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보조기기 이동환경 살펴보니... "안전 빨간불!"
전동보조기기 이동환경 살펴보니... "안전 빨간불!"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4.2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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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 보도블럭, 좁은 보행로... 차도로 내몰리는 전동기기 이용자들
법률상 주행 속도규정 없어서 제재 못해... 보행자 39% "전동기기 위험하다"
물리적 주행환경부터 개선해야... 저렴한 보험상품ㆍ전동화키트 개발 필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17일 장애인정책리포트를 발간해 전동보조기기 이용 실태와 안전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전동기기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이용환경과 안전 상태는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장총)이 17일 장애인정책리포트를 발간하고 전동기기 이용자수 증가에 따른 이용환경과 안전도를 분석했다.  

이동권은 장애인의 사회생활 참여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사회 및 국가에 대한 요구사항 1위로 이동권 보장이 꼽혔다. 그만큼 장애인보조기기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전동보조기기(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 소지자는 10만2천5백93여명으로 필요 인원은 22만7천6백64명으로 조사됐다. 현재 전동기기를 매일 사용하는 이용자는 57.8%로 과반수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렇듯 높아가는 수요에 따라 이용환경과 안전 대책이 개선되야하지만 여전히 전동기기 안전 문제는 논란이 되고 있다.  

 

울퉁불퉁 보도블럭, 좁은 보행로... 불편한 보행환경 

먼저 보행환경 문제가 가장 심각했다. 전동보조기기는「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대한 법률」에 따라 보행자로 분류된다. 인도로만 주행해야하지만 울퉁불퉁한 보도블럭과 좁은 보행로때문에 주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행자와 전동기기 이용자가 다니는 보도 상태는 어떨까? 보도의 포장상태와 폭에 대해 비장애인은 70점대로 비교적 높은 점수를 주었지만 장애인은 50점 미만의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특히 전동휠체어를 이용해 인도로 들어서도 경사턱이 낮은 곳이 없어서 이동에 불편을 겪고 가로수, 전봇대, 불법적재물로 보도가 막혀있어 전동휠체어는 다닐 수 없는 길도 많다.

국토교통부 「보도 설치 및 관리 지침」에 따르면 보도의 유효폭은 2m이상으로 하고, 부득이한 경우 1.5m 이상 확보해야한다고 명시되어있지만 예산문제나 시설기준을 맞추기 힘들다는 이유로 지침이 잘 지켜지지않고 있다.  

시계방향으로 사진1) 움푹 패인 보도블록, 사진2) 경사턱때문에 이동하지 못하는 휠체어, 사진3) 장애물에 이동권이 막혀있는 모습, 사진4) 교통약자 보행을 방해하는 불법 시설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차도로 내몰리는 전동기기 이용자들... 생명을 위협하는 차도 주행

보행 환경이 좋지 않다보니 상대적으로 도로 상태가 좋은 차도로 다니는 장애인도 많아졌다. 전동보조기기를 타고 차도를 이용하는 비율은 37.3%였고 자전거 도로 이용자도 8.4%였다. 차도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차도 노면이 다른 도로보다 안정적이어서", "다른 도로보다 장애물이 적어서", "덜 혼잡해서"등이 있었다.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 「전동보장구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인도로 주행하는 전동보조기기를 위험하다고 평가한 일반 보행자가 117명(39%)으로 나타났다. 전동휠체어가 차도로 주행할 때 위험하다고 답한 차량운전자는 271명(90.3%)으로 대다수가 전동기기 차도 주행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전동기기 교통사고는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다. 작년 2월 어머니와 함께 전동휠체어로 차도를 주행하던 장애인이 택시에 치이는 참변을 겪었다. 사고로 어머니가 사망하고 휠체어 이용자도 중상을 입었다. 작년 11월 부산에서는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교차로에서 1톤 포터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헀다. 차도 주행의 위험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음에도 관련 대책은 마련되지않고 있다. 

전동보조기기를 '보행자'로 인식하는 비율도 낮게 집계됐다. 「전동보조기기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비장애인 54.7%가 "전동보조기기가 보행자인지 몰랐다"고 답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 당사자 27.5%조차 전동보조기기가 보행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영국의 경우 '전동휠체어와 장애인용스쿠터 이용자에 대한 규칙'을 세워 통행방법에 대해 보행자와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전동보조기기 이용자들이 차도로 주행할 경우 차도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동시에 안전수칙도 명시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속도제한없는 보도 위의 자동차... 전동보조기기 규정 미비해

전동보조기기 안전 문제도 대두됐다. 의무 교육이수시간이 없어서 따로 주행교육을 받지않고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아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전자의료기기 기준규격」에는 표준이 되는 전동보장구의 최고속도를 15km/h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상 주행 속도규정이 없어서 주행자와 보행자 모두 안전사고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소비자원에서 발표한 「전동보장구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전동보장구 이용자 287명 중 35.5%가(102명) 사고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를 겪은 이용자 중에서는 턱ㆍ장애물에 의한 걸림 사고가 41.2%(42명), 외부 장애물과의 충돌 36.3%(37명), 차량과의 충돌 24.5%(25명), 보행자의 충돌 22.5%(23명)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인 보행자 교통사고 비율은 7대 도시는 인구 10만명당 11.3명, 10대 시도는 10.3명으로 전동보조기기 사용자가 일반 보행자보다 사고 비율이 훨씬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한 「전동보장구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전동보장구 이용자 287명 중 35.5%가(102명) 사고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원

전동기기 안전 신호 빨간불에서 파란불로 바꾸려면... "물리적 주행 환경부터 개선해야" 

장총은 해결책으로 물리적 운행환경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도로교통법」상 보행자인 전동보조기기가 인도를 이용하도록 만들어 안전사고를 줄여야한다는 의견이다. 울퉁불퉁한 보도, 경사턱이 있는 보도 등 전동휠체어가 다닐 수 없는 보도를 국가ㆍ지자체ㆍ도로사업자가 협조해서 예산을 확보하고 개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동보조기기 보험상품의 경우 가격이 높고 가입기한이 제한되어 있어 많은 이용자들이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실효성있는 보험상품을 마련해서 사고 후속조치를 취하고 전동보조기기 사고 통계 부서를 만들어 경찰ㆍ도로교통공단 등 책임부서가 정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제안했다.   

100kg이 넘어가는 전동휠체어는 사고를 당하거나 넘어졌을 때 구조에 어려움을 겪는다. 전동화키트는 수동휠체어에 부착해서 전동휠체어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휠체어동력보조장치로 휴대성이 높고 적재도 편해 도움이 된다. 전동화키트같은 다양한 품목을 만들고 연구해야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마지막으로 장총은 전동보조기기 이용자들이 스스로 안전의식을 제고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안전 운행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홈페이지 발간자료를 통해 볼 수 있다. 

100kg가 넘는 전동휠체어는 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전동화키트 등 다양한 품목을 개발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전동화키트는 수동휠체어에 부착해서 전동휠체어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휠체어동력보조장치로 휴대성이 좋고 적재가 용이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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