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명승지 역사를 되살린 선유도공원
한강의 명승지 역사를 되살린 선유도공원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0.06.22 11:1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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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 놀았다는 천하절경, 채석장ㆍ정수장 등 기구한 운명
정수장 기능 다하고 최초의 환경재생 생태공원으로 돌아와
퇴색한 콘크리트 구조물 등 그대로 두어 고대 유적지 분위기
원형극장, 수생식물원 등 다수의 장애인 차별시설 시정돼야

영등포 양화나루 앞 한강 한가운데 유조선처럼 떠 있는 선유도공원, 이곳은 이름처럼 신선이 놀았다는 곳이다.

조선조 역사 속에서도 많은 시인묵객들이 정자를 짓고 뱃놀이를 하면서 풍류를 즐겼다. 중국 사신들까지도 그 풍경에 감탄하여 시를 읊고 경치를 즐겼다고 한다. 왕위를 세종에게 양보하고 명산대천을 유람하던 양녕대군도 말년에 여기에 영복정(榮福亭)을 짓고서 한가롭게 지냈다는 기록이 전한다.

조선시대 화가로서 드물게 종2품 지위까지 오른 겸재 정선은 선유봉을 배경으로 4편의 진경산수화를 남겼다. 조선 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이 그곳을 소재로 4편의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곳의 풍경이 대단하였으리라는 짐작이 간다.

정선이 그린 선유봉은 제법 높은 봉우리가 형성되어 있고, 봉우리 아래로 30여 채의 민가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드넓은 백사장과 나룻배의 모습도 아주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정선은 1740년대 양천현(지금의 강서구 · 양천구 · 양화동)의 고을 원님으로 있을 때 이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진다.

겸재 정선이 그린 선유봉도
겸재 정선의 선유봉이 보이는 양화환도

그처럼 명승을 자랑했던 선유봉은 일제 강점기 시절 비운을 맞기 시작한다.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다. 일제는 청계천까지 침범한 한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선유봉 머리를 자르고 석재를 채취하여 둑을 쌓았다.

또 육지와 연결된 드넓은 백사장의 모래도 도로건설 등에 골재로 사용했다. 그래서 육지의 선유봉(조선시대 지도에는 육지로 나타남)은 선유도가 되었다. 해방 이후에도 골재 채취용으로 계속 파헤치면서 그렇게 허물어져 갔다. 

그리고 1978년 서울 서남부 지역 식수공급을 위한 정수장이 건설됐다. 3만여 평에 달하는 섬에 콘크리트 옹벽이 쳐지고, 이후 20여 년간 금단의 영역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나면서 한강 주변의 도시화가 계속되고 산업시설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한강의 수질도 악화되는 바람에 더 이상 취수가 어려워졌다.

21세기가 시작되면서 선유도는 네 번째 새로운 삶을 맞이하게 된다. 선유봉에서 골재채취장으로, 그리고 정수장을 거쳐 공원으로 태어났다. 옛날처럼 다시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이다.

공원은 월드컵이 열리던 2002년에 개장하였다. 과거의 정수장 구조물을 대부분 재활용하여 국내 최초로 환경재생 생태공원으로 부활했다.

선유도 일대 11만㎡의 부지에 수질정화원, 녹색기둥의정원, 수생식물원, 시간의정원 등 다양한 정원의 수생식물과 생태 숲을 감상 할 수 있고, 환경놀이마당, 선유도이야기관, 선유정, 카페테리아 등 다양한 볼거리와 휴식공간을 통해 생태교육과 자연체험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이 공원은 미국조경가협회로부터 디자인상을 받을 만큼 훌륭한 시설이다.

선유도 공원의 정문과 전체의 모습 ⓒ소셜포커스
선유도 공원의 정문과 전체의 모습 ⓒ소셜포커스
수질정화원 ⓒ소셜포커스
수질정화원 ⓒ소셜포커스
녹새기둥의 정원 ⓒ소셜포커스
수생식물원 ⓒ소셜포커스
시간의 정원 ⓒ소셜포커스

한강으로 둘러쌓인 선유도로 들어가는 길은 좀 복잡하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필자는 지하철을 타고 갔다.

9호선 선유도역에서 내려서 2번 출구 쪽 승강기를 타고 나와 한강쪽으로 300m 정도를 이동하였다. 강변도로를 앞두고 좌회전하니 잘 가꾸어진 도로공원(양평가로녹지공간)이 나왔다. 녹지공간 숲길을 따라 120m를 이동하니 육교 승강기가 나온다. 육교를 건너고 양화한강공원 위로 성수하늘다리를 거쳐서, 다시 한강 위로 무지개다리인 선유교를 건너, 선유도공원 입구(전망대)까지 450m의 통로를 공중으로 지나게 된다.

아치형의 선유교는 밤이 되면 빨강과 노랑, 초록, 파랑 등 4가지 빛으로 조명을 비추어 ‘무지개다리’로도 불리는데 야경이 무척 아름답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필자는 공중통로를 건너는 내내 공포와 싸우느라 애를 먹었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이라면 공중에서 주변의 풍광을 내려다보는 것도 제법 운치를 느낄 것이다. 다만 선유교의 아치 곡선이 휠체어 장애인에게는 다소 가파른 점이 흠이다.

아주 쉽게 접근하려면 장애인 콜택시나 버스를 타고 양화대교 중간에 내려서 정문으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선유교와 양화대교는 각각 공원에 양 끝에 각각 위치하므로 입구는 서로 정반대 쪽이다. 양화대교 쪽(동편)이 정문이니, 선유교 쪽(서편)은 후문인 셈이다.

선유도 가는 길(다리건너기 전 양평가로녹지) ⓒ소셜포커스
선유도 가는 길(다리건너기 전 양평가로녹지) ⓒ소셜포커스
선유공원으로 가는 공중통로 ⓒ소셜포커스

선유교를 통해서 들어가면 먼저 만나는 곳이 환경놀이마당이다. 원형 구조물과 철제 다리, 녹슨 송수관을 재활용해서 미끄럼틀 등을 만들어 놓은 어린이 놀이터이다.

놀이마당 옆의 화장실도 고색창연한 외벽을 갖추고, 자연과 인공과 세월의 조화를 풍기고 있다.

그 옆으로는 작은 공연과 모임 등을 가질 수 있는 원형극장이 있다. 소음악회 등 문화행사도 가끔 열리는 곳이다. 시청에서 주관하는 행사도 몇 번 있었다. 그러나 이 공간은 아쉽게도 휠체어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는 차별시설이다. 휠체어는 무대를 이용할 수도 없고 관람장에 들어갈 수도 없다. 입구는 양쪽에 있는데 모두가 계단이다. 구조나 공간으로 보아 무장애 시설을 충분히 갖출 수 있어 보였다. 공원설계자가 한없이 원망스럽다.

송수관 등 원래의 구조물을 개조하여 만든 놀이마당 ⓒ소셜포커스
송수관 등 원래의 구조물을 개조하여 만든 놀이마당 ⓒ소셜포커스
자연과 인공과 세월의 조화, 화장실 외벽 ⓒ소셜포커스
자연과 인공과 세월의 조화, 화장실 외벽 ⓒ소셜포커스
원형극장 그리고 계단식 입구와 통로 ⓒ소셜포커스
원형극장 그리고 계단식 입구와 통로 ⓒ소셜포커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시간의 정원'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옛 정수장의 침전지였는데 구조물을 가장 온전하게 활용한 공간이다. 안에서 자라나는 식물들이 시간의 흔적을 두드러지게 보여준다고 해서 시간의 정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시간의 정원은 기둥 사이를 공중으로 연결해놓은 데크로드를 통해서 발밑으로 내려다보는 경치가 장난이 아니다. 경사로를 통해 지상(지붕 없는 지하 형태)으로 내려가서 둘러보는 것도 조경미를 감상하는 재미도 그만이다.

정수장의 지붕만 걷어내고 콘크리트 기둥들은 그대로 살려둬서 마치 고대 유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정말 색다른 공원이다. 이 공원의 정체성이 잘 나타나 있는 훌륭한 시설이다.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진 큰 정원 속의 작은 정원들은 생육환경별로 다양한 식물들을 보여준다. 중간중간 나 있는 샛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색다른 향취를 느낄 수 있다.

주탐방로의 휠체어 통행환경은 양호하다. 그러나 중간중간 야자매트가 깔린 샛길은 짧은 구간이기는 하지만 턱으로 막혀 있어 휠체어 장애인은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공중의 데크로드에서 내려다본 시간의 정원 ⓒ소셜포커스
시간의 정원으로 들어가는 길 ⓒ소셜포커스
지상에서 바라본 시간의 정원 ⓒ소셜포커스
시간의 정원 샛길코스에서 휠체어 통행을 막는 단차 ⓒ소셜포커스
시간의 정원 주변 풍광 ⓒ소셜포커스

옆에는 수생식물원이 있는데, 수변 위로 둘러볼 수 있는 탐방로 또한 단 몇 개의 단차로 인해 장애인에게는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차별시설이다. 시정이 필요하다.

동문 쪽으로 계속 진행하면 녹색기둥의 정원이 있다. 생산된 수돗물을 저장했던 시설인데, 지붕을 걷어 내고 기둥만 남겨 둔 곳이다. 마당에 도열한 시멘트 기둥을 타고 오른 덩굴식물들이 생명의 힘을 느끼게 한다. 시멘트 기둥도 옛 정수장의 유적이다.

공원 북쪽으로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정자가 호젓하게 자리잡고 있다. 선유정이다. 옛날 잘나가는 선비들이 이곳에 이러한 정자를 지어놓고 풍류를 즐겼을 것이다. 이 정자는 누구나 올라가서 쉬면서 주변의 풍광을 즐길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으나, 필자는 쳐다만 보다가 돌아서야 했다.

수생식물원의 모습과 장애인 차별시설 ⓒ소셜포커스
수생식물원의 모습과 장애인 차별시설 ⓒ소셜포커스
시멘트 기둥을 감고 성장한 담쟁이덩굴 ⓒ소셜포커스
시멘트 기둥을 감고 성장한 담쟁이덩굴 ⓒ소셜포커스
선유정의 모습 ⓒ소셜포커스
선유정의 모습 ⓒ소셜포커스

공원의 북서쪽에 한강을 바라보는 카페테리아나루가 있다. 벽면을 온통 감싸고 있는 담쟁이가 자연과 인공의 조화, 그리고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은 편의점과 함께 운영되는 곳이다. 입구는 휠체어 출입을 위해 경사로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그 경사로 한가운데는 거대한 화분이 가로막고 있다.

동문 쪽으로 들어서면 관리사무소 뒤로 선유도 이야기관이 있다. 지하 1층 지상 2층인 이 건물은 3개의 전시관을 갖추고 있다. 120석 규모의 강당도 갖추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 사태로 개방을 하지 않아 아쉽게도 전시물은 구경하지 못했다.

정문 가까이 있는 공원관리사무소에서는 휠체어와 유모차 등을 빌릴 수 있다. 그런데 출입문이 여닫이형이라서 아쉽다.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여닫이 수동문을 사용할 경우 불편도 불편이지만 잘못하면 다칠 수도 있다. 그러한 서비스를 하는 곳이라면 자동문을 설치했으면 좋겠다.

그 외 멋진 풍경과 개선이 필요한 시설은 사진 설명으로 대신한다.

공원내 다양한 풍경들 ⓒ소셜포커스
공원내 다양한 풍경들 ⓒ소셜포커스
전시실과 강당 등을 갖춘 선유도이야기 건물 ⓒ소셜포커스
전시실과 강당 등을 갖춘 선유도이야기 건물 ⓒ소셜포커스
공원내 유일한 편의점인데 입구의 경사로 중앙에 커다란 화분이 가로막고 있다. ⓒ소셜포커스
공원내 유일한 편의점인데 입구의 경사로 중앙에 커다란 화분이 가로막고 있다. ⓒ소셜포커스
잘 갖추어진 데크로드, 휠체어 추락방지턱이 없을 경우 위험시설이 될 수도 있다. ⓒ소셜포커스
잘 갖추어진 데크로드, 휠체어 추락방지턱이 없을 경우 위험시설이 될 수도 있다. ⓒ소셜포커스
휠체어·유모차 등을 빌려주는 이동약자 지원시설은 출입문을 자동문으로 해야 한다. ⓒ소셜포커스
휠체어·유모차 등을 빌려주는 이동약자 지원시설은 출입문을 자동문으로 해야 한다. ⓒ소셜포커스
그 외 이동약자의 통행에 불편을 주는 시설들 ⓒ소셜포커스
그 외 이동약자의 통행에 불편을 주는 시설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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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 2020-06-25 14:16:28
선유도 공원 자체는 멋지게 잘만들어졌네요. 못지않게 장애인 편의시설이 좀더 완벽한 공원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이런곳에 대한 장애인들의 관심과 욕구를 적극적으로 표현해 줬으면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조*현 2020-06-23 12:25:16
선유도공원 원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공원을 잘 소개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편의점 입구 경사로를 가로막는 화분을 즉시 옮겼고, 문제점으로 지적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예산마련 등 여건이 되는대로 시정해 나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조봉현-

유*한 2020-06-23 10:18:43
다중이 이용하는 공원같은곳은 특히 장애인 편의시설에 만전을 기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네요. 설계나 시공단계에서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장애인들도 마음껏 저 멋진 공원을 맘껏 즐겼을테니 말이죠. 이제라도 가능한 부분은 편의시설을 갖추었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