노인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있지만 고령장애인에 대한 세밀한 정책이나 제도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의 경우 조기노화를 겪기 때문에 고령자로 인식하는 기준이 비장애인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국은 지적장애인의 경우 50세, 다운증후군은 40세부터 노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장애인의 조기노화를 고려해 노화정도에 따라 고령자서비스에 준하는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와는 다른 선진국의 사례를 제시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정책실장은 “최중증 장애인들의 최근 3년간 평균수명이 69.3세로 전체 국민의 기대수명보다 약 13세가 정도가 낮다”며 “실제 노령연금을 지급받는 기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는 고령장애인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65세라는 생물학적 기준을 고령장애인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강민 조직실장도 고령장애인의 나이 기준에 대해 현행 제도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문제는 65세 이상 노인들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장애인활동지원이 중지되고 노인장기요양으로 강제 전환된다는 점”이라고 말한 뒤, “만 65세가 다가올수록 장애인들은 기존 서비스 영역에서 배제될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첨언했다.

◆ 고령장애인 생물학적 나이 아닌 ‘신체적 나이’로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이상용 사무국장은 “고령장애인의 기준이 대체 뭘까?”하는 의문점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만성통증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을 앓고 있어 조기노화에 크게 노출돼 있다고 말하며 “고령장애인을 규정할 때는 숫자가 가지는 나이가 아니라 ‘신체적 나이’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영등포장애인주간보호센터 원유상 원장은 “발달장애인의 경우 30대 중반이 되면 보호시설에서 나가야 한다”고 한 뒤 “발달장애인은 30대부터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노인보다 더 많은 케어가 필요한 발달장애인은 그 연령기준을 현 법적 나이로 통용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 고령장애인의 활기찬 노후? 빈곤부터 해결돼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정책실장은 앞서 발제에 제시됐던 ‘활기찬 노후’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고령장애인의 최대 취약점은 ‘경제적 빈곤’이기 때문에 빈곤해결이 우선되지 않는 한 활기찬 노후는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장애인의 31.1%가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절대적 빈곤층’이며, 이보다 더 열악한 고령장애인은 생계유지가 더욱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등포장애인주간보호센터 원유상 원장도 ‘활기찬 노후’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내비쳤다. 그래도 추진한다면 노인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에 고령장애 영역별 프로그램 개설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아동 및 청소년 장애인들에 대한 프로그램은 많지만 고령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은 너무 적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농아노인지원센터 박인아 센터장도 “행복한 노후, 활기찬 노후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15가지 장애유형에 각각 적용시킬 수 있는 대안이 나와야 한다”며 “장애인의 다양성을 고려한 ‘활기찬 노후’가 돼야지 이를 포괄적으로 묶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 정부의 예산·정책 마련 없이는 불가능

지정토론자들이 하나같이 주장한 사안은 ‘정부의 예산과 정책적 뒷받침이 없다면 고령장애인의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토론자들은 고령장애인의 보조금(기본소득), 보호시설(복지관, 거주시설 등), 관리인력 등 예산과 이를 근거할 정책이 없다면 꿈같은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정책과제로는 현 정부의 장애인정책과 노인정책이 너무 포괄적이기 때문에 고령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시농아노인지원센터 박인아 센터장은 “노인서비스에 대한 현 정책은 고령장애인을 고려하지 못한 인권차별이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제도 밖에서 보호받지 못한 고령장애인들의 법적 안정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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