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장애인 폭행... 강력 처벌하라!” 국회에 보내는 ‘한 방’
“반복되는 장애인 폭행... 강력 처벌하라!” 국회에 보내는 ‘한 방’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5.27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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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두 번 죽이는 싸늘한 관심... 장애인 죽음에 무감각한 사회에 ‘경종’
분개한 장애단체 국회 앞으로 “가해자 엄중처벌과 재발방지대책 수립하라!”
아동ㆍ노인은 피해쉼터도 많은데... 권익옹호기관 모호한 정체성 “역할 분명해야”
차별금지법으로는 형사 처벌 근거 無... “형사법 적용 안되면 또 솜방망이 처벌“
26일 오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이하 한자연)를 비롯한 장애단체들이 국회 앞에 모여 장애인의 죽음에 무감각한 정부와 지역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이들은 가해자 엄중처벌과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라며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반복되는 장애인 학대ㆍ폭행으로 몸살을 앓는 장애계가 국회에 강력한 ‘한 방’을 보냈다. 26일 오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이하 한자연)를 비롯한 장애단체들이 국회 앞에 모여 장애인의 죽음에 무감각한 정부에 ‘경종’을 울렸다.

작년 12월 대전에서 지적장애인이 친모와 활동지원사의 감금ㆍ폭행으로 숨지는 사건부터, 올해 3월 경기도 평택에서 활동지원사가 시설 장애인을 폭행해 죽인 사건, 4월 경남 합천 고려병원에서 간호사가 정신장애인을 구타해 사망한 사건까지 피해자는 모두 힘없는 장애인이었다.

연일 들려오는 학대ㆍ폭행 소식에 장애단체들이 앞다퉈 성명을 발표했지만, 정부와 산하 인권기관의 미적지근한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이에 장애단체들이 분개하여 거리에 나오기에 이르렀다.

 

■왜 장애인 폭행치사사건은 주목받지 못하는가? 장애단체들 ”분노“

우리사회는 장애인의 죽음을 어떻게 여기고 있습니까?

당연한 것입니까?

한번 읍소하고 지나가는 애달픈 사건일 뿐입니까?

 

(왼쪽부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 총연합회 황백남 상임대표, 은평늘봄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종욱 팀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실장, 한국장애인연맹 조윤근 사무국장,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윤차원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한자연 황백남 상임대표는 가정에서의 방임과 허술한 복지 정책이 장애인의 죽음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장애인 학대 사건이 사회 문제로 주목받지 못하게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는 싸늘한 시선들을 꼬집었다.

그는 “거론된 사건들 모두 최근에 발생한 게 아니라 이미 5-6개월 전에 일어난 일이다. 정부가 꽁꽁 숨기고 있다가 겨우내 드러나게 된 거다. 노인, 아동 학대 사건은 너나할 것 없이 사회 이슈로 보도하면서 왜 장애인의 죽음에는 이토록 무관심한가”며 분개했다.

현재 아동에 관해서는 학대ㆍ폭력 형사법이 마련되어있지만, 장애인 학대를 금지하는 국내 관련 법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뿐이다.

해당 법은 민법으로, 가해자를 형사 처벌할 근거가 없어서 솜방망이 처벌로 그친 경우가 빈번했다. 폭행, 살해 등 죄목에 해당하는 기존 형사법을 적용받을 뿐 장차법을 근거로 가중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 학대 사망사건에 무감각한 정부와 지역사회에 분개한 장애단체들이 26일 국회 앞 거리로 나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소셜포커스

발언에 나선 한국장애인연맹 조윤근 사무국장도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 3명이 폭력으로 사망할 동안 과연 국가는 어디 있었나 따져 묻고 싶다. 아동 피해쉼터는 60개, 노인 피해쉼터는 20개소가 넘지만 장애인 쉼터는 전국 15개소뿐이다"라며 비판했다. 

심지어 1개소의 정원은 4명에 불과하다. 조 국장은 "전국에서 학대당하는 장애인이 40여 명뿐이냐”고 학대당하는 장애인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턱없이 부족함을 꼬집었다.

이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역할 재정립이 시급하다. 장애인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은 있지만 실질적으로 학대 피해 장애인들을 회복시켜 지역사회로 돌려보낼 실질적인 대책이 없다. IL센터(자립생활센터)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라고 제안했다.

 

우리가 무슨 죄가 있다고 가장 가까운 부모와 활동지원사에게 죽임을 당해야하는가. 학교에서는 왕따, 집에서는 학대... 언제까지 당하고만 있어야하나 민시현 활동가-

시설에서 학대받고 길가다가 폭행당하고 이젠 집구석에서조차 맞아죽는다. 장애인에겐 안전한 곳이 없다 김태균 위원장-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가해자들은 형량을 줄이고자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사회복지 기관의 책임, 학대 신고 의무자에 대한 강력한 조치! 정부는 응답하라! -김하늘 간사-

 

한자연을 비롯한 장애단체들이 고질적인 장애인 학대ㆍ폭력 고리를 끊어달라며 미래한국당 이종성,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당선인에게 요구안을 전달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장애인 국회의원 당선자들 “반복되는 학대 사건 개탄스러워... 결국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

이종성 당선인 ⓒ소셜포커스

이날 시위대의 왼편에는 21대 국회에 진출하는 장애인 당사자 국회의원들의 모습도 보였다.

미래한국당 이종성 당선인은 “이 같은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본질적인 책임은 지자체와 정부에 있다”며 “사건을 장애인 개인의 불행으로 치부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강력한 형사 처벌을 촉구했다.

함께 자리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당선인도 참담한 심경을 표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이렇게 죽어간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저항의 의사 표현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발달장애인을 목줄을 걸어 화장실에 가두고 굶기고 때려죽인 가해자가 그 친모와 활동지원사라는 사실은 실로 충격적이지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혜영 당선인 ⓒ소셜포커스

최 당선인은 활동지원 서비스 시간은 물론 각종 지원서비스를 강화해 가족에게 가중됐던 돌봄 책임을 덜고 발달장애인 국가 책임제를 조속히 시행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건의 가해자 중 일부가 활동지원사라는 점에서 활동지원사 자격 기준을 강화해야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중구길벗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성은 센터장은 “1년에도 수천 명의 활동지원사가 배출되고 있지만 동시에 장애인 활동지원사 폭행·학대 사건도 연일 보도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성은 센터장 ⓒ소셜포커스

그는 ”현재 40시간만 수료하면 활동지원사를 할 수 있지만 자격 기준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활동지원 서비스 품질은 물론 올바른 직업의식을 제고하기 위해서 활동지원사 자격을 국가 혹은 민간자격으로 승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거리로 나왔던 장애 단체들은 고질적인 장애인 학대·폭력의 고리를 끊어달라며 이종성, 최혜영 두 당선인에게 법 제정을 간청했다. 이들은 ▲장애인 학대 예방 및 재발 방지 대책 즉각 수립·발표 ▲가해자에게 응당한 법적 처벌 ▲장애계 참여를 전제로 한 TF팀 즉각 구성의 내용이 담긴 요구안을 전하며 적극적인 법 제정활동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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