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 "이런 인물을 국회의원으로 뽑고 싶다"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 "이런 인물을 국회의원으로 뽑고 싶다"
  • 황재연
  • 승인 2020.03.2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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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습니까?”
황재연 서울시지체장애인협회장

21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 계절이 돌아왔다. 그렇지만 마음이 무거운 것은 혼자만의 느낌이 아닐 것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급격한 매출 감소로 어려움에 빠진 주변의 소상공인을 비롯해 사회 취약계층이 당장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이처럼 암울한데 할 수 있는 일이란, 속히 이 역병이 속히 물러가도록 간절히 기도할 수밖에 없어 답답하다. 그나마 개인의 위생관리와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참여하면서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가족과 주변 이웃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며 생활하고 있다.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질병 감염 예방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탠다면 큰 힘이 되어 빠른 시일 내에 일상의 생활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서로 믿음과 신뢰를 갖게 될 수 있도록 감염병 예방행동수칙을 지켜 생활하면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본다.

이처럼 위중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오는 4월15일 21대 국회의원을 선출해야 하는 날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국민을 대표하여 법을 바로 세우게 될 일꾼을 뽑는 중차대한 날이다. 우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주어진 주권을 당당히 행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미 벌써부터 많은 후보자들이 각 지역에서 얼굴을 알리며 지지를 호소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모든 후보자들이 유능한 분들이겠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가장 훌륭한 후보자를 선택하고 싶을 것이다. 특히 취약계층인 사회적 약자들도 처해 있는 삶을 이해하고 그 입장을 대변해 줄 인물을 국회로 보내고 싶어 한다.

우리사회의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장애인 단체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이러한 인물을 찾고 싶었고, 또 이러한 인물이 나타나기를 꿈꾸어 왔다. 장애인 단체가 활동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장애인 당사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장애인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인권이 우리사회에 심어지고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30년도 되지 않았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오랜 관습과 함께 대물림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성장하고 시민의식이 높아지면서 비로소 장애인에 대한 인권도 존중받게 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장애인의 피와 눈물이 흐르는 투쟁의 과정이 쌓여왔기에 가능했다.

“장애인당사자주의”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이념이다. 장애인 문제는 장애인 당사자가 가장 잘 알고 있으며 그 해결과 개선 및 발전을 위한 최적의 전문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장애인 정치 세력화”의 기치도 높이 들고 달려왔다. 장애인이 단결하여 이 땅의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목적으로 그동안 정치권을 향해 사회적 약자를 대표하는 직능단체에도 자리를 배정해줄 것을 요청해왔다. 그러나 선거 때마다 외면 받거나 묵살되는 아픔이 반복되곤 했다.

그런데 이번 21대 국회 구성을 앞두고 여당과 야당에서 모두 사회적 약자의 대표성에 주목하여 후보를 배정했다. 이 점은 우리나라 사회복지 역사에 큰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특히 미래한국당에서 이번 21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로 이종성 전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을 4번에,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예지 씨를 비례대표 11번에 배정한 것은 획기적인 사건이다. 우선 당선 가능한 순번에 장애인 대표를 두 명이나 배정한 것은 사회적 약자의 대표성을 강화하는데 적극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또한 비례대표 12번에 배정된 지성호 후보 역시 인권운동가 출신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그는 북한에서 탈출하는 과정에서 두 다리를 잃은 장애인이다. 북한인권 및 이탈주민의 인권 문제를 세계에 알리면서 사회적 약자를 대표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권이 사회적 약자에게도 손을 내밀고 정치에 직접 참여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일신한 것은 높이 평가 받아야 한다.

우리는 국회의원으로 선출되는 것은 특별한 지위를 누리는 신분 전환이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민의 권리위에 서서 특별한 선민의 삶을 살았던 선량들을 많이도 보아왔다. 당리당략과 정권을 쟁취하기 위한 알력과 갈등으로 얼룩지는 모습에도 익숙하다.

이제는 국회 구성이 세력 간의 힘겨루기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국민의 주권을 강화하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 사회 각층의 대표자가 고르게 국회에 들어가서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협상하고 타협하며 정치발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근본적인 본질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자 한다.

이번 선거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은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할까?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 이런 정신을 가진 인물을 국회의원으로 뽑고 싶을 것이다. 분명한 목적으로 올바른 국회의원 상을 구현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하고 투표에 임할 것이라고 본다.

글ㆍ황재연(서울특별시지체장애인협회 협회장)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 :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는 뜻으로, 자신의 진가를 알고 인정해 주는 사람을 위하여 책임을 다함으로써 보답함을 이르는 말. [사기]의 예양전(豫讓傳)에 나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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