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등쌀에 휘다못해 부러진 등...” 묵숨 걸고 버티는 코로나 시대
“코로나 등쌀에 휘다못해 부러진 등...” 묵숨 걸고 버티는 코로나 시대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5.20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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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장애인 목숨 걸고 외출 감행... “코로나보다 투석 못 받는 게 더 공포”
면역 약한 장애아동 병원 못가니 증세 악화되... 대리 처방 고려해줘야
장애인 확진자는 무조건 입원 1순위해야... 자가격리자 시설 관리? 어불성설
자기 표현 어려운 장애인 확진자 전문인력 필요... 정작 활동지원사 대책 無
신장장애 확진자 투석치료 119차량 지원... 새벽에 갈 땐 직원들 눈치 봐야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통받는 장애인의 현실을 고발한다! 지난 13일 코로나 사태를 주제로 '제 2회 장애인 아고라'가 열렸다. 왼쪽부터 서울농아인협회 문태진 이사, 한국장애인부모회 송윤재 부회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권재현 국장,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이영정 사무총장,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근배 정책국장이 발언을 이어갔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1월 20일 1호 확진자 발생... 2월 19일 청도대남병원 집단감염... 3개월 후 이태원 클럽 사태까지 코로나가 남긴 불명예 딱지다. 코로나가 잠시 움츠러드나 싶더니 이내 다시 활개를 친다. 5자리로 줄어들었던 확진자 수가 어느새 30명으로 증가했다. 참 잔인한 바이러스다.

누군가는 마스크를 써야해서 불편한 정도였을지 모르지만 장애인에겐 매일이 목숨을 건 전쟁터였다. 재난 사태에서 장애인이 겪는 비참한 현실이 하루이틀은 아니지만 이번 코로나는 왠만하지가 않다. 말그대로 고립되거나 죽음 문턱까지 가거나 둘 중 하나다. 최전방에서 고통받는 장애인의 현실을 고발하고자 지난 13일 '제 2회 장애인 아고라'가 열렸다.

 

“병원은 가야되고 마스크는 없고...” 마스크 부족으로 허덕이는 장애인들

코로나 사태 후 정부는 장애인과 감염취약층을 위한 별도의 마스크 대책을 내놓고 있지않다. 3월 초부터 공적 마스크가 지급됐지만 수량은 턱없이 부족하고 구매 접근성도 좋지 않다. 감염 확산 우려로 활동지원 시간이 줄면서 대리구매도 녹록치않아졌다.

신장장애인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주 3일을 목숨을 걸고 외출을 감행해야한다. 투석을 받고자 병원에 갈 때 마스크가 없어서 겪는 공포감은 이루말할 수 없다. 마스크 재사용은 일반이니 2차 감염 우려도 지울 수 없다. 또 마스크 재고 알림 어플로 소외감을 느낄 때도 많다. 시각ㆍ청각ㆍ발달장애인의 경우 정보격차를 절감했고 나이가 많을수록, 농업계통에 종사할수록 차이는 심각했다. 구매에 어려움이 큰 장애인에게 마스크 5부제를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주민센터나 공공기관을 이용해 다양한 배분책을 마련하는 방식이 공감을 얻었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한국장애인부모회 송윤재 부회장은 “장애아이 데리고 약국가는 건 상상도 못하구요, 줄서서 구매하는 건 거의 포기해요. 주변에서 얻어쓰거나 후원해주는 마스크 쓰거나 될 수 있으면 밖에 안 나가는 걸로 버티는 수밖에요...”라며 말했다. 그녀는 배송비를 지불해도 좋으니 우편이든 뭐든 정부가 책임지고 장애가정에 마스크를 수급해주길 요청했다.

 

“코로나보다 투석 못 받아서 죽을 것 같아요...” 신장장애인 격리투석응급이동수단 절실

신장장애인이 자가격리에 처하면 상황은 극으로 치닫는다. 4월 6일 기준 확진자 16명 중 15명이 사망했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경북지역 신장장애인 K씨는 자가격리지침을 받은 후 격리투석병원이 없어 기존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자가격리기간 14일 후에 오라는 통보만 있을 뿐 보건소도 대기 지시만 내렸다. 4일간 버티던 K씨는 결국 물혹이 차서 코피를 쏟기 시작했고 피가 멈추지않아 서울로 긴급이송됐다. 현재 그는 위독한 상황이다.

신장장애인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무조건 병원에 가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빨간 날도 예외는 아니니 이동수단이 중요한데 운전기사들이 확진 지역을 가길 꺼려한다는 민원도 들어왔다. 투석 전후에 전해질 불균형으로 쓰러지거나 사망할 수 있는 고위험군이라 응급이동수단을 절실히 외쳤지만 여전히 개선점은 없다. 

특히 자가격리자가 투석을 받을 때는 119차량을 지원해주는데 환자가 병원 일정에 맞춰야하는 불편도 감수해야한다. 밤 치료가 많아서 늦으면 새벽 2시에 끝날 때도 있다. 이때는 이송을 맡은 119대원과 보건소 직원들의 눈초리도 견뎌야한다. 의료진의 수고로움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맞춤형 이동서비스가 있었다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현재 정부 코로나대응지침을 보면 격리 병원을 마련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지키는 곳은 거의 없다. 그나마 대구 남구보건소가 격리투석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신천지 확진 시작 지역으로 자가격리자가 많아지자 감당이 안되서 지킨 경우였다.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이영정 사무총장은 격리투석병원 설치를 호소했다. 그녀는 “신장장애인은 코로나보다 투석을 못 받아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극심하다. 일주일 내로 투석을 못 받으면 죽을 수도 있는 고위험군인데 격리투석병원을 설치해달라 아무리 외쳐도 정부가 듣지를 않고 있다”며 비판했다.

 

■“격리자 별도 시설 지원? 인력도 없는 마당에...” 장애인 확진자 입원 1순위로 해줘야... 활동지원사 대책도 전무

확진 판정을 받은 대구 지역의 발달장애인 B씨는 보건소로부터 병원 후송까지 집에서 대기하라는 지침을 받았다. 가족 없이 혼자 살고 있다보니 급한대로 비장애인활동사가 방호복을 입고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소셜포커스

지난 2월말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13명의 장애인이 자가격리에 처했다. 당시 정부가 생활지원대책을 내놓지않아 급하게 비장애인이 투입되는 일이 많았다. 확진 판정을 받은 대구 지역의 발달장애인 B씨는 보건소로부터 병원 후송까지 집에서 대기하라는 지침을 받았다. 가족 없이 혼자 살고 있다보니 급한대로 비장애인활동사가 방호복을 입고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현재 자가격리 장애인을 별도의 격리시설에서 지원하는 방안과 활동지원서비스를 유지하는 두 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별도의 격리 시설 대상이 대다수 홈리스(노숙인)와 이주민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장애인활동지원사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자가격리자에게 활동지원을 24시간 지원하겠다고 허용했지만 투입되는 지원인력에 대한 위험수당과 안전장비는 갖춰지지않고 있다.

확진자 입원 후 돌봄 인력 문제도 여전하다. 장애인이 빠르게 입원가능한 병실 수도 적고 대다수 만성 기저질환자에, 발달장애인은 본인의 상태를 말하기 어려워하기에 전문인력이 관찰하고 지원해야하는 상황이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근배 정책국장은 “장애인 확진자는 무조건 입원 1순위로 보고 병원 안에서 의사소통과 생활이 가능하도록 체계를 갖춰야한다. 당장 모든 병원에 적용은 어려우니 별도의 지원병동이나 지정병원부터 체계를 만들어가야한다”고 요구했다.

 

병원 못 가니 증세 심해져 “대리처방 허용해달라”... 청각장애인 의료 접근성도 여전히 부실

청각장애인의 의료접근성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병원과 선별진료소, 공중보건소에서 수어통역은 고사하고 대다수 영상통역에 의존하고 있지만 화질이 선명치않고 전달력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따랐다. ⓒ소셜포커스
청각장애인의 의료접근성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병원과 선별진료소, 공중보건소에서 수어통역은 고사하고 대다수 영상통역에 의존하고 있지만 화질이 선명치않고 전달력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따랐다. ⓒ소셜포커스

면역력이 약한 장애아동은 병원에 못가니 증세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S씨는 “아이가 원래 신경정신과 약을 복용했는데 병원을 못가서 처방을 못 받으니 감정조절도 어려워하고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내고 있어요”라며 토로했다. 면역력이 약한 장애아동은 특수한 경우로 보고 대리 처방을 허용해야한다는 주장도 따랐다.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느라 바이러스를 못 이기고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발열증세를 보였던 신장장애인 D씨는 보건소가 경증으로 분류해 입원 순위 대상에서 밀리자 자택 격리를 하다 2틀만에 사망했다. 신장 이식자는 발열 자체를 위험단계로 보아야함에도 간과했던 것이다. 

한편 청각장애인의 의료접근성 문제도 제기됐다. 병원과 선별진료소, 공중보건소 이용정보를 알 도리가 없다는 것. 수어통역은 고사하고 대다수 영상통역에 의존하고 있지만 화질이 선명치않고 전달력도 떨어진다. 보건소는 여전히 수어용 영상전화기가 없고 질병관리본부(1339)로 전화를 해도 영상통화가 안되니 무용지물이다.

 

온라인개학으로 소외받는 학생들 “교사가 문자 독려한다고 말 듣겠나... 수업 진행은 결국 부모 몫”

온라인 개학에서 열외되는 장애학생도 많다. 온라인 수업이다보니 교사 역량에 따라 수업참여도가 달라진다. 일부 특수학교 교사들이 수업 참여를 문자로만 독려하니 수업 진행은 결국 부모 몫이 됐다. 일선 부모들은 특수교사가 적극적인 태도로 전화나 정기 방문으로 수업 참여를 독려해주길 요청했다.

복지관이 휴관되면서 발달장애 이용자의 퇴행 문제도 지적됐다. 복지관에서 시행해온 의사소통, 사회적응훈련 서비스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송윤재 부회장은 “휴관으로 어쩔 수 없다는 핑계말고 찾아가는 서비스를 연계해주거나 영상을 제작해서 장애학생의 치료를 도와야한다”고 말했다. 고도비만으로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학생을 위해 특수교육자료로 체육 영상을 제작해달라는 요청도 따랐다.

장애인에게 코로나는 견디면 지나갈 폭풍이 아니라 자칫하면 휩쓸려갈 거대한 태풍과도 같았다. 태풍의 중심은 고요하지만 그 가장자리에 위치한 장애인들은 불안을 넘어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다. 메르스사태, 강원도 산불사태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재난 사태마다 울부짖던 장애인을 돌봐주던 따뜻한 정부가 있었을까. 이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라고들 한다. 장애인단체와 민간단체의 후원에 기대는 것도 한계치를 넘어섰다. 정부의 치열한 고민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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