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들은 온라인 강의를 어떻게 생각할까?”
“장애학생들은 온라인 강의를 어떻게 생각할까?”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4.06 18: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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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내용 잘 못 들어 과제 못 내고 엉뚱한 시험범위 공부하기도
속기사ㆍ수어통역사 지원 거의 못 받아... 대부분의 대체자료는 속기록과 PPT 뿐
온라인 학습 장기화되지만 장애학생 위한 예산 지원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지난 3월 장애단체와 장애학생 당사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장애학생 학습권에 대한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실제 학생들이 겪었던 차별 사례를 수어로 발표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온라인 개학에 대한 장애학생들의 불만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은 결과는 온라인 개학 사태로 장애 학생의 학습권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한 장애단체에서 진행한 농학생들의 온라인 강의 만족도 조사에서 드러났다.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은 3월 25일부터 3월 31일까지 장애대학생 4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학습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현재 온라인 학습에서 받고 있는 지원에 대해서는 속기, 수어통역, 대필 지원, 장애도우미, 소보로탭(실시간 자막서비스) 대여, 노트북 대여 등을 꼽았다.

온라인 학습에 만족 이상의 반응을 보인 학생은 23명(50%)으로 나타났다. 보통은 13명(28%), 불만족은 7명(15%), 지원요청을 하지 않은 학생은 3명(7%)이었다.

장애학생이 온라인 학습에서 만족한 부분은 ▲수어통역사를 통한 빠른 정보 입수 ▲학생도우미의 지원으로 듣다가 모르는 부분 바로 체크 ▲속기 지원과 파일 자료 첨부 등이 있었다.

미흡한 부분으로 꼽은 것은 ▲속기를 요청하기엔 인력이 부족함 ▲전과목 지원이 없어서 뒤늦게 속기록을 보고 공부해야함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안 들리고 입모양을 볼 수 없음 ▲전과목 온라인 강의에 피피티와 음성파일만 나와서 어디를 말하는지 알 수 없음 ▲문자통역 받을 때 내용이 빠지는 경우 있음 ▲화상 강의 시 속기 지원을 위해 원격제어를 하면 출석체크와 교수님 질문에 답변을 못해서 오해 산 경우가 있음이라고 답했다.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청각장애 대학생 A씨는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학교 측에서 해당 지원에 대해 생각보다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 못했다”고 말했다. 장애학생 센터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센터장이 전문성이 없어서 이해도가 떨어지고 적극적인 지원이 어렵다는 것이다.

N대학교에 재학 중인 장애대학생 B씨는 “학교 공지에 실시간 강의를 준비하는 것이 복잡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올라와서 요청을 못 했어요. 대신 학교에서 강의가 아닌 성폭력이나 양성평등 유튜브 영상을 보라고 연락이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장애벽허물기
ⓒ장애벽허물기

장애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에도 수업 현장에서 겪는 차별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답변에는 수어통역사나 학생도우미가 없어 장애학생 혼자 수업에서 겪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한 학생은 “교수의 말이 너무 빨라서 듣기 어려운데 강의 시간에 자리를 멀리 배정해줘서 수업 참여가 어려웠어요”라고 토로했다. 수업을 잘 듣지 못하고 과제를 놓쳐 점수를 낮게 받거나 심지어 다른 시험범위를 공부해온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 속기 지원이 없지만 지원을 받아도 전체 내용을 주지 않을 때도 많다. 빠진 내용은 PPT파일을 보고 공부해야했다. 알아서 속기사를 구해서 공부하라는 학교도 있다. 심지어 심지어 속기 지원을 받지 못해 자퇴하는 학생의 사례까지도 나타났다.

학생들은 설문을 통해 그동안 말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요구사항들을 쏟아냈다. ▲수어통역사, 속기, 필기노트 100% 지원 ▲사이버 강의 자막지원 ▲토론 등 소통이 필요한 과목에서 청각장애학생 배려 ▲개강 전 학교 측에서 먼저 능동적으로 장애학생을 파악해 수어통역 및 속기 준비 ▲앞쪽 자리 고정좌석 지정 ▲모든 과목 전문속기사와 수어통역사 지원 ▲장애학생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장애인식개선 캠페인 시행 ▲기숙사에 사는 농학생의 경우 생활도우미 지원 등 장애인 당사자 학생들이 가장 필요한 사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장애단체들은 온라인 수업에서 장애학생들의 원활한 수업을 위해 장기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애벽 허물기는 “학교에서 장애학생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면 항상 하는 말이 예산 부족이다. 추가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애학생들이 비장애인과 구분 없이 학습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초ㆍ중ㆍ고ㆍ대학과 정부 기관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가운데, 장애학생 당사자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요조사와 맞춤형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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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 2020-04-07 09:25:14
현재 개학준비중인 EBS 홈페이지가 어제 폭주하여 끊기거나 접속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장애학생들에 대한 대책도 더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