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 개선 가능할까?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 개선 가능할까?
  • 노인환 기자
  • 승인 2018.11.15 18:17
  •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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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 장애인 당사자 의견 반영됐나?
정부-장애계, 이해관계에 따라 시각 차이... 개선안 합의 쉽지 않을 듯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 개선을 위한 정책간담회'가 14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장애등급제 폐지 시행을 앞두고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 개선 방향에 대한 정부와 장애계의 논의가 진행되었으나 아직도 이해관계에 따라 시각 차이가 크고 개선안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상임대표 김광환)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상임대표 홍순봉)이 공동으로 주관한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 개선을 위한 정책간담회’가 15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번 간담회는 국회의원 오제세 의원실과 장애인공동네트워크가 공동주최로 참여했다.

이번 세미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오제세 의원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김광환 상임대표의 축사와 인사말로 시작됐다. 이어 보건복지부 정순길 서기관의 ‘장애등급제 폐지 추진방향 및 민관협의체 논의현황’에 대한 발표로 세미나가 진행됐다.

정 서기관은 “장애인 정책, 서비스 등이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며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장애등급제 폐지와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의 지속적인 검토를 통해 장애인서비스의 기준을 새롭게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비스지원종합조사표는 장애유형별 특성과 장애인들의 서비스 욕구를 반영하는 데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3차에 걸친 시범사업을 통해 시스템과 현장조사의 체계적 차이점이 발견됐으며, 조사표가 더욱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평가에 기초해 마련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지정간담회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실장,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이연주 팀장, 한국농아인협회 김수연 부장,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홍현근 국장,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 윤선희 사무총장,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이영정 사무처장,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박혜경 상임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등 총 8명으로 진행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토론자들로 왼쪽부터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박혜경 상임대표,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 윤선희 사무총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실장, 보건복지부 정순길 서기관

◆ 종합조사표 ‘과연 장애인 당사자 의견 반영됐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이번 조사표는 객관성이 부족하다. 대체 어떤 전문가가 작성했길래 이것을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나”라며 “장애인의 서비스 욕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15개 장애유형을 이 개정된 조사표에 모두 반영이 시킬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발표를 마쳤다.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이영정 사무처장은 “신장장애는 신체 내부기관의 손상이 신체기능에까지 크게 지장을 주어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사회활동참여에도 제약을 받는 장애유형이다”며 “현 인정평가표의 평가항목에 의한 배정점수로는 이와 같은 어려움이 점수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한국농아인협회 김수연 부장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기 위한 인정 조사표는 대부분의 영역이 신체활동에 국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은 “의사소통 지원이 필요한 청각장애인은 대상이 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며 “청각장애인에 대한 별도의 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조사표를 보면 '식사하기'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것이 시각장애인에게 적용될 경우 '식사'의 의미에만 초점이 맞춰질 뿐 제약사항에 대한 요건이 배제될 수 있는 위험성이 커진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실장은 "나는 장애 2급이지만 이번에 개정된 조사표의 '직장생활' 점수는 0점이다. 무슨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겠냐"며 조사표 실효성의 부재를 지적했다.

◆ 장애인을 위한 돌봄지원서비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홍현근 국장은 조사표의 ‘돌봄지원’이라는 용어 사용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홍 국장은 “돌봄은 치료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며 “지금은 장애인복지의 패러다임이 재활에서 자립으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인데, 다시 치료의 시대로 복귀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장애인등급폐지 및 장애인서비스와 관련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실장은 “여전히 장애등급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서비스 비용 증가와 서비스 이용에 대한 피로도가 증가하며, 장애인 당사자는 자립생활이 아닌 돌봄지원서비스 대상자로 전락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현재 장애인서비스의 최대 쟁점은 활동지원서비스로 정부의 예산이 가장 많이 투입되는 사안이다. 결국 예산의 증액없이는 인력서비스를 확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의 종합조사도구를 보면 장애 2, 3등급의 급여량이 모두 감소하게 된다. 여기서 이 실장은 "예산은 늘리지 않고, 이 2, 3등급의 급여량 감소분을 타 장애등급을 가진 이들에게 돌려주게 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토론자들로 왼쪽부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이연주 팀장,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홍현근 국장, 한국농아인협회 김수연 부장,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이영정 사무처장

◆ 장애유형별·성별 '맞춤형 조사표' 마련돼야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 윤선희 사무총장은 “정신장애인은 모두 중증으로 분류돼 있는데, 개선된 조사도구에서는 정신장애인이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제한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장애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이 제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이연주 팀장의 개선안으로는 “단일도구로 모든 유형의 장애인 서비스 지원을 평가하는 대신 발달장애인,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장애유형별 평가도구가 별도로 개발돼야한다”라고 주장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박혜경 상임대표는 “서비스 대상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여성장애인 당사자에 대한 성인지적 관점이 부족하다”며 정부의 조사표를 지적했다. 또 “새로운 서비스종합조사도구의 기준만 놓고 본다면 필요한 서비스 지원에 대한 모호한 판정기준과 장애 재심사 시 기준탈락으로 인한 필요서비스의 박탈이 예견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현재 장애인등급폐지와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는 장애계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장애등급제폐지의 경우 장애 1~3급만 지원되는 활동지원서비스를 4급에게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그런데 장애 4급 당사자에게 활동지원서비스가 적용되려면 그만큼의 예산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예산증액이 어렵다보니 정해진 예산 내에서 조사표 항목과 단순한 점수제만을 통해 '분배'에만 집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책간담회 이후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실장은 "보건복지부에서 가지고 온 자료집을 보면 지난번과 바뀐 것이 없다. 장애서비스 관련 예산을 증액해 국회에 제출했다고는 하나 이것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예산증액 없이 이렇게 제도만 흔든다면, 장애등급제폐지와 종합조사도구는 개선된 사항없이 그대로 내년 7월에 시행될 가능성이 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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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 2018-11-26 19:05:06
장애 당사자가 갖는 욕구를 진정성 있게 들여다 봐야 합니다.

하*금 2018-11-26 11:38:41
장애인 당사자의 욕구를 파악하는것은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언제나 힘써 주시지만 더 나은 장애인복지를 위해서 힘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하*희 2018-11-22 10:16:59
장애인들을위해노력해주시는분들게우선감사드림니다저희들도노력하겠습니다
좀더나은장애인복지에대해힘써주실것을부탁드림니다
감사함니다

안*진 2018-11-21 09:02:42
위정자나 장애인의 총대변자나 중요한것은 당사자들의 욕구를 최대한 다가가는 정책을 펼쳐
주시길 바라며 예산이 적재적소에 잘쓰여지길 기대합니다.

문*정 2018-11-20 09:25:04
완벽한 대책없이 시행되는 정책은 매우 위험합니다.. 오히려 퇴보할 수도 있는 문제인만큼 장애인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