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장애학생은 더 나몰라라”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장애학생은 더 나몰라라”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4.02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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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39% 불만족... “성적ㆍ학습부진 걱정되요“ 가장 많아
발등 불 떨어진 교사들 ”일주일 안에 콘텐츠 제작해야“ ”원격수업 연수원 인산인해“
장애학생에게 자막ㆍ수어 제공하는 학습물 극소수... EBS는 단기 2주 특강 제공
정부 ”발달장애학생 방문교육 지원하겠다“ 뒷받침할 인력 확보는 미지수
©서울특별시립 청소년활동진흥센터
코로나19 관련 서울지역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약 39%가 개학 연기에 '불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특별시립 청소년활동진흥센터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교육부가 또 한 번 개학 연기를 공표하면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눈 앞에 다가왔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초ㆍ중ㆍ고ㆍ특수학교에 대한 신학기 온라인 개학 실시를 밝혔다.
4월 9일 이후로 중ㆍ고등학교 3학년부터 순차적으로 학사일정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수능 시행일과 2021학년도 대학 입시 일정도 조정된다.

청소년들은 온라인 개학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서울특별시립청소년활동진흥센터에서 청소년 27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에서 청소년 39%가 개학 연기에 ‘불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성적ㆍ학습부진’이 1위였고 ‘시험ㆍ방학과 같은 학사일정 조정’과 ‘집에 있기 답답해서’가 가장 많았다.

개학은 연기됐지만 고등학생 10명 중 5-6명은 여전히 학원에 다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서울시가 서울시민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학원을 다니고 있는 고등학생만 절반이 넘었다. 고등학생 56.2%가 학원을 다니고 있고 중학생은 64.7%, 초등 고학년은 42.7%, 초등 저학년은 37.3%, 미취학 아동이 20.3%순으로 학원에 다니고 있어 개학 연기를 무색하게 하는 모습도 자아냈다.

이번 개학 연기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역설적이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31일 브리핑에서 “한국은 IT강국이고 스마트기기 보급률과 정보통신 능력이 세계에서 가장 높기 때문에 원격 수업을 이용한 온라인 수업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영상을 만드는 교사와 학생의 입장은 다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교사들은 원격수업 연수원에 잔뜩 몰려들었다. 일주일 남짓한 준비 기간동안 수업 콘텐츠를 제작해야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도 많다. 온라인 개학을 위한 웹캠같은 장비 대란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정상적인 학교 수업은 교사와 학생이 면대면으로 소통하면서 진행하기에 원격 수업을 진행하게 되면 일방적인 수업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따른다.

학업 성취도에 따른 수준별 수업이 어렵고 학생 또한 자기주도적 학습이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청각장애학생들이 정부를 향해 학습권을 보장해달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소셜포커스

비장애학생의 온라인 수업 적응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 가운데 장애학생이 처한 현실은 더 비참하다.

정부는 장애학생을 위해 원격수업에 자막ㆍ수어ㆍ점자를 제공하고 발달장애학생에게는 다양한 형태의 원격수업과 장애 유형에 따른 방문(순회) 교육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립특수교육원에 ‘장애학생 온라인 학습방’을 운영해 학습 자료를 제공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협약을 맺은 한국교육방송공사(EBS)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경우 대부분의 학습물에 수어통역은 고사하고 자막조차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EBS의 경우 장애인서비스 홈페이지를 통해 2주 단기 라이브 특강으로 자막 영상을 제공하고 있지만 과목이 한정적이고 강좌 수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제공하는 시ㆍ청각장애인을 위한 학습 자료도 최신판이 아닌 예전에 촬영했던 영상과 교재를 활용하고 있어 학습 트렌드에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수어를 제공하는 학습 자료는 ‘평생 교육’ 강좌 외에는 없었다. 장애인을 위한 학습 서비스 홈페이지에서조차 수어를 제공하는 강좌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발달장애학생을 위한 콘텐츠도 ‘평생 교육’ 3강좌에 그쳤다.

정부가 대책으로 발표한 국립특수교육원 온라인 학습방에는 아직 학습물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교수학습참고자료 외에는 대게 EBS 온라인 학습방으로 연결해주는 상황이다.

청각장애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외쳐온 장애벽 허물기는 “국립교육특수원 콘텐츠의 경우 정작 장애학생이 이용하더라도 다양성이 떨어지고 수준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장애학생을 고려한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이하 전장연)는 정부의 개학 연기에 공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전장연은 ‘IT강국에 짓밟힌 발달장애학생 교육권’이라는 성명서에서 발달장애학생에 대한 온라인 교육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전장연은 “정부가 발달장애학생을 위해 방문(순회)교육을 진행한다고 하지만 이를 위한 특수 교육 인력은 확보되어있는가?”라고 반문하며 “현재 인력으로 방문교육을 해도 최대 주 1-2회만 가능할 것이다. 방문교육을 한다고 해도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가정의 경우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원격수업 운영 기준’을 마련하는 등 그간 온라인 개학을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학 연기가 장기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개학을 탄탄히 준비하지 못한 교육부의 처사는 학생과 교사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주게 됐다.

과연 장애학생이 온라인 개학 사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정부와 사회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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