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에도 반복된 죽음"... 경남합천 고려병원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라!
"22년 전에도 반복된 죽음"... 경남합천 고려병원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라!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6.25 22:0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신장애인 폭행한 남성 간호사... 사실 알고도 병원은 사건 은폐에만 급급
17년 장기입원의 끝은 억울한 죽음... 22년 전에도 비슷한 폭행 사건 있던 곳
정신장애인 바라보는 잘못된 시선... 범죄나 학대 일으키는 주범으로 몰아가...
장애단체 "진상규명과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체계 마련하라!" 결의대회
어제(24일) 오후 창원시청 앞에서 경남 합천군 고려병원에서 발생한 지적장애인 폭행사망 사건의 진상규명을 외치는 결의대회가 열렸다. ⓒ소셜포커스(제공_진해장애인인권센터)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22년 전에도 반복된 의문의 죽음... 경남 합천군 고려병원에서 발생한 억울한 죽음을 밝혀라!" 

어제(24일) 오후 창원시청 앞에서 정신장애인 폭행ㆍ살인 사건의 진상을 밝혀달라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를 비롯한 장애단체들이 결의대회를 가졌다. 

지난 4월 20일 경남 합천군의 고려병원에서는 비명 소리가 울려퍼졌다. 한 정신장애인이 남성 간호사의 폭행에 의해 의식을 잃고, 8일 뒤인 28일 사망에 이르게 됐다.

숨진 당사자는 2003년부터 무려 17년간 병원에 입원해온 환자였다. 병원 측은 원내에서 발생한 간호사의 폭행사실을 알고도 일지를 조작해 유족에게 허위내용을 보여주는 등 사건 은폐에만 급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해당 병원은 22년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구타 등 가혹행위로 환자들이 탈출하자 보호사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15명을 무자비하게 폭행한 것.

"환자 폭행 사망사건"으로 세간에 알려졌지만, 병원장 등 7명이 입건되고 5명이 구속되는 것으로 사건은 흐지부지 묻혀졌다. 아직까지도 해당 병원은 아무런 제재없이 운영 중에 있다. 

"정신장애인 인권보장의 첫 걸음은 탈원화다!"

장추련을 비롯한 장애단체들은 진상 규명과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며 경상남도와 2차례 간담회를 가졌지만, 문제해결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김종한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병원에 입원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인권 실태를 철저하게 조사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경상남도는 이 문제를 단순히 가해자(간호사) 한 사람의 문제로 국한하고, 검찰조사를 기다려보자며 방관하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시계방향) 김종한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권달주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신석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센터장, 윤성식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경남지부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소셜포커스(제공_진해장애인인권센터)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정신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지원 체계 마련하라!


2019년 경남 진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ㆍ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아파트에 살았던 안인득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3명이 중경상을 당했다.

최근 창녕에서도 계부와 친모가 9살 아이를 폭행한 사건에도, 언론은 친모가 조현병을 앓고 있었고, 약을 먹지 않아서 증세가 심해진 탓으로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보도했다.

장애단체들은 언론이 마치 조현병을 가진 개인이 범죄나 학대를 일으키는 주범인 것처럼 일반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경남지부 윤성식 활동가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퍼져서, 이들이 가야 할 곳은 병원뿐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며 "여전히 입원 중심의 현행 정신보건정책은 병원을 의료가 아닌 수용시설로 만들고 있다.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체계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정신장애인의 인권문제는 절대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정신질환 입원환자 중 75% 이상이 비자의(강제)입원이며, 15년 이상 장기입원자는 전체의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도 정신병원ㆍ정신요양원에서 정신장애인이 폭언, 폭행 등을 당하는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장애인 당사자 박나연 씨와 부산울산경남 희망바라기 주상은 부대표가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소셜포커스(제공_진해장애인인권센터)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1조에서는 정신질환의 예방ㆍ치료, 정신질환자의 재활ㆍ복지ㆍ권리보장과 정신건강 친화적인 환경 조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 박나연 씨와 부산울산경남 희망바라기 주상은 부대표는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이 법에서 목표하는 것처럼 정신장애인 인권에 대한 패러다임은 ‘수용시설 수용 모델’에서 지역사회 내 자립을 기반으로 하는 ‘탈원화’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경상남도는 정신장애인들을 사회와 격리된 수용시설에 모아놓고 이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방관하고 있다. 탈원화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이고 패러다임이다"라고 외쳤다.

기자회견 말미 장애단체장들은 경남도청에 방문해 관련자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들은 ▲경상남도는 진상규명에 즉각 나설 것과 ▲합천 고려병원을 즉각 폐쇄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 ▲민관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도내 정신병원ㆍ정신요양원 전수조사를 실시할 것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탈원화와 지원체계를 마련할 것 등 총 5가지 요구안을 제시하고,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나올 수 있는 경남을 만들어가겠다며 투쟁 의지를 밝혔다. 

기자회견 후 이들은 경남도청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하며 진상 규명과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탈원화와 지원체계 등이 담긴 요구안을 전달했다. ⓒ소셜포커스(제공_진해장애인인권센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장*비 2020-06-25 23:34:10
정말로.. 생각해보면 미디어와 언론사에서 보여주는 관점(그 중 기득권)대로만 보고 살아오다보니 장애인인권에 대한 인식이 낮을 수 밖에 없었겠네요..! 정말 관점의 싸움인 것같아요. 사회의 구성원으로 보지않는 관점으로 시설이 생겨났다면, 사회의 구성원으로 보는 관점에서의 '탈원화'! 를 외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권보장의 시작은 탈원화. "
ㄴ장애인뿐만 아닌 모두를 아우르는 관점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