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가 보청기 판매업소로 둔갑? 복지부의 '괴상한 매직'
이비인후과가 보청기 판매업소로 둔갑? 복지부의 '괴상한 매직'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6.10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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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행정예고... 보청기 판매 인력에 '이비인후과 전문의' 등장
코로나로 일자리도 없는데... 영세 보청기판매업소 생존권 위협하는 탁상 행정...
세밀한 작업 필요한 보청기... "환자 1명 볼 시간도 부족한 의사가 기계 적합성 가려내겠냐"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논란 "몸 아픈 고령 난청인은 처방전 다시 받으러가란 말이냐"
지난 3일 복지부가 '장애인보조기기 보험급여 기준 등 세부사항'에 관한 행정 예고를 내렸다. 그러나 개정안 중 보청기 판매업소 인력에 '이비인후과 전문의 1명 이상'이 갑자기 추가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소셜포커스(사진 제공 : News1)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보청기협회를 비롯한 청능사들이 분노하고 있다.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보청기 전문가로 둔갑되는 괴상한 마법이 일어날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한국보청기협회는 7월 고시를 앞둔 '장애인보조기기 보험급여 기준 등 세부사항'에 독소 조항이 있다며, 청능사협회와 청능사자격검정원과 함께 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의 시행령 개정(안)에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이번 개정안에 신설된 항목 중 '보청기 판매업소'에 보면 보청기 판매 인력에 '이비인후과 전문의 1명 이상'이 추가 되었다. 작년 11월에 진행된 공청회에서는 언급되지않았던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갑자기 등장한 것이다. 6월 3일 복지부가 이같은 행정예고를 내리자 거센 반대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보청기협회는 인체에 커다란 피해를 주지 않는 수준의 의료기기인 보청기를 의사라는 이유로 '전문가' 타이틀을 쥐어주고 이비인후과에서 보청기를 판매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새롭게 신설된 라 항목 '보청기 판매업소 인력'란에 "이비인후과 전문의 1명 이상"이 포함되어 있다. ⓒ소셜포커스

청각장애로 장애등급 판정을 받으면 보청기 구입시 국민건강보험에서 최대 131만원까지 지원받도록 되어있다. 그렇지만, 이미 보청기 보장구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부정수급 하는 악용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공단 기금이 줄줄 새어나간다는 비판도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내놓은 개정안이지만, 정작 난청인의 불편을 초래하고 보청기 판매업소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비판만 일고 있다. 

청각장애인은 현행 규정상 공단에서 장애보장구(보청기) 지원을 받기 위해 전문의 처방전과 검수확인서를 필요로 한다. 최초 청각장애진단검사까지 포함하면 3회에 걸쳐 장애진단검사를 받아야하고, 처방전ㆍ검수확인서 발급까지 5차례나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대다수 고령의 노인이 많은데, 이들이 다시 병원을 찾아가서 처방전을 받아야하니 이중고가 아닐 수 없다. 

더불어 일반 보청기 매장도 의사들의 '갑질'에 놀아날 수밖에 없다. 보청기 제품과 판매소 선정은 의사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영세 보청기 판매업소는 그나마 설 자리도 좁아지게 된다. 

게다가 부실한 검수확인 절차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처음 보청기를 구입할 때는 최소 30분 이상의 상담과 세밀한 피팅(맞춤) 과정을 요한다. 구매 이후에도 최소 연 4회 이상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또 난청인의 성공적인 재활을 위해서도 숙련된 청각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처방부터 검수확인까지 모든 권한을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일임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이다.

이는 오히려 난청인에게 보청기 적합 서비스를 부실화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이같은 내용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와 3천9백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소셜포커스

한 누리꾼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제품 선정부터 검수확인까지 절차상의 의구심을 드러냈다.

현재도 이비인후과에 특정 브랜드가 입점하거나, 관련 영원사원이 상주하는 형태로 보청기 업무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가 이를 개선하기는 커녕 부추기는 행태라는 것.

또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환자 1명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는데, 수많은 보청기의 기능을 이해하고 조정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누리꾼은 "의료기관인 이비인후과에서 보청기를 판매하기 위해 직원을 채용하고 판매하는 것"이라며 "마치 안과에서 안경을 팔기 위해 안경사를 채용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보청기는 전문가가 다뤄야하는 전문의료기기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를 간과하고 단순히 '전문의'라는 이유로 의사에게 맡기면 현존하는 청능사, 청각사 제도도 흐려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해당 국민청원은 현재 3천9백86명의 동의를 받았다.

한국보청기협회와 청능사협회도 시행령 개정(안) 철회를 위해 강력하게 행동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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