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설요한은 없어야한다... 고용노동부 장관 ‘애도’
제 2의 설요한은 없어야한다... 고용노동부 장관 ‘애도’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3.3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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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고용노동부 장관 애도 표명 “환영”... 재발 방지 약속해야
"제도 개선 추진하고 중증장애인 일자리 확대위해 장애 단체와 협력하겠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및 장애단체들은 고 설요한 동료지원가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난 1월부터 고용노동청 1층 로비를 점거해 노숙농성 투쟁을 이어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농성이 잠정 중단된 후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이 26일 홈페이지를 통해 ‘애도’의 뜻을 표명했다. ©소셜포커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및 장애단체들은 고 설요한 동료지원가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난 1월부터 고용노동청 1층 로비를 점거해 노숙농성 투쟁을 이어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농성을 잠정 중단한 지 한달째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이 26일 홈페이지를 통해 ‘애도’의 뜻을 전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중증장애인 취업지원 동료지원가로 활동하다가 안타깝게 목숨을 끊은 고 설요한씨에 대해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이 26일 애도의 뜻을 밝혔다.

설요한씨는 작년 4월부터 고용노동부에서 실시한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시범사업’에 고용되어 동료지원가로 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약 9개월 간 활동했다. 그러나 업무 실적 부담이 과해지자 지난해 12월 5일 건물에서 투신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가 동료들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민폐만 끼쳐 미안하다"였다.

고 설요한씨의 소식에 전국 장애단체들은 공분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를 비롯한 장애단체들은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서울 곳곳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기습 시위를 이어갔다. 지난해 1월 28일에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1층 로비를 기습 점거해 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위한 무기한 점거 농성에 들어가기도 했다.

장애단체는 중증장애인이 활동지원가로 취업해서 일하기에 사업에서 요구하는 실적 기준과 업무량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고 설요한씨의 경우도 한 달에 4명의 프로그램 참여자를 발굴해 1명당 5회씩 만나서 개별상담 및 자조모임을 진행해야했다. 즉 연간 48명의 참여자를 발굴해서 40회 이상의 개별 상담을 진행해야했고 활동을 다녀오면 관련된 모든 서류 작업을 완료해야했다. 업무량이 많다보니 월 60시간의 활동시간도 모자라 야근은 필수였다. 이마저도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담당 기관에서 임금을 반납하도록 요구했기에 기관에 폐를 끼칠 수 있다는 압박감도 상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단체의 사업 개선 요구에도 고용노동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내비췄다. 중증장애인을 고려해 1일 3시간 월 60시간 근무조건을 설정하고 활동횟수도 10회에서 5회로 줄였다는 것이다. 올해 연간 서비스 인원도 48명에서 20명으로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장애단체들은 제도 개선만이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중증장애인 일자리를 확대하는 대책 마련이 더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를 비롯한 장애단체들은 고 설요한씨 죽음에 대한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의 사과와 기획재정부에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예산 확대를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지속해왔다. 점거농성 포스터 모습. ©소셜포커스
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를 비롯한 장애단체들은 고 설요한씨 죽음에 대한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의 사과와 기획재정부에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예산 확대를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지속해왔다. 점거농성 포스터 모습. ©소셜포커스

한편 코로나19가 전국적 확산되면서 장애단체의 점거 농성이 중단되고 논쟁이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듯 했지만 26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입장을 표명하면서 사안 해결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탄이 터졌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은 홈페이지에 ‘동료지원가 사망에 대한 애도의 글’을 올려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장관은 “중증장애인 취업 의욕 고취뿐만 아니라 사업을 수행하는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들이 더 나은 여건에서 뜻을 펼칠 수 있도록 내년도 사업 체계 개편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입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중증장애인에게 적합한 일자리가 보다 많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책 대안을 모색하겠습니다. 특히, 문화예술, 권익옹호 활동 등 중증장애인의 일자리 영역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계, 관계부처 등과 협의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전장연은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의 입장 표명에 “환영” 의사를 보임과 동시에 앞으로 남은 약속도 이행해줄 것을 부탁했다. 이어 고용노동부에 ▲사업 목표치에 대한 현실적 조정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의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 체계 개편 추진을 요구했다.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이 26일 고 설요한씨 죽음에 대한 애도의 뜻을 전하는 글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이 26일 고 설요한씨 죽음에 대한 애도의 뜻을 전하는 글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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