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장애인에게 가까운 선거를 기대한다"
"조금 더 장애인에게 가까운 선거를 기대한다"
  • 변승일 회장
  • 승인 2020.03.1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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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승일 중앙회장
변승일 한국농아인협회 중앙회장

이제 4월 15일 총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각 정당은 선거에 맞추어 선거에 내보낼 후보를 고르고 국민들의 관심도 한층 더 고조되어 있다. 선거에 대한 관심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뜨거우며, 이는 장애인들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장애인들의 관심이 더 뜨겁다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지난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 선거에서 전체 투표율은 56.8%를 기록하였는데 반하여, 장애인들은 77.3%의 투표율을 기록하였으며, 그 중에서도 청각장애인은 82.9%라는 매우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장애인들, 특히 청각장애인의 선거참여 열망이 이렇게 높음에도 불구하고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축제가 마냥 장애인들에게 호의적이지는 않다는 점이다.

일례로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의 입장에서 각 후보자의 공약을 ‘한국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수어’로 듣는 것이 편하나, 현행 선거법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선거공보만 의무로 되어 있을 뿐, 수어선거공보는 의무가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 장애인들이 잘 배려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시각장애인들은 장애특성상 투표 보조용구를 사용하여야 하지만, 만일 보조용구의 형식이 조금 달리진다면 ‘소중한 한 표’가 아닌 ‘의미없는 무효표’를 행사하기가 쉽다. 아울러, 2, 3층에 투표소가 설치되어 지체장애인이 접근하기 힘들다는 것은 지적은 매우 역사가 오래되었다.

이러한 불편함 중에서 우리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는 청각장애인의 선거편의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에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는 QR코드로서 후보자의 공약을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제안이다. 선거공보문에 수어로서 후보자들의 공약을 볼 수 있는 QR코드의 삽입을 의무화 한다면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청각장애인들이 후보자들의 공약을 좀더 정확히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둘째는 수어통역 및 자막방송의 개선이다. 현재 수어통역은 보통 한명의 수어통역사가 방송시간 내내 모든 수어통역을 담당하게 되는데, 이러한 방식은 어느 후보가 발언한 내용인지 분간해 내기가 어렵다. 자막방송 또한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모두 올라와 어떤 후보가 발언하였는지 분간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따라서 수어통역사를 후보자들마다 일대일로 매칭시키고, 자막을 후보자별로 색을 달리하는 개선점을 제안한다.

세 번째는 투표용지에 후보자의 사진을 같이 인쇄하는 것이다. 이는 문자정보 보다 시각정보에 익숙한 청각장애인의 특성상, 보다 편리하고 정확하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와 같은 다른 장애인들과 고령자들과 우리나라에 귀화한지 얼마 지나지 않는 비장애인들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개선 방법으로, 투표용지에 ‘기호’가 없는 교육감 선거나 혹은 이름이 비슷한 후보자가 동시에 출마하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오인을 줄일 수 있다고 여겨진다.

아울러, 투표소 내에 수어통역사가 배치될 수 있다면 청각장애인으로서 꼭 필요한 투표안내나 민원 제기에서 장벽이 사라져 더욱 적극적으로 유권자의 권리를 바르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제시된 문제점을 모두 해결하기란 굉장히 어렵지만, 그래도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각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다 공정하고 바람직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불편한 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 

[변승일ㆍ한국농아인협회 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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