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시설에 대한 무분별한 코호트 격리 금지하라!”
“장애인 시설에 대한 무분별한 코호트 격리 금지하라!”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3.17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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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집단 코호트 격리’ 반대 성명 발표
코호트 격리 실효성 의문, 높은 감염율에 비해 치사율 극히 낮아
대구ㆍ경북 외 ‘예방적 코호트’ 참여하는 장애 시설 드물어
지난 5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루디아의 집' 폐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시설 거주 장애인이 처한 감염 위험성과 취약한 시설 운영 실태에 대해 고발했다. ⓒ소셜포커스
지난 5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루디아의 집' 폐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시설 거주 장애인이 처한 감염 위험성과 취약한 시설 운영 실태에 대해 고발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17일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정부의 무책임한 코호트 격리 조치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예방적ㆍ선제적 코호트 격리’라는 안전망을 앞세워 정부의 허술한 장애인 시설 정책과 감염 관리를 감추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비판했다.

전장연은 “점염병 예방법에 따르면 코호트 격리는 ‘감염병 병원체에 감염되었다고 의심되는 사람’을 격리하는 용도로 엄격하게 쓰여야한다”며 “그러나 현재 지자체장은 다수의 사회복지시설에 무분별한 코호트 격리를 선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회복지시설 입소자와 종사자를 ‘감염 의심자’로 취급하고 사회 소수자를 무차별 감금시키는 정부의 ‘행정 편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코호트 격리’가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국내 첫 코호트 격리 조치를 시행한 대남병원의 경우 98% 감염율과 7% 치사율을 기록했다. 또한 전국에서 가장 먼저 ‘예방적 코호트’를 공언한 경기도에서는 15일 이후 현재까지 예방적 코호트에 참여한 장애인 시설이 없다. 경북의 경우 사회복지시설 95%가 코호트 격리 조치를 취하여 입소자 1만7천명과 시설종사자 9천5백명이 시설 내에 격리되어 있다.

전장연은 격리 시설 내에서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음에도 현재 ‘코호트 격리’에 대한 보건복지부와 시ㆍ도 지자체의 구체적인 지침, 대응 매뉴얼, 생활지원대책 등 뚜렷한 방안책이 없다며 비판했다. 이어 코호트 격리 조치 선언을 즉각 중단할 것과 긴급 TF를 수립해서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하 전장연의 성명서 전문이다.

 

지자체의 무책임한 집단 코호트 격리 선언을 멈춰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전국의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무책임한 집단 코호트 격리 대책을 적극 반대한다. 현재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각 시도 지자체가 선언하는 집단 코호트 격리는 과거 나치의 유대인 감금 및 학살을 일컫던 ‘특별대우' 및 ‘최종 해결책'과 같이 끔찍한 용어로 활용되고 있다. ‘예방적 코호트 격리, 선제적 코호트 격리, 완전 코호트 격리, 집단 코호트 격리, 시설 코호트 격리’ 등 화려한 정치적 수사를 붙인 코호트 격리는 겉으로 ‘안전제일'을 표방하지만, 사실상 ‘장애인의 감염 관리 및 시설정책의 실패'를 숨기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오늘날 전염병예방법에서 일컫는 코호트 격리는 “감염병병원체에 감염되었다고 의심되는 사람"을 격리하는 용도에 한해 엄격하게 쓰여야 하나, 현재 지자체장은 대다수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무차별적 코호트 격리를 선언하고 있다. 이는 곧 사회복지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를 아무 근거 없이 ‘감염 의심자'로 취급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정조치이며, 어떠한 과학적 기준에도 근거하지 않은 채 사회적 소수자를 무차별 감금시키는 자의적 행정 편의에 불과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어떠한 적법한 기준 및 절차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자행되는 시설 코호트 격리는 결국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낙인을 강화시키는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무책임한 차별정책에 반대한다. 대안으로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즉각적으로 중증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개인별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현재 남발되는 ‘코호트 격리'가 아무 실효성 없는 대책에 불과하다는 것은 실제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첫 코호트 격리 조치가 시행된 청도 대남병원은 98%의 감염율, 7%의 치사율을 기록함으로써 집단감염 및 집단사망을 묵인한 대표적인 정책 실패의 사례이다. 또한, 전국에서 가장 먼저 예방적 코호트를 공언한 경기도의 경우, 15일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실제 예방적 코호트에 참여한 ‘장애인 시설'이 0개를 기록하며 아무런 실효성 없는 한낱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한편, 경북의 경우 95% 이상의 시설에 코호트 격리 조치를 취하며 17,000명 이상의 입소자와 9,500명 이상의 종사자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코호트 격리를 실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코호트 격리 시설 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는 중이다.

이 외에도 현재 코호트 격리 조치에 관한 정보, 대응 매뉴얼, 시설 내 발병 시 생활지원 대책 등 명확히 공개된 바 없이 행정 편의상 ‘무조건 코호트 격리'만을 공허하게 선언될 뿐이다.

각 시도 지자체 및 보건복지부 지침 등에서 구체적인 대책 없이 무조건 ‘코호트 격리'만을 주장하는 것은 결국 현실성 없는 정치 쇼에 불과하며, 다른 한편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염 관리 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시설 내 집단 코호트 격리는 장애인의 건강권을 해칠 뿐만 아니라, 개별 분리가 아닌 집단 격리를 강요하여 감염병 노출에 취약성을 드러낸다. 시설 내 집단 코호트 격리로 인하여 시설 입소 장애인은 집단감염의 위험에 대처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결국, 세부 지침 및 대응책 안내 및 동의를 구하는 과정 없이 집단 격리하는 것은 한낱 ‘감금’에 불과하며, 감염병 관리에 있어 어떠한 실질적 대책도 예상하거나 기대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시설 거주를 이유로 감염 이후 정상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도 기대할 수 없도록 만든다.

즉, 현재 무분별한 코호트 격리 선언은 시설 입소 장애인의 사회적 낙인을 이용한 정치적 쇼에 불과하며, 실질적인 감염예방조치 및 치료 대책의 전무함과 입소자의 건강권을 무시하는 행정 편의상 미봉책에 불과하다. 끝으로, 어제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 장기화 전망을 발표한 만큼, 시설에 입소한 장애인을 무기한 감금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질병관리본부의 선언과 같이 ‘새로운 일상’을 준비하기 위한 체계적인 대응을 요구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긴급한 대책 수립을 위해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책임있는 지방자치단체에 적절한 조치 및 TF 수립을 제안한다.

하나, 실효성 없는 현재 코호트 격리조치 선언을 즉각 중단하라!

둘, 장애인 격리 대상자에 대해 그 특성에 맞도록 쉽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라.

셋, 시설 입소 장애인의 감염 예방을 위하여 집단 격리가 아닌 1인실 및 전문 생활지원인력 배치를 시행하라.

넷, 장애인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한 지정병원과 병동, 전문 생활지원인력을 운영하라.

다섯, 생활지원인력에 대한 합리적인 근무조건 및 안전장비 등 체계를 구축하라.

여섯, 보건복지부 및 각 지자체는 시설 입소자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을 공개하라.

일곱,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1조에서 권고하는 재난대책 수립을 적극 이행하기 위한 논의기구를 즉각 구성하라.

여덟, 근본적으로 재난 시 감금 시설로 돌변하며 집단 감염과 사망을 조장하는 감금 수용시설 정책을 폐지하고 구체적인 탈시설 정책을 즉각 추진하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있는 자세로 성실히 답변할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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