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나무와 인간의 만남, 오산 [물향기수목원]
물과 나무와 인간의 만남, 오산 [물향기수목원]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0.06.12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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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공원탐방기 [8] - 물향기수목원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의 산림연구자원, 여가 공간으로 개방
수생식물원 등 19개 주제원에 2천 여종의 다양한 식물 볼만해
주탐방로 통행조건 양호하나, 산책로 곳곳의 요철현상으로 불편
핵심시설인 습지생태원, 이동약자에겐 차별시설... 조만간 무장애길 설치

물향기수목원은 경기도 오산시 수청동에 있다. 「물과 나무와 인간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2006년도에 개원하였다. 면적은 약 34만㎡에 이른다. 수목원이 소재한 수청동(水淸洞)은 물이 맑은 동네라는 뜻이다. 주변에 큰 계곡은 없지만 맑은 물이 솟는 샘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수목원의 명칭도 물향기라고 했다. 그러한 특성을 감안해 수생식물원, 습지생태원, 호습성 식물원 등 물을 주제로 한 공간이 많다. 특히 자연 습지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개구리나 두꺼비 등의 서식은 물론, 왜가리나 청둥오리도 찾아온다고 한다.

과거에 그곳은 도립 임업시험장이었다. 그곳에 수목원을 건설하여 국민들에게 문화휴식 및 여가활용 공간으로 제공한 것이다. 현재에도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의 수목연구팀이 상주하여 연구 활동을 수행한다. 수목원 중앙에 있는 사무동 건물에는 나무연구팀과 수목원관리팀 등이 있다. 연구 활동은 수목원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오히려 외부에서 이루어지는 연구가 더 많다고 한다.

수목원은 보통 연구 및 보존용 산림자원을 개방하는 시설인 만큼 일반 공원과는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도 근거법령이 다르다. 수목원은 「수목원ㆍ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지만, 공원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

그래서 보통 수목원은 다른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운동장 등 생활체육 시설이 없으며, 그러한 행위도 금지된다. 그리고 일반 공원이 실내공간을 제외하고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개방하는데 비하여, 수목원은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계절별로 다름)까지만 개방한다.

그 외에 사람들이 인식하는 데는 공원과 큰 차이가 없다. 수목원도 공원의 통계에 포함시키는 지자체도 많다. 그러나 수목원은 사람들에게 여가 공간 제공과 함께 산림의 연구와 보존, 종자의 개량 등에 더 큰 목적이 있다.

경기도산림연구소에서는 오산 물향기수목원 외에도 대부도 바다향기수목원, 남양주 축령산자연휴양림, 가평 잣향기푸른숲, 강씨봉자연휴양림을 운영하고 있다.

오산의 물향기수목원은 모두 19개 주제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습지생태원 등 물과 관련한 주제원이 3개나 있고, 분재원, 단풍나무원, 유실수원, 중부지역자생원 등이 있다. 물방울온실, 삼림전시관, 난대·양치식물원 등 실내 전시공간도 있다. 보유식물은 총 1,920여종이라고 한다.

수목원은 1호선 오산대역에서 한 건물만 지나면 될 정도로 교통접근성이 우수하다.

독립된 홈페이지는 없지만, 인터넷에서 물향기수목원을 검색하면 바로 연결된다. 그러나 경기도청 홈페이지의 5차 하위메뉴(홈→분야별정보→경기농정→관광→휴양림·수목원체험→물향기수목원)에 구성되어 있다 보니, 수목원 사이트에 들어가더라도 정보를 검색하는 도중에 헷갈리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정보접근성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

네이버지도에서는 수목원 내부의 주 탐방로를 로드 뷰(View)로 제공하고 있어서, 인터넷으로도 내부 풍경을 들여다볼 수 있다.

물향기수목원의 입구 ⓒ소셜포커스
물향기수목원 안내도 ⓒ소셜포커스
수목원 들어가는 길 그리고 방문자센터 내부 ⓒ소셜포커스

4월에 찾은 수목원은 입구를 향한 도로가에서부터 봄꽃들이 만발하였다.

공원입구에 도착하면 매표소까지 나무덩굴로 터널을 이루고 있는 만경원을 통과하게 된다. 등나무, 담쟁이덩굴, 칡덩굴 등 덩굴식물 중 약용식물을 만경식물이라고도 한다.

수목원에 들어서면 가이즈까 향나무를 거북이, 공작새 등 다양한 동물의 형체로 아름답게 다듬어 놓은 토피어리원을 지나게 된다. 토피어리는 가다듬는다는 라틴어에서 유래하였고, 식물을 인공적으로 다듬어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보기 좋게 만든 작품이나 기술을 말한다.

토피리어원 옆에는 측백나무 숲속에 미로원이 잘 꾸며져 있다. 어린이들에겐 모험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어른들에겐 동심으로 안내한다.

토피리어원을 지나면 숲속의 쉼터가 있다. 큰 나무들 사이로 데크 바닥과 피크닉테이블 등 휴게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가족이나 연인들끼리 도시락 등 가져온 음식을 먹으면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멋진 장소이다. 휠체어 등 이동약자의 접근성도 우수하다. 식사장소라는 팻말까지 붙어있다. 취사행위는 금지된다. 공원에는 이러한 쉼터가 두 군데에 있다.

만경원 ⓒ소셜포커스
토피리어원 ⓒ소셜포커스
측백나무숲에 만들어진 미로원 ⓒ소셜포커스
수목원 내 숲속의 쉼터 ⓒ소셜포커스

쉼터에서 나와 탐방로를 걷다 보면 ‘향토예술의 나무원‘이 펼쳐진다. 김소월(진달래꽃), 이육사(광야), 윤동주(소년), 최남선(봄길), 신석정(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조지훈(언덕길에서), 홍사용(나는 왕이로소이다), 이은상(조선의 노래), 이병기(오동꽃) 등 역사 속 시인들을 만날 수 있다. 홍난파 작곡의 고향의 봄 노래도 보이고, 돌 판에 새겨진 시구들이 숲속 곳곳에 서서 대자연과 어우러진다.

향토예술의 나무원에서 만나는 옛 시인들의 흔적 ⓒ소셜포커스

곧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길을 진행하다 보면 양쪽으로 수생식물원과, 단풍나무원, 중부지역자생원, 물방울온실, 기능성식물원 등 다양한 시설을 만나게 된다.

봄철의 수생식물원은 주변으로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 있다. 수생식물은 물을 정화하기도 하고, 물고기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어떤 식물들이 물가에 사는 살펴볼 수 있다.

단풍나무원은 다양한 형태와 색을 가지고 있는 많은 품종의 단풍나무를 볼 수 있다. 단풍나무는 가을이 되어야 제 모습을 뽐낼 것이다. 그러나 입구에서부터 자연석 노면의 요철현상이 눈에 거슬린다.

중부지역자생원은 경기도가 위치한 한반도의 중부지역에 자생하는 식물을 중심으로 조성되었다. 다양한 식생을 나타내는 온대 중부 기후의 식물들을 볼 수 있다.

시원하게 뚫린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소셜포커스
수생식물원과 주변의 휴게시설
수생식물원과 주변의 휴게시설 ⓒ소셜포커스
입구에서부터 요철노면이 거슬린 단풍나무원
입구에서부터 요철노면이 거슬린 단풍나무원 ⓒ소셜포커스

물방울온실은 물방울 형상의 유리온실이다. 동남아의 아열대우림을 기본 콘셉트로 삼았다. 그 안에는 희귀한 열대식물 337종이 가득하다. 관람로는 단차 없이 터널과 공중으로도 연결되어 있고, 식물과 구조물의 배치는 실내조경의 백미라 할 만큼 예쁘게 꾸며져 있다.

다만, 온실 한쪽에 설치된 휴게공간은 단차가 있어 휠체어는 들어갈 수 없다. 거기다가 공중으로 연결된 데크로드는 양쪽 펜스가 높고 나무 살이 지나치게 조밀하여 휠체어에 앉아서 이동하는데 시야가 가린다. 무장애 개념을 도입하려는 취지만은 평가 할만하다. 그러나 편의시설을 아무리 잘 갖추어 놓아도 이용자의 눈높이가 맞지 않으면 실효성이 반감된다.

물방울온실의 전경, 그리고 아름다운 실내조경 ⓒ소셜포커스
물방울온실의 전경, 그리고 아름다운 실내조경 ⓒ소셜포커스
물방울온실의 전경, 그리고 아름다운 실내조경 ⓒ소셜포커스
물방울온실 실내조경 ⓒ소셜포커스
물방울온실 휴게공간의 단차 ⓒ소셜포커스
물방울온실 휴게공간의 단차 ⓒ소셜포커스
무장애 시설을 의식한 데크로드, 그러나 이용자의 눈높이에는 조금 아쉽다. ⓒ소셜포커스

물방울온실에서 나오면 건너편으로 습지생태원이 펼쳐진다. 습지는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환경으로, 생태적으로 습지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나무 바닥 길을 따라가면서 관찰하는 습지의 모습은 참 아름답다.

습지생태원은 이 수목원의 가장 핵심적인 시설에 해당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무 바닥 길은 입구에서부터 단차가 발생하고, 곳곳에 턱이 있어 휠체어나 유모차 등은 출입이 불가능하다. 이 수목원의 대표적인 차별시설이다. 지형의 고도차가 별로 없음에도 어떤 생각으로 이런 시공을 하였을까? 도대체 어느 업체에서 설계와 시공을 하고, 어느 공무원들이 감독하고 준공을 해줬는지 궁금하다.

그러나 다행히도 공원 관리팀장은 습지생태원에 곧 무장애 탐방로를 설치할 것이라고 한다. 4억원의 공사비가 마련되었으므로 조만간 공사를 시작하여 9월 말까지는 완료할 것이라고 했다. 필자는 여러 공원을 취재하면서 얻은 무장애 탐방로 설치 관련 모범 사례와 자료들을 참고하도록 건네주었더니 고맙다고 했다. 10월쯤에는 습지생태원을 제대로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다.

생태습지원의 아름다운 모습, 그러나 이동약자에겐 금단의 구역 ⓒ소셜포커스
생태습지원의 아름다운 모습, 그러나 이동약자에겐 금단의 구역 ⓒ소셜포커스
생태습지원은 입구마다 이동약자의 출입을 철저히(?) 가로막고 있다. ⓒ소셜포커스
생태습지원은 입구마다 이동약자의 출입을 철저히(?) 가로막고 있다. ⓒ소셜포커스
생태습지원은 입구마다 이동약자의 출입을 철저히(?) 가로막고 있다. ⓒ소셜포커스
생태습지원은 입구마다 이동약자의 출입을 철저히(?) 가로막고 있다. ⓒ소셜포커스

습지생태원 옆으로 펼쳐진 무궁화원에서는 여름철에 다양한 색상의 화려한 무궁화 꽃을 감상 할 수 있다. 습지생태원을 나와 고개를 넘어가면 전망대를 지나 호습성식물원, 산림전시관, 유실수원, 대나무원, 분재원이 이어진다.

산림전시관은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많지만 현재 리모델링 공사 중이다. 가을이 되면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것이라고 한다.

분재원은 분수가 있는 작은 연못을 중심으로 분재, 수석, 원두막 등이 아기자기하게 구성되어 있어 눈요깃거리가 많다. 그러나 노면에 깔아놓은 자연석이 심한 요철을 일으켜 휠체어 통행을 어렵게 한다.

분재원 맞은편 유실수원과 대나무원은 통로가 계단과 단차로 이어져 휠체어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차별시설이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무장애 통로를 아름답게 꾸밀 수도 있는 지형인데 공원 설계자가 너무 원망스럽다.

분재원의 모습, 경치는 좋은데...  ⓒ소셜포커스
분재원의 모습, 경치는 좋은데...  ⓒ소셜포커스
계단과 턱으로 가로막힌 대나무원과 유실수원 ⓒ소셜포커스
계단과 턱으로 가로막힌 대나무원과 유실수원 ⓒ소셜포커스

분재원 아래로 이어진 난대·양치식물원은 온실구조다. 따뜻한 곳에서 사는 식물들을 모아 놓은 곳인데, 특히 제주도에 자생하는 식물들이 많이 모여 있다. 경기도가 위치한 중부지역과는 다른 식물들을 살펴보고, 그 차이점을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바로 옆에 있는 곤충생태원에선 나비ㆍ장수풍뎅이ㆍ사슴벌레ㆍ물방개 등 모습을 지닌 곤충들의 서식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난대양치식물원과 곤충생태원의 휠체어 접근성은 양호한 편이다.

난대ㆍ양치식물원 온실 내부 ⓒ소셜포커스
난대ㆍ양치식물원 온실 내부 ⓒ소셜포커스

수목원과 같은 공중시설은 누구에게나 편리하고 평등한 이용이 보장되어야 한다. 휠체어나 유모차, 노인보행기 등 이동약자가 통행하는데도 불편이 없어야 한다. 그러한 시설을 갖추지 못한다면 법령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속한다.

턱이나 계단, 요철블럭·자연석 등으로 시공한 요철노면, 징검다리 등은 이동약자에게 치명적인 불편시설이다. 위험시설이 되기도 한다. 이 수목원에서도 이러한 차별시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다른 일행과 함께 다닐 때는 완전히 외톨이로 만들어버린다. 이동약자에게는 실망과 함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편리한 무장애 시설로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길을 만들 수 있다. 장애인에게 편리한 시설은 비장애인에겐 더욱 편리하다.

이동약자를 외톨이로 만들어버리는 불편시설들 ⓒ소셜포커스
이동약자를 외톨이로 만들어버리는 불편시설들 ⓒ소셜포커스
이동약자를 외톨이로 만들어버리는 불편시설들 ⓒ소셜포커스
이동약자를 외톨이로 만들어버리는 불편시설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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