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감동... 나에게는 차별"... KT 목소리 찾기 광고의 양면성
"누군가에게 감동... 나에게는 차별"... KT 목소리 찾기 광고의 양면성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4.23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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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단체, KT의 '목소리 찾기' 이벤트 "수어 사용 문화 해칠 수 있다"
한국사회 아동기때부터 수어 교육 지양해... 가족 중 수어 사용자 드물어
수어든 음성이든 자신이 원하는 것 선택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되야...
장애벽허물기 외 장애단체들이 23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KT의 '마음을 담다' 광고와 '목소리 찾기' 캠페인이 농인 차별을 조장한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장애벽허물기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저는 수어가 주 언어인 농인입니다. KT 광고를 보면서 여전히 장애를 동정과 불행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목소리 찾기 이벤트를 보면서 차별을 느끼는 건 저뿐일까요?"

장애인단체가 23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앞에서 KT의 "목소리 찾기" 이벤트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KT가 진행하는 '마음을 담다' 캠페인이 수어의 지위를 격하시키고 농인 차별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이 캠페인은 마음을 전달하고싶은 농인에게 목소리를 선물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농인의 목소리를 추론하기 위해 가족과 친인척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농인 당사자의 구강구조를 분석해서 AI(인공지능)기술로 목소리를 구현해냈다.  

KT는 농인 김소희씨의 목소리를 인공지능기술로 가족에게 들려주는 광고를 방영했고 목소리 찾기를 희망하는 신청자를 30일까지 모집하고 있었다.  

장애인단체는 이 광고의 문제점으로 수어가 아닌 가상의 목소리만을 들려주는 건 수어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한국수화언어법의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광고에 나온 농인 김소희씨 가족의 경우 수어를 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수어를 배우려는 태도조차 안 보인다며 이런 감성 위주의 광고나 캠페인이 비장애인에게 목소리가 필수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수어를 배워야하는 농인 아동들이 수어가 아닌 음성언어를 택하게 하는 '사회적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측면이다.  

장애벽허물기 김철환 대표는 "수어를 사용하든 음성을 사용하든 자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언어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다. 우리나라는 농인들이 아동기부터 수어를 선택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때문에 가정에서부터 수어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KT는 수어가 차별받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음성으로 가족을 연결해주면 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어 "2006년 UN의 장애인권리협약에서 수어는 하나의 언어로 인정받았다. 2016년 한국수어법이 만들어지면서 수어 사용 문화의 중요성이 대두됐고 음성언어와 수어가 동등한 위치로 자리잡았다. 수어가 한국어의 하나로 인정받은만큼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의 권리와 정체성을 지켜주고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장애단체는 KT에 목소리 찾기 광고와 신청자 모집 유보를 요구했다. 또한 수어에 대한 인식전환에 책임을 물어 농인 가족의 목소리를 수어로 변환하는 광고를 제작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차별 진정의 내용을 담아 인권위에 제출하고 장애인 관련 광고 제작시 장애인 차별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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