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검사 직접 받아보니…
코로나 19 검사 직접 받아보니…
  • 염민호 기자
  • 승인 2020.06.01 14: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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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받으러 선별진료소에 온종일 ‘긴 줄’
지역 내 추가 확진자는 없는 것으로 추정….
“과도한 예산 낭비 막을 수 있도록 정확한 상황 파악해야!”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접수대에서 신상정보를 기록하고 있는 장면.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염민호 기자] = 기자는 현재 코로나 19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 중이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집에서 자가격리해야 한다. 코로나 19 검사자 안내문에는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 안에서도 가족과 따로 떨어져 있으라고 적혀 있다. 

어제(5월 31일) 오전 11시 검사를 받기 위해 거주지 보건소에 설치된 코로나 19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앞서 도착한 시민 200여 명이 긴 줄을 따라 대기하고 있었다. 앞사람을 따라가는 동안 사람들이 계속 등 뒤로 따라붙었다.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오후 2시 30분경에 검사를 마칠 수 있었다.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은 오전처럼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상태였다.

코로나 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의 행렬이 종일 계속 이어졌다. ⓒ소셜포커스

지난 5월 22일 퇴근 후 집 가까운 마트에서 아내와 함께 장을 봤다. 새로 문을 연 ○○마트는 이벤트 행사로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지하 주차장에 들어갈 수 없어 근처 이면도로에 주차하고 마트로 갔다. 내부 상황도 많은 사람으로 인해 북적였다.

미리 장을 보고 있던 아내의 카트는 여러 가지 물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마 입금된 재난지원금을 빨리 소진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선 까닭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날 과도한 쇼핑으로 결제한 금액은 다른 날의 장보기와 달리 네 곱절이 넘었다.

그리고 5월을 마감하는 마지막 휴일이었던 31일 오전… 코로나 19 방역 당국이 실시간으로 안전 안내 메시지를 보내왔다. 뉴스에서도 인근 지역 감염 확진자 정보를 전해주고 있었다.

이때 “5월 22일 금요일 19시 30분부터 20시까지 ○○마트 방문자는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안전 안내 메시지가 수신됐다. 오전 9시 01분이었다.

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진자 동선을 살펴보았다. 확진자는 22일 금요일 19시 58분에 ○○마트에 간 것으로 나왔다. 우리는 19시 38분에 영수증을 받고 마트를 나왔다. 20분이나 차이가 있는데 구청에서는 19시 30분부터 20시까지 방문자는 검사를 받으라고 한다.

갈등이 시작됐다. 모른 척 그냥 지나갈까?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할까?

1339번으로 전화를 걸었다. 안내하는 분이 사는 지역을 물어보더니 담당 보건소 전화번호를 전송해주고서는 자세한 내용을 (보건소와) 상담하라고 한다.

다시 보건소로 전화를 걸어 어렵게 통화를 하게 됐다. 확진자 동선과 20분이나 차이가 있는데 꼭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앞뒤로 여유 있게 안내하는 것”이라면서 “검사를 받으라”는 것이다. 그렇게 검사를 결심하게 되었고, 검사를 끝낼 수 있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구청에서 생수를 제공해 주었다. 검사 순서가 가까워지자 고무 장갑을 받았다. ⓒ소셜포커스

그리고 오늘 아침….

뉴스에서는 ○○시에서 어제 1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궁금해서 다시 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해당 확진자 동선을 살펴보았다. 구청 홈페이지는 어제 확인했던 정보와는 다르게 확진자 동선 시간을 22일 19시 30분부터 20시로 수정해 놓았다. 다른 날의 이동 시간도 수정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안전 안내 메시지와 구청의 확진자 동선 내용이 수시로 수정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방역 당국에서는 확진자 동선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정확한 동선 파악 및 접촉자를 확인하는 것은 다분히 확진자 본인에게 달려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확한 시간 및 접촉자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불필요한 검사를 받는 시민도 절대 작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작성하는 동안 어제 검사는 음성이라 결과가 나왔다. 검사 후 약 20시간 만에 결과를 전해 받았고, 지역 내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어제 어림잡아 6백명 이상 함께 검사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검사할 수 있고 또 신속한 결과를 제공할 수 있는 보건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것은 정말 자랑스럽다. 그러나 코로나 19사태가 가져온 사회적 기회비용의 낭비가 심각함은 분명하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감염경로를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도 처음부터 더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건 당국이 파악하는 정보가 계속 수정되는 동안 불안감에 빠진 시민들의 불편은 당연히 커진다. 더구나 검사를 받을 필요도 없는데 검사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막무가내로 검사해서 “음성이 나오면 그만”이라는 자세는 안 된다. 정확한 상황 분석과 안내를 하는 것이 귀중한 예산 낭비를 줄이고 시민의 불편을 줄여주는 방법일 것이다.

보건소 외부 공간에 마련된 코로나 19 선별진료소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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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 2020-06-02 09:15:22
비장애인인 기자께서도 힘들게 검사를 받으셨는데 청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 등 장애인은 더욱 힘들겠지요.... 장애인에 대한 재난대책은 산불이나 지진에서만 있는것이 아니라 코로나에서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