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제 폐지 1년... 장애인 욕구 반영 못하는 “종합조사표”
등급제 폐지 1년... 장애인 욕구 반영 못하는 “종합조사표”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6.22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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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급여량 '평균' 120→142시간 증가... 그러나 장애인 개인 욕구 반영하나? "난색"
복지부, 1구간 0명 문제 개선 인정 “전면 개정은 또 다른 예산 필요... 시간두고 해결해야”
시각ㆍ발달ㆍ뇌병변장애 특성 매뉴얼에 못 담아 VS 유형별 조사표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급여하락자 19.52% 대책은? 복지부 "급여하락 원인 불분명해... 3년 유지하는데 문제되나?"
장애급여 공적 지출 OECD 평균 1/4도 안돼... 장애단체 "종합조사표에 예산 4배는 증액해야"
오늘(22일) 오후 국회 제2세미나실에서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1년 후를 평가하고 향후 과제를 논하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다가오는 7월, 장애등급제 폐지 1주년이 됩니다” 오늘(22일) 오후 국회에서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에 따른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이하 종합조사) 도입 후 1년을 평가하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장애등급제 폐지 1년 후의 상황은 어떨까? 기존 4구간이 15구간으로 늘어나면서 이전에는 1구간에 해당됐던 최중증 사지마비 장애인도 2구간에 겨우 들어가는 ‘마의 구간’이 생겨나게 됐다.

1구간에 해당하는 장애인은 ‘0’명이었다. 10만 명 중 1구간에 해당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종합조사표가 과연 장애인의 현실 욕구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을까. 대다수 부정적인 장애인 단체장들의 의견에도 전면 개정은 어렵다는 복지부의 온도차는 분명했다.

 

“마의 1구간...” 활동지원 1구간 미발생 원인은?

하루 24시간 중 취침시간 8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에 16시간 즉, 장애인이 월 480시간 활동지원을 받으려면 1구간이 되어야한다. 문제는 1구간 수급자가 없다는 사실.

현행 활동지원 서비스에서 종합점수를 매길 때, 기능제한(X1)영역과 사회활동(X2)영역, 가구환경(X3) 영역 점수에 일정한 계수를 적용한 후 산출하게 되어있지만, 세 영역 모두 높은 점수를 얻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현행 활동지원 2수급자의 특성을 나타낸 표. ⓒ소셜포커스

1구간에 가장 근접한 2구간 수급자 18명을 살펴보면, 1번 남성의 경우 사회활동(X2)과 가구환경(X3) 영역에서는 만점을 받았지만, 정작 기능 제한이 심한 장애인임에도 기능제한(X1) 영역에서 최고 532점에 한참 떨어지는 472점을 받았다. 

기능제한 영역(X1)에서 532점 만점을 받은 성인 5명의 경우는 어떨까. 가구환경(X3) 영역에서 1명을 제외하고 만점을 받았지만, 사회활동(X2) 영역에서 0점을 받아 1구간이 되지 못했다.

즉, 1구간에 들어가려면 기능제약이 매우 심한 최중증장애인이 도움을 줄 가구원도 없는 상황에서 직업생활까지 해야 겨우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된다.  

현행 종합조사 방식이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점수 산정 방식과 결과를 공개하고 있지않아 당사자들은 영문도 모르고 활동지원시간이 깎여 생활 전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토론자로 참여한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과거 인정조사에서 1구간을 받았으니 갱신 조사 후에도 1구간을 받을 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나 역시도 전신마비 중증장애인이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취약가구에 해당하니말이다. 그런데 1구간은 커녕 2구간에 간신히 턱걸이를 했다. 내가 왜 이런 시간을 받아야하는 것인지 이유를 알 수 없었고, 내 필요와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종합조사 산정 방식을 비판했다. 

토론회는 좌장을 맡은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진행했고, 오욱찬 보건사회연구원 사회서비스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이 발제를 맡았다. ⓒ소셜포커스

종합조사, 과거 인정조사에 비해 장애인의 욕구 잘 반영하는가? 장애단체 “난색”

오욱찬 부연구위원 ⓒ소셜포커스

작년 7월 등급제 폐지 이전까지는 ‘장애인 활동지원 인정조사’(이하 인정조사)가 실시됐었다.

때문에 등급제 폐지 후 시작된 '종합조사'가 이전 인정조사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장애인의 활동지원 욕구를 더 잘 반영하는 방향이 되어야했지만, 현장에는 “그렇지 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평균적인’ 상향은 있었다. 작년 7월부터 11월까지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인정조사보다는 종합조사 급여량이 120.4시간에서 142.6시간으로 상향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평균적인’ 수치를 제외하고도, 개인의 만족도도 높았을까?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인정조사 당시 100% 충족률이 39.5%였다면, 종합조사에는 76.7%로 대폭 상승한 것이다.

오욱찬 보건사회연구원 사회서비스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현재의 종합조사가 장애인의 활동지원 욕구에 완전하게 대응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인정조사에 비해 개선된 점은 있다"며 현행 조사방식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왼쪽) 인정조사-종합조사 활동지원 급여량 비교
(오른쪽) 활동지원 필요시간 개인 충족률 비교 ⓒ소셜포커스

이에 반발하는 의견도 이어졌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실장은 서비스 급여량 '평균'은 올라갔지만, ‘평균의 함정’이 존재한다며 종합조사표에 대한 전면 개정을 요구했다.

작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종합조사의 개선사항을 검토하기 위해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고시개정전문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운영되어왔고, 위원회는 1구간 해당자가 없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2가지 안을 제시했었다.

그 중 종합점수 산식에 일괄적으로 30점씩 급여를 높여서 1구간씩 상향하는 방안(2안)을 염두하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것.

이 실장은 애초에 접근이 불가능한 1구간을 만들어놓고 단순히 30점을 높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복지부가 평가지표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걸 인정하고, 새로 설계하지 않으면 계속 점수를 더해야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권병기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과장과 이용석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실장, 권재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국장,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권병기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과장과 이용석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실장, 권재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국장,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학교나 직장 다녀야 높은 점수? 가족 돌봄 절실한 발달장애인 “가구(X3)영역 점수는 거의 포기해야”

한편 종합조사표 항목이 장애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경우 옷 갈아입기, 목욕하기와 같은 일상생활동작(ADL)과 식사준비, 물건사기 등 수단적 일상생활동작(IADL) 영역 지표에서 점수를 받기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최용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국장은 종합조사표가 발달장애인의 욕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용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함께 토론에 참석한 최명신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사무처장의 모습. ⓒ소셜포커스

발달장애인 활동지원 급여량은 종합 조사표 도입 이후 18.3시간(지적장애인 19.3, 자폐성장애인 17.3)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 증가 수치로만 보면 종합조사표가 과거 인정조사표보다 발달장애인의 필요와 환경을 잘 반영한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단순 급여량 상승만으로는 쉽게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발달장애인 활동지원 급여 구간을 살펴보면, 1~2구간은 전무하고 대다수 12~15구간에 머물러 있어 하루 평균 5시간의 지원을 받는 실정에 머물러있다. 심지어 15구간 해당자는 하루 겨우 2시간 지원으로 버티고 있다. 

종합조사에 따른 발달장애인 활동지원 급여 구간를 나타낸 표. 1~2구간은 전무하고 대게 12~15구간에 머물러있다. ⓒ소셜포커스 

최 국장은 기능제한(X1) 영역이 발달장애인의 필요와 환경을 전혀 측정하고 있지 못해 1구간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 종합조사 방식이 조사원이 매뉴얼을 보고 평가하는 것인데, 복지부가 매뉴얼에 각 장애 특성을 잘 담았다고 설명하지만 그게 가능하냐는 의문도 던졌다.

발달장애인의 일상생활동작과, 수단적 일상생활동작 수준에서 보면 '전적인 지원'을 요하는 비율이 높았음에도 1구간이 나오지않은 것은, 평가항목이 장애 특성을 제대로 담지 못했고, 조사자에 따라 측정이 달리 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사회활동(X2)영역이 직장생활, 학교생활로 이원화되어있어, 직장 혹은 학교생활을 하는 발달장애인이 더 높은 점수를 받는데, 현실에서는 경증장애인이 중증장애인보다 직장과 학교생활을 더 많이 병행하고 있고, 활동지원서비스도 더 필요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가구환경(X3)영역 점수를 받으려면 1인 독거 가구이거나 취약가구여야하지만, 발달장애인은 평생 부모나 가족의 돌봄을 받으며 살아가야하기에, 1인 독거 가구를 구성하기 힘든데 어떻게 가구환경(X3) 점수를 받을 수 있냐는 문제도 제기됐다.  

발달장애인의 일상생활동작 및 수단적 일상생활동작 수준을 나타낸 표. ⓒ소셜포커스
발달장애인의 일상생활동작 및 수단적 일상생활동작 수준을 나타낸 표. ⓒ소셜포커스

그럼에도 고시개정위원회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장애유형별로 세세하게 매뉴얼에 적용을 했다는 것.

권병기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과장은 "시각장애인도 옷 당연히 입을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매뉴얼에는 옷 색깔을 구분하거나, 날씨 등 상황에 맞게 의복을 찾아입을 수 있는지 세세한 부분까지 반영한 것이고, 그런 결과가 급여시간 상향으로 늘어났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이어 "종합조사 자체가 수년간의 연구와 수차례의 시범사업을 거쳐서 최정예 민간협의체가 모여서 만든건데, 여기서 또 뭔가를 바꾼다면 험난한 과정이 필요하고 시간이 걸린다. 발달 및 시청각장애인의 매뉴얼 부분은 최소한 단계적으로는 개선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갱신 조사 후 급여 하락자인데 “이유를 몰라...” 종합조사표 ‘신뢰성’ 부족해

인정조사에서 종합조사로 방식이 바뀌면서 새롭게 조사(갱신조사)를 받은 사람 중 급여가 되려 떨어진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월 한도액 산정특례’를 통해 최초 1회에 한해서 종전 월 한도액에 상당하는 ‘인정급여’를 지급하고 있는데, 이를 적용받은 사람은 19.52%로 나타났다.

문제는 산정특례를 적용받아 급여 감소가 유예된 수급자들이 3년 후 갱신 조사 때는 급여가 감소될 것이기에 추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 부분에도 장애단체와 복지부의 의견은 갈렸다.

복지부 권병기 과장은 "새로 도입된 종합조사에서 급여량이 하락한 것이 조사표가 변한 탓인지, 개인의 상태 변화때문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과거 인정조사에서 갱신조사를 받은 경우에도 일정 규모는 급여량이 하락했었다. 3년 후에 다시 갱신조사를 받을 때 반드시 급여량이 하락한다는 것도 단지 예측에 불과하다"며 급여 하락자의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배진교,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토론회를 경청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한편 급여량이 감소하는 문제 기저에는 종합조사 실시 과정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 다른 발제자인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당사자에게 종합조사 산정 방식과 결과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박경석 이사장 ⓒ소셜포커스

박 이사장은 "산정 특례 보전자 중에서 1구간에서 5구간까지 하락하는 경우가 있었다. 즉 월 30시간에서 월 150시간까지 하락하는 것인데, 1~2구간에 있던 장애인의 구간 하락은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어떤 부분에서 하락이 발생한건지 명확하게 근거를 제시해줘야한다"고 강조했다. 

권재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홍보국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권 국장은 수급 하락자에게 감소 사유라도 공식적으로 상세히 통보해주고, 무엇보다 3년 후 차기 갱신조사 전까지 산정특례자 대상 ‘급여하락’ 이유를 분석해서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예산 늘려라... VS 또 다른 예산 발생 국민적 설득 얻기 어려워 

복지부도 1구간이 전무한 현행 종합조사 방식의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고시개정위원회가 2안으로 내놓은 해결책 즉, 일괄적으로 30점씩 부여해서 1구간씩 상향하는 방안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로써 사회활동을 할 수 없는 최중증 취약가구 장애인이 1구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1안이 유력한 대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복지부 권병기 과장은 "제도개선 효과가 늘어난 20.5시간을 재정으로 환산하면 3천2백억 원이고, 급여 하락자와 탈락자에 대한 3년의 구제 기간 후 추가 구제를 조정하면 4천4백억 원이 소요된다. 제도 개선효과보다도 재정 소비가 큰 것은 국민적으로 설득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급여 하락자 19.25%에 대해서는 이의 신청 절차를 강화해서 전담 조사위원들의 매뉴얼 숙지를 강화하는 등 꼭 필요한 부분에 구제가 이뤄질 수 있게하겠다고 약속을 내걸었다.

복지부가 '숫자' 이야기를 꺼냈지만, 장애단체장들은 이에 굴복하지않고 예산 증액을 외치는 양상이 펼쳐졌다.

장애인 예산의 45%를 차지하는 '활동지원서비스'의 급여량을 판정하는 '종합조사 기능'이 너무 중요한데, 한정된 '예산'에 짜맞춰서 종합조사를 하려다보니 1구간 0명, 급여 하락 등의 문제를 낳았다는 것.

박경석 이사장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 정부 예산안은 2018년에는 2조2천213억 원, 2019년에는 2조7천772억 원, 2020년에는 3조3천100억 원이었다.

그러나 최근 3년 간 매해 5천억 원이 넘게 예산 증액이 됐지만, OECD 평균 장애급여 및 상병급여 공적 지출이 GDP 대비 1.7%인데 반해, 경제규모 11위인 대한민국은 1/4 수준에 그치는 0.4%로 나타났다.

박 이사장은 복지부가 지금보다 4배 증액된 예산 규모로 장애인종합서비스표를 구성해야하고, 이후 종합조사표로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예산 증액을 적극 반영해 종합조사표고시를 개정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산을 증액해서 종합조사표를 전면 개정해야한다는 장애단체의 의견과 3년 후 갱신 조사 때까지 단계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복지부의 입장차가 두드러졌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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