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대한민국 장애인의 인권
코로나19와 대한민국 장애인의 인권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4.20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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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20일 장애인의 날 맞아 성명서 발표
정부의 코로나 대응 “장애인 포괄하지 못하는 차별적 대응”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에서 금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코로나19와 대한민국 장애인의 인권’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먼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장애 포괄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신ㆍ요양병원에 대한 코호트 조치는 비극의 시작이자 참사의 원인이었다는 평이다. 

지난 2월 청도 대남병원 입원환자 103명 전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초비상사태가 일어났다.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첫 사망자의 경우 성인 남성임에도 체중 42kg를 넘지못하고 20년간 입원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환자들은 쇠창살이 있는 창문에 침대 없는 좁은 방에서 최대 8명까지 집단 생활을 하고 있었다. 집단 거주 시설의 민낯이 드러난 이후 장애계와 사회단체들은 코호트 조치에 대한 거센 반발과 인도적인 처우 없는 폐쇄병동에 대한 거센 시위를 벌였다.

장애계는 코로나 사태뿐아니라 국가 재난 사태마다 장애 유형별로 정보 제공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이 또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장애단체들의 요구로 정부 브리핑에서 수어통역을 비치하게 됐지만 병원에 갔을 때 수어통역이 없어 진료를 받지 못하거나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자가격리된 장애인들이 활동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집안에서의 이동과 식사조차 어려워져 돌봄 부담이 전적으로 가족에게 전가되는 상황이다.    

현재 일일 확진자 수가 한 자리대로 감소하는 등 통제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연구소는 코로나 사태 종식까지 장애인의 생명과 인권 보장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야한다고 강조했다.  

이하 연구소의 성명서 전문이다.

 

코로나 19와 대한민국 장애인의 인권

장애인의 날을 맞아, 먼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점에 대해 깊은 슬픔과 애도를 표하며, 더 큰 위험과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안전에 대해 더욱 경각심을 가질 것을 요청하며, 코로나 19 상황 하에서 경험한 대한민국 장애인의 인권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의견을 표명한다.

첫째, 대한민국 정부의 코로나 19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전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사례가 되고 있지만, 정부에 대응은 장애 포괄적이지 못했으며, 코로나 19 하에서 장애인들은 더욱 격리되고 차별적 조처를 받고 있어 가중된 고통을 겪고 있다.

둘째, 정신병원 폐쇄병동은 비극의 시작이었으며 참사의 원인이었다. 청도 대남병원에서는 폐쇄병동 입원환자 103명 전원이 코로나 19에 감염되었으며, 그 중 8명이 사망했다. 20년이 넘게 입원을 하고 있던 첫 번째 사망자는 성인 남성임에도 체중이 42kg에 불과했다. 창문에는 쇠창살이 쳐 져 있는 좁은 방에서는 침대도 없는 바닥에서는 6명에서 8명의 환자가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치료를 위한 충분한 의료진도, 적절한 환경도, 인도적인 처우도 없었다. 죽어야만 나올 수 있는 정신병원 폐쇄병동의 실상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셋째,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격리는 코로나 19 사태 하에서 더욱 심각해 졌다. 감염자 치료와 병원 내부 확산 방지를 위한 충분한 조치도 없이 내려진 대남병원의 코호트 격리를 비롯해, 집단 수용시설에서는 코로나 19 감염자 또는 감염 의심자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근거도 없는 ‘예방적 코호트 격리’가 광범위하게 이루어 졌고, 이는 비장애인과 비교하여 차별적이고 과도한 조치였다. 여전히 정부는 장애인을 사회에 대한 위험요소, 내지 단지 위험으로부터 격리하여 보호해야 할 존재로 바라보고 있다.

넷째, 장애를 고려한 정보의 제공이 충분하지 못했다. 시각장애, 청각장애 등 감각장애와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등 정신적 장애인을 위한 코로나 19의 확산 상황과 대처방법, 지역 내 가용한 지원서비스 등의 정보제공이 충분하지 못했고, 능동적이지 못했으며, 정부 주도적이지 못했다. 민간에서 지적장애를 고려한 쉬운 언어의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 했고,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의사소통을 위한 그림·글자판을 만들어 비치하기도 했지만 부분적이었고 보편적이지 못했다.

다섯째, 서비스 제공의 중단이 지금도 많은 장애인에게 고통을 야기하고 있으며 각종 지원과 의료적 조치에는 장애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 서비스 제공기관들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은 집에만 머물러야 하며, 돌봄을 위한 가족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지만, 지원은 충분하지 않다. 자가 격리된 장애인들이 활동지원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었고, 중증장애인, 중복장애인, 더 취약한 특정 유형의 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에서의 코로나 19는 일일 확진자 수가 크게 감소하여 통제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 세계적인 유행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다시 코로나 19의 확산이 재개 될 수 있으며, 사스와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 19가 유행하고 있는 것처럼 새로운 또 다른 전염병이 장애인의 생명과 인권을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에서 코로나 19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기 전이라도 감염병의 유행에서 장애인의 생명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즉각 수립할 것을 요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의견을 표명한다.

첫째, 감염병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정부의 정책과 계획에 장애와 장애인을 고려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장애 인지적으로 개정하고,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에 관한 기본계획’에 장애인을 고려한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둘째, 정신병원 폐쇄병동을 비롯한 집단 수용시설이 집단적 감염에 극히 취약하다는 사실과 장애인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이 결코 장애인을 보호하는 수단이 되지 못하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증명 되었다. 격리 및 집단 수용 정책을 폐기하고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를 확충해야 하며, 정신병원과 집단수용시설의 인권실태를 전수 조사해야 한다.

셋째, 감염병의 예방과 치료, 격리, 지원을 위한 조치는 장애와 장애인이 고려되어야 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보 및 시설물은 장애인이 접근 가능하여야 하며, 격리조치는 필요 최소한으로, 비장애인과 같은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중복된 장애, 중증장애, 감염병에 취약한 유형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더 집중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하며 개별화 된 지원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또한 장애여성과 장애소녀가 고려되어야 한다.

넷째, 지역사회와 가정 내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확충하고 집 밖을 벗어날 수 없는 장애인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식량, 보건‧위생 용품과 구호용품은 긴급한 필요가 있는 장애인에게 우선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며, 이동과 활동의 제약, 의사소통의 제약이 고려되어야 한다. 보조 인력의 지원은 인력의 확충, 추가급여의 지원 등 실질적이어야 하며 가정 내에서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이 방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치단체와 자립생활센터 등 장애인 복지기관들은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장애인에 대한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더 취약한 장애인에게는 집중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모든 정보의 제공은 장애인에게 접근 가능하여야 하며, 감염병 예방, 발생현황 및 조치 현황, 서비스 제공, 지역 내 인프라와 자원 등에 관한 충분한 정보가 적극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인터넷과 대중매체에 접근하기 어려운 장애인을 고려해야 하며, 병원, 격리시설, 서비스 제공기관 내에는 장애인을 위한 안내 자료와 지원인이 배치되어야 한다. 격리 상황에서의 매체접근,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교육이나 모임은 모든 장애인에게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접근 가능해야 한다.

전례 없는 전 세계적인 위기상황을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극복하기를 희망하며 재난 상황에서의 장애인의 안전과 인권이 다시 한 번 상기되고 강화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원칙과 특별히 제11조가 완전히 준수되기를 요구하며,

 

2020. 4. 20.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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