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공원, 볼거리 쉴 곳 많아도…
인천대공원, 볼거리 쉴 곳 많아도…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0.05.12 10: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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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공원탐방기 [ 4 ] – 인천대공원(하)
수많은 봄꽃의 향연, 방문객들의 눈ㆍ코 ‘호강’
복권기금 지원받아 조성한 무장애나눔길, 휠체어 등산도 가능

공원 중앙에는 커다란 호수정원이 있다. 호수정원 둘레길은 중간에 호수 안으로 들어가 수면을 내려다보면서 산책할 수 있는 데크로드가 몇 군데 설치되어 있는데, 휠체어도 편하게 들어갈 수 있다.

호수공원 앞에는 애인광장이라는 공간이 있다. 커다란 4억 원짜리 조형물이 ‘all ways INCHEON’이라는 문자조형물과 함께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조형물은 사랑의 씨앗이라고도 하고, 인천의 정체성과 미래를 담았다고도 하고, 애인을 상징한다고도 하는데, 설치하면서도 논란이 많았다. 

설명 자료와 보는 사람이 느끼는 이미지는 어차피 따로따로이니 진정한 의미는 보는 사람 각자의 몫이다. 필자의 눈에는 다이아몬드가 눈동자를 감싸고 있는 형상으로 보였고, 호수를 감싼 호반 길과 맑은 호수가 연상되었다.

호도(호수 안의 섬)의 운치와 수면 분수에서 내뿜는 물줄기, 사람들의 인기척에 먹이라도 던져줄까 몰려드는 물속의 잉어 떼, 호반길 주변 곳곳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진달래, 조팝나무꽃, 라일락 등 수많은 봄꽃들의 향연은 방문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오솔길 형태의 호반길 절반은 이동약자들에게만 금지구역이다. 지형의 문제가 아니라 시설 설치에서 발생한 문제라서 더욱 원망스럽다. 이 공원 주차장에 영유아동반차량 주차구역까지 따로 마련해 놓은 것처럼 그러한 배려가 그립다.

오솔길을 탐방하다 중간에 길이 막혀(길은 계속 수평으로 진행되지만 휠체어길만 막힘) 되돌아오다 진입로에 5cm 정도에 불과한 단차를 넘으려다 휠체어 한 부분이 기어이 파손되고 말았다.

주 탐방로를 이동하다가 호반 길로 내려가는 한 통로는 돌계단으로만 설치되어 영유아를 동반한 탐방객 등 이동약자들은 먼발치서 호수를 내려다보다 돌아서야 한다. 경사로 길을 만들어도 충분한 지형이지만, 같은 돈을 들이고도 왜 이런 시공을 했는지 야속하다.

호수정원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
호수정원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 ⓒ 소셜포커스
호수정원 주변 아름다운 풍경과 비교되는 장애인 불편시설 ⓒ 소셜포커스
호수정원 주변 아름다운 풍경과 비교되는 장애인 불편시설 ⓒ 소셜포커스
호수정원 주변 아름다운 풍경과 비교되는 장애인 불편시설 ⓒ 소셜포커스

호수공원 옆에는 자전거 광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1인용 자전거뿐만 아니라, 2인용이 또는 여러 사람이 함께 탈 수 있는 다인승 자전거도 빌려주고 있다.

호수정원에서 동문 쪽으로 이동하면 조각정원이 있다. 이어서 어울큰마당(구 야외음악당) 등 ‘어울’자를 붙인 정원과 꽃길이 이어진다. 조각정원과 어울공간의 일부 진입로와 몇 군데의 탐방로는 요철 노면이어서 바퀴 달린 이동수단은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큰 마당에 설치된 야외무대는 휠체어도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측면에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다.

어울공간 주위로 초가지붕의 원두막들이 많이 설치되어 있다. 마루는 사다리를 통해야 올라갈 수 있다. 마루를 좀 낮게 시공했더라면 휠체어 장애인도 운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끝내지 않고 “쉼터를 직접 이용해 볼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과한 욕심일까?

조각공원의 풍경과 불편시설 ⓒ 소셜포커스
어울공간 원두막의 풍경 ⓒ 소셜포커스
어울공간의 요철 노면 ⓒ 소셜포커스

호수정원에서 남문 쪽으로 들꽃정원을 지나면 치유의 숲(관모산)이 있는 힐링 공간이다. 이 공원 4개 구역 중 전체의 45%를 차지하는 가장 넓은 면적이다.

치유의 숲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백범광장이 있다. 김구 선생과 곽낙원 여사의 동상이 제법 높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지만, 경사로가 잘 잘 갖추어져 있어서 휠체어를 타고도 동상 바로 앞에까지 올라가서 근접 알현(?)이 가능하다.

남문 쪽으로 계속 진행하니 오른쪽 아래로 건강마당(다목적 광장)은 있다. 풀밭 위의 원두막 등 가족끼리 쉴 수 있는 공간은 많지만, 완전 평지임에도 단 10cm도 안 되는 단차가 사방을 가로막고 있다. 휠체어 장애인은 근처에도 못 가보고 멀찌감치 바라만 보다 돌아서야 한다.

백범광장의 김구선생 동상과 오르막 경사로 ⓒ 소셜포커스
휠체어 접근이 어려운 건강마당 휴식공간, 킥보드를 가져온 어린이가 조심스럽게 내려오려고 한다. ⓒ 소셜포커스
휠체어 접근이 어려운 건강마당 휴식공간, 킥보드를 가져온 어린이가 조심스럽게 내려오려고 한다. ⓒ 소셜포커스

건강마당 맞은편으로 인천시가 복권기금과 산림청의 후원을 받아 큰 맘 먹고 조성한 무장애나눔길 입구가 나온다.

복권기금이 이 시설을 조성하는 데 쓰인 이유는 소외계층의 복지증진을 위한 사용 목적에 따라 장애인 등 이동약자들도 누구나 똑같이 숲속 힐링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시설을 갖추자는 데 있었다.

이 무장애 나눔 길은 관모산 중턱까지 휠체어 장애인이나 유모차를 밀고도 등산을 할 수 있도록 완만한 경사를 유지한 데크로드를 설치해 놓았다.

데크로드 입구까지는 곧게 뻗은 메타쉐콰이어 가로수 풍광을 즐기면서 완만한 경사의 흙길과 시멘트 포장길을 지나게 된다. 데크로드에 이르기 전 중간에는 연분홍 겹벚꽃이 활짝 핀 나무 한 그루가 가지를 길게 늘어뜨리며 황홀한 자태로 행인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며 그렇게 봄날은 간다.

필자도 무장애나눔길을 이용하여 숲속의 푸르름과 산림욕을 즐기면서 산에 올랐다. 1.3km의 무장애 길은 관모산 중턱에서 끝나기 때문에 정상까지는 가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평소 등산이 불가능했던 한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전국에는 무장애 등산로라 하여 야산 공원에 데크로드가 설치된 곳이 많다. 그러나 이곳에 설치된 데크로는 좀 달랐다.

보통의 데크로드는 길 양쪽의 가드레일이 울타리 현상을 보이면서 일부 시야를 가리거나, 아니면 가드레일 없이 노면만 설치한 경우는 경계 턱을 부실하게 시공하여 휠체어 등의 추락 우려(최소한 10cm 이상의 추락방지 턱이 있어야 함에도 보통 6cm 내외로 설치된 곳이 많음*)가 있다.

*이러한 이유는 휠체어 접근로의 경계석은 6cm 이상, 15cm 이하가 되어야 한다는 장애인등편의법 시행규칙의 관련 규정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20년 전 입법당시 수동휠체어를 기준으로 설정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요즈음 많이 사용하는 성능이 좋은 전동휠체어의 경우 6~10cm의 높이는 쉽게 타고 넘을 수가 있으므로 최소한 10cm 이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곳에는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데크로드 양쪽 중 한쪽은 가드레일을 설치하고, 한 쪽은 경계 턱으로만 시공된 구간이 많았다. 높이 10cm가 훨씬 넘는 경계턱은 휠체어 추락 우려가 없는 안전한 높이를 확보하면서도, 시야를 넓게 열어주는 효과가 있어서 참 좋았다.

데크로드 중간 중간에는 동화 속의 이야기들과 방문객들의 힐링을 돕는 토막글을 새겨놓은 안내판이 더욱 정겹게 다가온다.

무장애나눔길을 왕복하는 동안 주변의 꽃나무와 경치를 카메라에 담느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를 지경이다. 코스 곳곳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과 꽃밭과 연못 등 볼거리, 그리고 일행들끼리 앉아서 수다를 즐길 수 있는 벤치와 나무 평상 등 다양한 힐링공간이 있다. 필자도 나중에 차분히 이곳에 와서 하루 종일 마음껏 산림욕을 즐기리라.

인천시에는 이런 무장애길이 8개나 되고 앞으로도 매년 2곳씩 추가할 것이라고 한다.

무장애나눔길 입구 ⓒ 소셜포커스
무장애나눔길 입구에서 데크로드 입구까지의 풍경 ⓒ 소셜포커스
무장애나눔길 데크로드에서 바라본 풍경 ⓒ 소셜포커스

한편, 무장애나눔길 구간은 아니지만 입구에 설치된 무장애길 현판 주변 불과 몇 십 미터 이내에서 통행로의 단차, 조경미에서도 경사로가 훨씬 어울릴 장소의 계단, 2곳의 장애인 차별시설이 눈에 거슬리는 것은 휠체어를 타고 바라본 필자만의 관점일까?

공원 곳곳의 화장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장애인 화장실이 있다. 그러나 남녀로 구분된 화장실 내부에 설치되어 있어서 이성의 활동지원사를 동행하는 장애인이라면 때로는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최근에 설치된 것으로 보이는 화장실도 마찬가지였다. 이 외의 장애인 불편시설은 사진 설명으로 대신한다.

무장애 시설을 특정 공간에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 비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장애인 등 이동약자들도 최대한 똑같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장애인 불편시설은 차별시설이자 위험시설이다. 장애인에게 편리한 시설이 비장애인에게 불편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장애인에게 편리한 시설이 비장애인에게는 더욱 편리한 법이다.

무장애나눔길 간판 주변의 장애인 불편시설은 무장애 간판을 무색하게 한다. ⓒ 소셜포커스
정문 안내소 뒤쪽의 이동약자 불편시설 ⓒ 소셜포커스
이동약자의 통행를 방해하는 시설들 ⓒ 소셜포커스
이동약자의 이용을 어렵게 하는 급수시설 ⓒ 소셜포커스
이동약자의 이용을 어렵게 하는 급수시설 ⓒ 소셜포커스
이동약자들이 먼지를 좀 털면 안되나? 단차로 인한 접근할 수 없다. ⓒ 소셜포커스
이동약자들이 먼지를 좀 털면 안되나? 단차로 인한 접근할 수 없다. ⓒ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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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2020-05-16 09:07:53
어제 인천대공원사업소장과 통화를 했습니다. 소장님은 인천대공원을 잘 소개해줘서 고맙다. 관련기사는 각 부서직원들에게 열람토록하고 공원내 불편시설을 모두 파악해서 보고하도록 했다. 문제점으로 지적한 부분중 빠른 시정이 가능한 사항은 최대한 시정을 해서 연락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