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제작 외길 20년… 휠라인모빌리티 금동옥 대표
휠체어 제작 외길 20년… 휠라인모빌리티 금동옥 대표
  • 박예지 기자,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5.20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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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의 핵심은 프레임… ‘맞춤형 제품으로 승부’
“휠체어를 직접 제작한다는 것은 프레임을 직접 만든다는 의미”

약 20여 년 전 맞춤 휠체어 사업에 뛰어든 뒤 여러 번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던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이제 금메달리스트의 휠체어를 제작하는 기업체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휠라인모빌리티(이하 휠라인) 금동옥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금동옥 대표가 사업에 재기하여 휠라인을 세우고 운영한 지 어느덧 14년이 흘렀지만 그에게서는 아직도 처음과 같은 열정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김 대표는 인터뷰 요청에 재작년쯤 뵙지 않았느냐 되물으며 웃음을 지었다. 만 5년 전 일이었는데 세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바쁘게 지내온 듯 보인다. 경기도 안성에 있는 공장에서 그를 만났다.

휠라인모빌리티 금동옥 대표 ⓒ소셜포커스

Q. 대표님 안녕하세요. 바쁘신 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에 앞서 국내 휠체어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활동용(휠체어) 같은 경우는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건강보험공단에 보조기기 구입 비용 지원받은 숫자를 물어보면 대답은 해주겠지만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어요. 모든 휠체어 이용자가 급여를 받지는 않으니까요. 일반 병원이나 요양 병원 비치용은 중국산이 많고 스포츠, 활동용 휠체어를 직접 생산하는 곳은 국내에 저희 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국내 휠체어 수요는 적다고 볼 수 있죠.

Q. 적은 수요를 극복하려면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두실 것 같은데요, 이미 해외 판로를 개척하셨나요?

수출은 시작한 지 3년 정도 됐는데 비중이 크지는 않습니다. 매출의 20%~25% 정도 차지해요. 주요 수출지는 중국, 대만이고 그 외에는 싱가포르와 러시아가 있습니다. 독일 수출도 조금씩 확대 중이고요.

Q. 금속, 기계에 강한 독일이 우리나라에서 (휠체어를)수입한다니 의외네요.

그죠. 독일처럼 기술력 좋은 나라에서 우리나라 제품을 왜 수입하나 싶으실 텐데 다 차별화를 위해서입니다. 어떤 회사도 모든 부품을 다 직접 만들지는 않아요. 휠체어의 핵심은 프레임이에요. 휠체어를 제작하는 기술력이 있느냐 없느냐는 곧 프레임을 만드느냐 못 만드느냐로 구분하거든요. 다시 말하자면 휠체어를 직접 제작한다는 것은 프레임을 직접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유명한 기업일수록 휠이나 부품은 더더욱 외주 제작을 맡기는 경우가 많아요. 자신만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이 회사, 저 회사 부품을 다양하게 조합한다든가 어느 부분은 주문 제작하는 것이죠.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휠이나 부품을 외국에서 가져오기도 합니다.

Q. 그렇다면 휠라인 제품의 강점이나 차별화되는 부분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휠체어에 몸을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수입한 제품은 수리하거나 조정하기 힘들잖아요. 휠체어를 고치자고 외국에 갈 수도 없고, 휠체어만 덜렁 보낼 수도 없는 것이고요.

저희는 국내에 있다 보니까 양복 맞추는 것처럼 몸에 딱 맞도록 제작해드릴 수 있습니다. 특히 전문 체육선수들은 포지션에 따라서 시트나 등받이, 프레임 구조를 변경해야 할 부분이 수십 수백 가지인데 저희는 언제나 수시로 봐드릴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작업자가 럭비 선수용 휠체어 프레임 용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Q. 경기용 휠체어는 각 종목마다 반영해야 할 어떤 것들이 있나요?

휠체어 규정이 각 종목마다 다르게 되어 있어요. 규정을 벗어나면 경기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우선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게 가장 먼저예요. 경기력에 도움 되는 요소를 선수들과 잘 소통해서 첨가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농구는 움직임이 원활하면서도 방어력이 좋아야 합니다. 테니스는 순간적인 속도와 회전이 빨라야 하는데 다리 위치를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서도 회전 속도가 달라져요.

선수 포지션에 따라 등받이 각도나 높이도 다 다릅니다. 예를 들어 농구 같은 경우에는 센터랑 가드가 있잖아요. 센터는 높은 점수를 노려야 하니까 시트를 좀 높게 맞춰야 하고, 가드는 방어하기 위해서 움직임이 좀 더 빨라야 하니까 차체가 좀 더 가벼워야 되는 차이점이 있어요. 맞춤형이 아니면 힘든 부분이죠. 신경 쓸 부분이 굉장히 많습니다.

Q. 종목이 굉장히 다양하던데요? 휠체어 댄스스포츠도 있더군요. 댄스스포츠용 휠체어는 어떤 요소가 가장 중요한가요?

댄스스포츠 같은 생활체육은 휠체어 규정이 그렇게 엄격하지는 않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회전과 디자인이죠. 이 종목은 선수의 신체 조건에 딱 맞춰드려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Q. 생활체육 휠체어 주문 비율은 얼마나 되나요?

비율로 따지면 30%~50% 정도입니다. 사업 시작 당시에는 전문 선수들하고만 많이 일해 오다가 시간이 지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생활체육 쪽도 접하게 된 것이지요. 처음에는 선수들이나 종목 협회 관계자들한테 물어물어 제작을 했는데 노하우가 쌓이다보니까 이제는 저희 쪽에서 오히려 조언을 많이 해드려요. 이 포지션은 이런 부분을 강조하는 게 낫다든지, 빼는 게 낫다든지 선수에게 저희가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Q. 제작 기간은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세미맞춤형’이라고 이용자가 직접 조정할 여유분이 있는 제품은 1주일가량 걸리지만 보통은 2달까지도 걸립니다. 등받이와 시트 높이부터 프레임 길이나 색깔, 휠 종류 등등 적게는 20~30개, 많게는 100개까지 주문자가 세부사항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다 맞춰드리려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휠라인 출시하는 활동형 제품 ⓒ소셜포커스

Q. 고객들과 소통을 많이 하니 기억에 남는 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너무 많죠.(웃음) 꼽자면 한국 최초 동계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크로스컨트리 종목 신의현 선수가 기억에 남아요. 휠체어를 완벽하게 맞춰드리려고 수십 번도 넘게 서로 왔다 갔다 했어요. 그 종목은 조절하는 방식의 휠체어를 사용하면 몸놀림이 둔해져서 무조건 용접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야 해요. 그렇다보니까 프레임 재조정도 굉장히 힘든데 사명감으로 높은 완성도를 위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나중에 신 선수가 음료수랑 과자를 사들고 직원들에게 고맙다며 인사하러 오셨었어요. 사람들은 경기에서 휠체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를 거예요. 금메달이 있기까지 뒤에는 저희가 땀 흘려 조력했던 노력이 있는지조차 모르겠지만 선수들은 알아줘요. 그럴 때면 저희가 더 고맙죠.

Q. 회사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매출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애로사항은 없으세요?

매출도 매출이지만 맞춤형이라는 게 저희의 강점이기도 하고 애로사항이기도 해요. 저희가 지금은 맞춤형 제작을 하고 있지만 만든 것 중 좋은 예는 데이터화해서 표준 제품을 생산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어, 이 부분은 이렇게 만드니까 좋은데?” 해서 데이터화 할라 치면 고객 취향이 또 바뀌고, 또 바뀌곤 합니다. 그래서 항상 데이터화에 목이 마르죠. 확보한 데이터로 금형화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 자연스럽게 제품 가격도 낮아지는데 전문 인력도 부족하고 여력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Q. 제품 수익성은 어떤가요?

건강보험공단이 구매비용을 지원하는 장애인 보조기기에 ‘활동용 휠체어’라는 항목을 명시한 지 이제 1~2년 정도 지났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수요도 너무 적어서 장애인용만 (제작)해서는 힘들고요. 얼마나 수요가 작으냐하면요. 작년에 건강보험에서 활동용(휠체어) 구입비 지원한 게 300여 대인데 저희가 그 중에서 100대를 공급했습니다.

또 요새는 정부가 휠체어를 대여하는 사업도 하고 있어요. 공급업체로 선정되면 중소기업 장려 차원에서 수가를 조금 높게 책정해주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하기는 힘든 부분입니다.

그렇다보니 노인용, 병원용도 놓칠 수는 없는데 기존에 중국이나 대만 제품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까 저희는 경쟁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중국이나 대만은 이미 전 세계로 공급 망이 형성되어 있고 대량 생산도 가능한데 우리나라는 국내 시장 자체가 협소하니까요. 저희 회사 수익 대부분은 역시 스포츠용입니다. 이 분야는 누가 갑자기 뛰어든다고 하루아침에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남들이 침범할 수 없는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는 게 살아남는 비결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럭비선수가 경기할 때 사용하는 제품(왼쪽은 공격 선수용, 오른 쪽 제품은 수비 선수가 사용한다. 공격용은 밑부분에 삼각형 고리로 상대편 수비 선수 휠체어 하단 부분을 걸어 방어를 못하도록 저지한다.)  ⓒ소셜포커스

Q.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운영에 타격은 없으셨나요?

많죠. 일단 장애인들이 외부 활동에 제약을 받다보니까 그게 제일 문제예요. 원래 비수기가 1월에서 3월 즈음인데 하필 또 그때 (코로나가)터져서 더 힘들었어요. 영업사원들은 병원에도 못 가고 매출이 평균 대비 30%까지 줄었습니다. 저희 직원이 지금 25명 정도인데요. 사실 급여를 대출 받아서 지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운영도 운영이지만 또 저희가 기업 활동하는 데에도 제약이 많아졌습니다. 마련된 기금이 있어서 수리사업도 준비 중이었는데 그것도 몇 달째 계속 미뤄지고 있어요.

Q. 앞으로 사업 확장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계신지 궁금한데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휠체어를 단순히 이동수단이 아니라 레저의 수단으로 보고 있어요. 휠체어로 이동만 할 수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삶의 질까지 생각하는 거예요. 우리나라도 그에 발맞추려는 움직임으로 개발 사업을 공모했는데 저희가 선정됐습니다. 노인과 장애인이 여가용, 레저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구를 개발하는 명목으로 20억 정도 확보했어요. 3개 기관과 함께 진행하고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

Q. 혹시 전동 휠체어를 출시할 계획은 없나요?

저희를 포함해서 국내에 전동휠체어를 직접 만드는 회사는 없어요. 아쉽지만 거의 모두 중국산입니다. 저희는 맞춤형, 스포츠휠체어라는 부가가치로 이익을 내는 게 사업 핵심이기도 하고요. 전동휠체어는 정말 기계다 보니까 맞춤형 제작을 하기에 좀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제작비용부터요.

그래도 수전동 제품은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전동은 너무 무거워서 보호자들이 직접 나르기도 힘들고 여러 가지 의외로 불편한 점이 많아요. 그리고 저희 제품이랑 외부 회사의 전동장치를 결합하는 게 제작도 더 용이하죠.

Q. 휠체어 이용하시는 지체장애인 회원들에게 휠라인을 알리는 말씀을 해주신다면은?

저희가 품질이며 사후서비스며 수입 제품과 견주어서 절대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최근에 중국이 저희 제품 베끼는 경우도 있어요. 기분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지만, 제품이 좋으니까 베끼지 나쁘면 안 베끼잖아요.(웃음) 사용해보시면 분명 만족하실 거라고 장담합니다.

그리고 꼭 저희 제품을 써달라고 한다기보다 국산 휠체어 산업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이용을 고려해주셨으면 해요. 생산과 판매량이 늘어나면 더 다양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할 수 있으니까요. 또 시장이 커지면 저희뿐만 아니라 새롭게 진출하는 기업들도 생기고, 업계가 성장하면 정부에 요구할 수 있는 목소리도 커지지 않겠습니까? 모두 다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좋은 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ㆍ박예지 기자 / 사진ㆍ박지원 기자]

완성된 제품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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