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수어통역 의무비율 늘려라"
인권위, "수어통역 의무비율 늘려라"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05.27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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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사, "수어통역 의무비율 5% 준수하니 문제 없어"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상파 3사 저녁 종합뉴스에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청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하고 차별시정 권고를 내렸다. 이에 진정 측인 장애벽허물기는 결과에 대해 "환영한다"며 지난 22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지상파 3사 메인뉴스에 수어통역을 제공하라고 권고했다. 이와 함께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도 지상파 방송 수어통역 비율을 높일 것을 요구했다.

이는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의 차별 진정에 대한 결정이다. 진정인 측은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며 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인정받은 지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수어방송 의무비율은 5%에 불과하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장애인방송고시'는 9년 전인 2011년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총 4차례 개정되었다. 그러나 수어방송 의무비율은 2013년 개정된 이후 조정된 바가 없다. 7년 전 기준 그대로 지상파방송 한국수어통역 의무비율을 5%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대체로 "의무비율 이상 수어통역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청각장애인 접근성 보장에 소홀하다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 방송사는 "하단 자막 자리에 수어를 내어줄 경우 비장애인의 시청권 제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인권위는 "비장애인들은 수어통역이 화면이나 자막을 일부 가려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지만 청각장애인은 수어통역 없이는 자막이 있더라도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진정인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또 인권위는 "'장애인방송고시'를 총 4회 개정하면서 수어방송 의무비율을 전혀 높이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문을 통해 의견을 밝혔다.

피진정인인 공중파 3사는 별도의 수어통역 화면과 자막크기 조절기능을 갖춘 TV 수상기의 개발과 보급, 스마트 기기에서 음성을 자막과 수어로 자동 변환하는 사업, 스마트 수어방송서비스 등 청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진정서를 통해 전달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장애벽허물기)은 이 결정을 환영한다며 지난 22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서]

지상파방송 3사는 메인뉴스에 수어통역을 제공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관련 고시를 조속히 개정하라.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시정 권고 결정을 환영하며-

 

우리 단체(장애벽허물기)의 차별진정(19진정0130100)에 대하여 국가인권위회(인권위원회)의 권고 결정이 났다.

인권위원회가 권고를 한 대상은 지상파방송사(KBS, MBC, SBS)와 방송통신위원회이다. 권고의 내용은, 지상파방송사에 농인(聾人)들의 시청권을 위하여 지상파방송사 메인뉴스(KBS 9시, MBC 및 SBS 8시 뉴스)에 수어통역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에는 지상파방송 메인뉴스의 수어통역 제공의 비율을 현행 5%보다 더 높이는 등 농인의 방송시청권을 보장할 수 있게 하라고 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에는 ‘장애인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장애인방송고시)의 개정도 포함한다.

지난 해 우리 단체는 지상파방송사에 저녁종합뉴스를 농인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수어통역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지상파방송사들은 메인뉴스의 경우 화면에 제약 등으로 수어통역 제공이 어렵다는 입장만 보였다.

KBS의 경우 TV수신료를 받고 있으며, 공영방송이라 메인뉴스에 수어통역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KBS는 당장은 수어통역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했다.

방송사들이 이렇게 나오는 배경에는 정책적인 요인도 있다고 우리단체는 판단하였다. 장애인방송고시에 규정된 지상파방송사 수어통역 비율이 5%로 적어 지상파방송사들이 미온적으로 나온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우리 단체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지상파방송의 수어통역 비율을 단계적으로 30%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수용되지 않았다.

이와 같이 지상방송사들이나 방송통신위원회의 미온적인 태도에 우리 단체는 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 단체의 차별진정에 대하여 인권위원회는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의 평등권침해 금지, ‘장애인권리협약’ 제21조의 의사표현의 자유,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 제3항 및 시행령 제14조의 방송접근권, ‘한국수화언어법’ 제16조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수어통역제공 의무 등을 근거로 차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 단체는 인권위원회의 권고 결정을 환영한다. 그리고 진정 권고를 받은 지상파방송사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인권위원회의 권고를 겸허히 수용할 것을 요청한다.

지상파방송사는 메인뉴스에 수어통역을 하루 빨리 실시해야 한다. 수어통역을 못한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 또한 지상파방송사의 수어통역 비율을 단계적으로 30%까지 확대가 될 수 있도록 장애인방송고시 개정 등의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한다.

이를 통하여 농인들이 수어로 방송을 볼 권리가 확대되길 기대한다. 더 나아가 방송 등 미디어를 농인들이 자유롭게 선택하여 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2020년 5월 22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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