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운동가로 산지 30년... 그가 그려갈 4년의 청사진은?
장애인 운동가로 산지 30년... 그가 그려갈 4년의 청사진은?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5.23 08: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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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협 손영호 회장, "핵심과제는 고용문화확산과 고용환경개선"
수요자 중심 정책위해 고용 컨퍼런스와 장애인 고용매니저 계획 중
맞춤형 보조공학기기 R&D센터 마련되어야... BF컨설팅으로 시설 지원
"장애인과 고령자 모두 행복한 사회" 고령 장애인 고용정책도 필요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손영호 회장을 그의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봤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그는 장애인 운동가로 산 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말한다. 그가 그려갈 4년의 청사진을 함께 들여다봤다. ⓒ소셜포커스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손영호 회장을 그의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봤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그는 장애인 운동가로 산 지 30여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말한다. 그가 그려갈 4년의 청사진을 함께 들여다봤다. ⓒ소셜포커스

사업가에서 장애인 운동가의 길로 접어든지 30여 년... IMF로 사업 실패의 쓴 맛을 봤을 때도 좌절하지 않았다. 하늘이 주신 기회라는 생각에 장애인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한 길만 고집해왔다. 2017년부터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이하 협회) 회장으로 재직하며 최근 연임에 성공한 손영호 회장은 아직도 장애인 복지 증진에 배고프다고 말한다. 책상 한쪽에는 그가 공천장을 건네준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보였다. 불러서 일할 사람이 많다며 너털웃음을 짓는 그였다. 손 회장이 그려갈 4년간의 청사진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지 함께 들여다봤다.

Q. 먼저 연임을 축하드립니다. 다가올 4년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계실텐데 미리 좀 볼 수 있을까요?

맞아요. 소처럼 일하라고 무슨 일부터 할 건지 부터 물으시네요.(웃음) 가장 최우선으로는 고용문화 확산 운동고용환경개선 운동 2가지를 중점으로 두고 있어요. 사실 제도적인 활동은 한계점에 다다랐거든요. 기업에서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고 부담금을 내는 게 더 남는 장사라고 판단하면 장애인 의무고용률 제도가 무색해지잖아요. 제도뿐 아니라 장애인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인식을 소환하는 문화 활동도 받쳐줘야 합니다. 우리 협회가 그 역할을 선도할 거고요. 일례로 협회에서 운영하는 한국형장애균등지수(KDEI) 지표가 있어요. 이걸 활용해서 장애인이 근무하기 좋은 직장 발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 운동이 기업의 고용문화를 바꾸는 지지대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어요.

Q. 최근 고용부가 문화ㆍ예술 일자리를 발굴하겠다고 밝혀서 특정 분야에 치우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따랐습니다. 더 시급하게 발굴해야 하는 일자리가 있다면요?

코로나 사태에 비추어봤을 때는 앞으로는 비대면 직종이 주목 받지 않을까 싶어요. 대면 활동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장애인에게는 요즘과 같은 환경 변화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죠.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사업과 기술직 등 장애인이 참여 가능한 스마트 일자리 발굴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앞으로는 스마트 워크 시스템으로 출퇴근을 하지 않고도 근무할 수 있는 환경도 확대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이번에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장애인 국회의원 3명이 배출됐습니다. 장애인 정치세력화를 외쳐온 장애인 운동가로서 협회도 현 고용정책 개선과 제도 마련을 위한 대외적인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요?

정책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수혜받을 수요자의 욕구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지금까지 공급자 위주로 서비스가 제공됐기 때문에 여러가지 폐단도 발생했어요. 우리 협회는 3개 지역을 선정해서 장애인 고용 컨퍼런스를 계획하고 있어요. 정치권과 지역 유관기관, 지역사회 장애인 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제는 무엇보다 수요자의 입장과 의견을 경청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요. 장애인 고용 컨퍼런스에 오셔서 많은 의견 주시면 좋겠어요.

Q. 현재 장애인고용공단에서 근로자에게 보조공학기기를 지원하고 있지만 수요자의 욕구와 상관없이 단순 매뉴얼대로만 제공하다보니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큽니다. 해결방법이 있을까요?

먼저는 보조공학기기 산업이 발달이 되어야 좋은 제품이 생산되는데 문제는 장애인의 경제 여건이 어렵고 소비욕구도 낮다보니 선순환이 안되고 있어요. 현재 장애인 고용촉진 기금도 1조원이 넘어가고 있는데 제대로 활용이 안되고 있구요. 먼저는 정부가 나서서 보조공학기기 R&D(연구개발)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단은 보조공학기기 R&D 센터를 만들어서 수요자 중심의 보조공학기기 개발에 힘써야합니다.

편의시설은 이제 장애인에게만 국한되지 않아요. 우리 사회를 보세요.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거든요. 신체적 장애나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이 장애인만 있는 게 아니에요. 노인, 임산부 등 이동에 제약을 받는 취약계층이 많습니다. 이들을 위해 전국적으로 편의시설을 확충해가야 한다고 봅니다.

협회 차원으로는 이를 위해서 ‘BF(베리어 프리) 컨설팅’ 사업을 수행하고 있어요. 건축이나 도로ㆍ공공시설 등 외형 뿐만 아니라 종사자에게 필요한 자격시험까지도 제도화 하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제도나 법률적인 측면까지 다양한 개선안을 제시하고 문제점을 찾아내어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자세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손영호 회장 ⓒ소셜포커스

Q. 협회의 핵심 사업 중에 장애인식개선교육이 있습니다. 실제로 인식이 많이 바뀔까요?

인식개선은 달리 말하면 ‘이해’에요.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어찌 보면 제도적으로 강제성을 띠고 인식을 바꾸려는 거잖아요. 이게 최선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결국 모든 것은 사람과의 관계성에 대한 것이거든요. 장애인도 비장애인에게 먼저 다가가서 교류하고 호의적인 의사표시를 해줘야 해요. 서로 관계나 교류하지 않는데 어떻게 이해하겠어요. 장애인식개선이라는 제도적인 노력과 동시에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쌍방 노력도 중요합니다. 소극적인 태도가 정당한 권리조차 포기하게 만드는 게으른 생각을 낳을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합니다. 장애인도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야 되요.

Q. 올해 장애인 고용매니저를 육성한다고 들었어요. 기존의 고용지원사업과 차별성이 있나요?

장애인고용 매니저는 쉽게 말하면 장애인에 특화된 잡(Job)매니저에요. 직장 내에서 장애인식개선 강의도 하지만 기업에 가서 장애인 고용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해주는 직업이죠. 장애인고용매니저 아카데미를 진행해서 고용매니저를 양성하고 자격증도 발급할 예정입니다. 고용일선에서 사업주와 장애인 구직자 간의 가교역할을 해주는 사람이에요. 몇 년 후에는 고용매니저라는 직업도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또 올해 4월부터 협회가 서울, 부산, 광주 3곳에 장애인 근로자지원센터를 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수탁했어요. 노동시장에서 막 진입한 장애인의 직업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 취업 초기 단계부터 차근차근 지원해갈 계획입니다.

Q.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장애인 고용정책은 무엇이 있을까요?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제도가 개선이 시급하다고 봐요. 대다수 대기업이 이 제도를 이용해서 장애인고용부당금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데, 정작 임금과 복지체계를 별도로 적용하니까 고용의 질이 낮아지는 문제가 생겨요. 마치 장애인을 최저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는 면죄부를 받게 된 것과 같죠. 본사에서 중증장애인을 1명이라도 고용하면 직원들 인식부터 주변 기업까지도 바꿀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 규정을 바꿔서 본사의 임금과 복지체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Q. 마지막으로 협회를 이끌어갈 방향과 포부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장애인과 고령자 모두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장애인 고용정책은 어느 정도 구축해놓은 상황이지만 고령 장애인 고용정책은 전혀 없어서 이 부분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또 장애인 운동을 해오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장애인들이 원하는 정책과 서비스가 무엇일지 항상 고민하게 돼요. 진짜 장애인 운동은 피부에 와 닿는 편리한 정책을 만들어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당사자주의를 항상 외쳐왔는데 결국 자기가 겪는 불편부당한 문제를 지적하고 권리를 주장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장애인 당사자주의거든요.

무엇보다 지도자로서 청렴결백한 삶의 기본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정부와 시민사회를 향해서 우리의 당당한 몫을 요구하려면 스스로 족쇄를 차는 일은 없어야 하겠죠. 조직을 이끌어 가는 깨끗한 지도자상이 아주 중요합니다. 제가 협회로 온 이후로 ‘BF 컨설팅’을 제외한 모든 수익사업을 정리했어요. 그만큼 조직의 재정 건전성도 중요하게 보거든요. 장애계의 여러 단체와 리더들과 함께 정부와 시민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추진해 온 경영 혁신을 완성하고 장애인 복지 일념이라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변함없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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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훈 2020-05-26 10:23:51
아주 오랜만에 공감이 되는 좋은 말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