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가 자립 원하는데 시설장이 불허하고 있다!”
“당사자가 자립 원하는데 시설장이 불허하고 있다!”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3.20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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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시설 거주 장애인... 비애감 호소
장애단체 “탈시설위해 만들어진 쉼터에서 시설장이 불허하는 건 비상식적”
SH 전세임대주택 선정된 5명 이달 말까지 집 못 구하면 시설에 남아있어야
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장애단체들이 19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탈시설-자립생활, 긴급구제 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서를 접수했다. ⓒ소셜포커스 
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장애단체들이 19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탈시설-자립생활, 긴급구제 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서를 접수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시설이 아닌 내 집에서 살고 싶다는데 재단과 시설 원장님은 연락도 안되는 가족에게 승낙 받으라 하면서 제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해요. 3월 말까지 집을 구하지 못하면 SH 전세 임대주택 선정된 것이 물거품이 됩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장차연)를 비롯한 장애단체들이 19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인거주시설 ‘도란도란’의 탈시설 및 자립 생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단체는 ‘도란도란’의 설립 취지가 거주 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생활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임에도 시설 원장이 당사자의 결정권을 막고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도란도란’은 대한성공회가 운영하는 장애인 거주시설로 2009년 운영을 시작했다. 피해자들이 학대 환경에서 벗어나 자립을 준비하는 중단 단계의 쉼터로서 정원 20명으로 시작하게 됐다. 거주 장애인 대다수가 학대 피해자로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의 피해자들도 거주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20년까지 ‘도란도란’의 거주 장애인들은 자립을 위해 주택청약에 가입하고 일을 하며 준비해왔다. 2018년 1월 기준 18명이 시설에 거주하고 있었고 현재 9명이 탈시설을 하여 11명이 남아 있는 상태다. 직원은 시설 원장을 포함해 8명이 관리하고 있으며 장애인 11명 중 3명이 전세임대 권리분석 신청을 하여 승인을 받아 탈시설을 준비하고 있다.

거주 장애인 8명 중 5명은 SH 전세임대주택에 선정이 되어 집을 구하면 바로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로 나와 자립할 수 있게 된다. 장애단체는 시설 원장이 “직원들 사이에서 합의되지 않았다. 당자사들이 (일부 직원들에 의해) 자립하도록 강요당해서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원장으로서 어떤 결정권도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했다며 거주 장애인 5명의 탈시설을 비정상적인 행태로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만약 거주 장애인 5명이 이달 31일까지 집을 구하지 못하면 SH 측에서 취소하게 되고 자립이 무산되는 상황에 놓였다.

거주 장애인 5명이 탈시설을 하게 되면 시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현재 서울시는 신규 입소를 금지하고 있어 새로운 입소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여준민 활동가 ⓒ소셜포커스 
여준민 활동가 ⓒ소셜포커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여준민 활동가는 “도란도란은 애초에 탈시설과 자립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다. 거대 시설 같은 경우 탈시설 절차도 복잡하고 기간이 오래 걸리지만 도란도란은 20명 정원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굉장히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었다”며 “거주 장애인들이 나가면 법인은 목적 사업을 변경하고 지역 사회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설의 성격을 바꾸는 게 당연함에도 이런 작업들을 하나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복지관 운영 재단과 시설장에 대한 문제도 꼬집었다. “복지관을 운영하면서 어떤 한 기관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걸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그 분을 다른 기관으로 보내고 계속 그 안에서 성직자들끼리 원장과 기관장을 하고 있어 악순환이 된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23일에는 ‘도란도란’의 시설장 ㅇㅇㅇ신부가 보호자 및 후견인에게 알림장을 보내 입장을 표명했다. 메일에는 ▲이용인 당사자의 의사와 욕구조사가 정확히 이루어져야 함, ▲보호자 및 후견인과의 자립에 대한 생각과 정보가 업무추진 전 상호 충분히 공유되야 함, ▲시설의 정상적인 업무 계통 속에서 자립 지원 및 탈시설 업무가 진행되어 이용인의 정당한 권리 및 인권침해의 소지가 없도록 해야 함이 적혀 있었다.

장애단체는 시설장이 메일 하단에 자신이 관악구 의원들에게 보낸 메일의 일부분을 캡쳐해서 같이 보냈다며 분개하기도 했다.

시설장이 보낸 메일에는 “현재 시설 거주 장애인들은 자기 주도적 표현이 어렵고 연세가 드신 분들이라 신체장애인들처럼 무조건 자립을 유도하면 그 분들이 충분한 인권을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써 있다. 또 “정작 당사자들이 준비되어있지 않은데 탈시설 사회운동가의 매도로 법인은 시설 존속만을 위해 장애인을 이용하는 입장이 되고 거주 장애인들은 장애인 단체의 투쟁의 명분과 수단이 되어버리는 건 아닌지 고민이다”라고 써 있었다.

김치환 사회복지사 ⓒ소셜포커스
김치환 사회복지사 ⓒ소셜포커스

‘도란도란’의 탈시설-자립지원 김치환 팀장은 “도란도란에 계신 분들은 일정부분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자기 표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치약을 스스로 짜서 솔에 묻힐 수 있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고 세탁기도 다 돌릴 수 있다”며 “장애인 당사자가 꾸준히 자립 의사를 밝혀왔음에도 시설장은 성직자의 양심을 운운하며 탈시설을 돕는 시설 실무자들을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따돌리고 이간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치환 팀장은 현재 시설장을 고용노동부 관악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한 상태이며 참고인 조사도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이 날 장차연을 비롯한 장애인 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탈시설-자립생활 긴급구제 진정서’를 제출하여 탈시설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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