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내 인권유린, 폐쇄가 답…"운영자들 분점내며 이익 챙겨"
시설내 인권유린, 폐쇄가 답…"운영자들 분점내며 이익 챙겨"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06.18 16: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11월 '탈시설 로드맵' 발표"…장애인 목소리 없는 정책 내놓지 말아야
시설 소규모화·이름뿐인 커뮤니티 케어, 해답 될 수 없어
전장연을 비롯한 장애인권단체들이 정부에 실현할 수 있는 탈시설 로드맵을 수립하라며 18일 정오 청와대 사랑채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장애인권단체들은 정부에 대해 장애당사자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탈시설 대책 로드맵을 제시하라며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18일 정오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평택 등 각지의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종사자가 장애인을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장애계는 끊임없이 탈시설 대책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장애인거주시설의 기능 개편 등의 내용을 발표하는 정도에서 그치고 있다.

이들이 가장 문제삼는 것은 현 정부의 '공약 불이행'이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내놓은 100대 국정운영 과제 중 42번으로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맞춤형 사회보장'을 명시했다. 이 42번 과제는 '탈시설 등 지역사회 정착 환경 조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다.

UN이 "탈시설 계획과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지원체계 공개하라"고 요구하자 정부는 탈시설 정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뜻으로 이 42번 과제를 국가보고서에 담아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애당사자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며 2018년 2월부터 운영해온 '민관정책협의체'는 작년 4월을 마지막으로 회의를 멈췄다. 정부 측은 일정을 수차례 번복하고 나서야 올 11월에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연이어 발표되는 추가경정예산안에도 탈시설 예산은 전무하다. 2019년 탈시범 시범사업 예산안마저 무산된 이후 책정된 예산이 0원이라는 점에 미루어 장애계는 "탈시설 정책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정부가 탈시설 정책이라며 내놓은 것이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커뮤니티 케어)인데 시행 지자체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대구광역시 남구 2개 뿐인데다 책정된 예산은 16억 원에 불과하다.

노르웨이 정부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1985년 공식보고서를 통해 "발달장애인이 시설에 처해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발표한 후, 1988년 시설해체법을 제정하고 본격적으로 시설 폐쇄에 나섰다. 이미 30년 전 시설 개편이나 예산 증대가 시설내 인권 유린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소셜포커스

청와대 앞에 모인 이들은 "시설 폐쇄법 제정만이 시설장애인 인권 침해 멈출 수 있는 방법"이라며 정부가 노르웨이와 같이 조속하게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회견에 참석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가 대통령의 명을 받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통합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사를 정부부처가 거들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다.

경기장차연 권달주 상임공동대표. ⓒ소셜포커스

탈시설당사자인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권달주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 탈시설 정책에 장애인 의견은 반영하지 않고 용역에 의뢰해 조사한 뒤 예산 책정하는 게 대한민국 정부"라며 강하게 지적했다. 이어 권 대표는 "지자체와 정부는 시설과 결탁해 시설을 확대하고 운영자들의 재산 증식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인 중에도 시설 운영자가 있기 때문에 '장애인 거주시설의 프랜차이즈화'를 묵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김수정 부대표. ⓒ소셜포커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김수정 부대표는 시설 내의 일상적인 인권 유린이 이미 공공연한 사실임을 강조했다. "시설 근처에는 가본 적도 없는 우리 아이가 뉴스를 보고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시설 선생님'이라고 하더라"라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기조가 흔들리지 않을 구체적이고 명확한 로드맵을 발표해달라"고 요구했다.

전장연이 시민사회 민정수석실에 전달한 의견서. ⓒ소셜포커스

사회자는 오후 1시 30분에 시민사회 민정수석실에 '국정과제 42번 문재인정부의 탈시설정책 약속 이행 촉구 의견서'를 전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11월에 정부가 발표하기로 한 탈시설 로드맵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지켜보겠다"며 "정부는 시설 정책에 대해 성찰하고 되돌아보고 허울뿐인 정책을 복지라는 이름으로 발표하지 않아야 한다"는 발언을 끝으로 회견을 마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