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임에 허리 굽는 중복장애인 가족…"돌볼만한 장애인만 돌보나?"
방임에 허리 굽는 중복장애인 가족…"돌볼만한 장애인만 돌보나?"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06.24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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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연대, 23일 중증ㆍ중도 중복장애인 생존권 투쟁 선포
'중복장애 제도화' 요구… 주간활동ㆍ활동지원ㆍ건강보험 대상 품목 확대 등
빛 좋은 개살구 '커뮤니티 케어' 거듭 비난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중복ㆍ중도중증 장애인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23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돌볼만한 장애'만 돌보는 정부의 선택적 복지에 중증ㆍ중복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투쟁의 깃발을 들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중복장애특별위원회(이하 중복특위)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매번 뒷전으로 밀려나는 중복장애인의 생존권을 쟁취할 것을 선포하며 23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중복특위는 2017년에 결성되어 중증·중복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요구해왔다. 지난 1일에도 정부 부처별로 정책을 요구했는데, 내용의 골자는 '중복장애·중도중복장애 법제화'다. 중복장애를 정책상 배제할 수 없는 법적 개념으로 도입하고, 수요자 중심의 복지체계를 마련하라는 것이다.

중복특위는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에 101건의 차별 진정을 5개 부처 장관에 대해 제기하며 정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정부가 응답하지 않아 다시 거리로 나섰다고 밝혔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의료비·의료소모품 의료급여 적용 및 보조공학기기 품목 확대(건강권 보장) △중복장애인 대상 주간활동서비스 및 활동지원 시간 확대(복지서비스 확대) △중도중복장애 전담 보조인력 배치 및 보조공학기기 확충(교육권 보장) △중도중복장애인 노동 실태조사 실시 및 공공일자리 직무 개발(노동권 보장) △주거 실태조사 실시 및 쉐어하우스 등 공동 거주 주거모델 개발(주거권 보장) 등이다.

대다수 중증·중복장애인은 제도권의 방임 속에서 자립하지 못한 채 평생을 가족에게 기대어 살아갈 수 밖에 없다. 2019년 도입된 주간활동서비스에서도 중복장애인의 참여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은 "(주간활동서비스)시범사업 할 때는 1:1서비스 100% 될 것처럼 해놓고 막상 도입하니 중증, 중복장애인은 (서비스를) 받을 수가 없다"며 "주간보호시설, 주간활동서비스, 보호작업장 그 어디에서도 중증, 중복장애인은 찾아볼 수 없다"고 발언했다. 

이어 윤종술 회장은 "정부와 국회가 최중증장애를 우선 고려해 서비스 설계할 때"라고 주장했다. 같은 예산이면 경증장애인 몇 명 더 (지원)해줄 수 있다는 논리로 중증장애인을 서비스 대상에서 배제하기를 멈추라는 것이다.

김신애 중복특위원장, 부모연대 이정근 회원 ⓒ소셜포커스

부모연대 경북지부 김신애 위원장은 "국가의 장애인 의료복지는 다 '가짜'", "개인별 지원, 커뮤니티 케어, 사회서비스원 다 종잇장에 불과"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의료소모품, 보조기기, 병원, 주치의 등 경제적 부담은 가족에게 온전히 지워놓고 '공수표'만 날리는 관행적 태도를 지적했다.

이어 부모연대 전남지부 이정근 회원은 "의료와 복지가, 복지와 교육이 연결되지 않는다"라며 분절적이고 비일관적인 장애인 복지정책에 대해 지적했다. 이어 "공무원들은 그 자리에 있을 때는 모른 척하다가 물러나면 해줬어야 했다고 한다"면서 기본권 보장을 결국 투쟁으로 요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토로했다.

회견에는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변재원 정책국장이 참석해 연대했다.

최용기 회장은 "지난 해 보건복지부와 면담했을 때, 고위험 중증장애인이 800여 명이라더라"라며 "장애 특성과 개인의 욕구와 필요를 충분히 반영해 지원해야 한다"고 개인별 지원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커뮤니티 케어'에 대한 비판은 거듭 이어졌다. 변재원 정책국장은 "커뮤니티 케어 말은 좋지만, 공문서에 멋지게 쓸 말 하나 잘 지어내지 말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중복장애제도화는 그저 법률상 용어가 아니라 장애인과 그 가족의 생명이 달린 문제"라고 호소했다.

부모연대 부산지부 이외준 회원의 투쟁결의문 낭독을 끝으로 회견은 마무리됐다. 회견 참석자들 중 일부는 이룸센터 소교육실로 이동해 중복장애특별위원회 회의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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