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2단계…" 공급자 중심 장애인 지원체계 오명 탈피할까?
"이제는 2단계…" 공급자 중심 장애인 지원체계 오명 탈피할까?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7.14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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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활동지원 20.5시간 증가", "실질적 등급제 폐지" 논하며 자화자찬
여전히 현장은 비판 일색 "1구간 0명이라 유명무실... 평균의 함정 모르나"
종합조사 산정방식 개선한다는 복지부, 단 급여하락자 3년 후는 책임 못져
장애인 이동지원 분야에도 종합조사 적용... "기존 대상자 불편 최소화할 것"
작년 7월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복지부는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 개편 1단계"를 추진해왔다. 등급제가 폐지된 지 1년... 개편 2단계 추진을 앞두고 지난 1년을 평가하는 복지부와 장애계의 온도차는 극명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장애등급제 폐지 1년을 지내면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제도 시행에 대해 자화자찬하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장애 당사자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작년 7월 복지부는 "수요자 중심" 타이틀을 걸고 '장애인 지원체계 개편' 1단계를 추진했다. 복지부 표현에 따르면 "장애계의 오랜 요구를 반영해 31년 만에 지원 체계의 큰 틀을 전환한" 아주 큰 일이었다. 그만큼 시행착오도 잡음도 끊이질 않았다.  

장애인 지원체계 개편 1단계의 핵심 내용은 ▲장애등급제 폐지였다. 작년 7월 등급제가 폐지되면서, 기존 '장애인 서비스지원 인정조사'가 '종합조사'로 변경됐고, 장애인단체 6명, 전문가 5명, 정부 관계자 2명으로 구성된 '고시개정전문위원회'가 결성되어 추진 상황을 점검해왔다.  

등급제가 폐지되면서, 기존 '장애인 서비스지원 인정조사'가 '종합조사'로 변경됐고, 평균 급여시간이 20.5시간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평균의 함정은 존재했다. ⓒ소셜포커스

등급제 폐지 1년이 되는 올해 7월, 복지부는 2단계 계획을 발표하며, 지난 1년 간의 성과도 함께 공개했다. "활동지원서비스 월평균 20.5시간 증가"가 가장 큰 성과였다. "장애등급제 폐지"라는 취지를 구현하도록 잘 해왔다는 것.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경증장애인도 서비스 신청이 가능해지면서, 올해 3월까지 1천2백46명이 활동지원 수급자로 선정됐고, 월 평균 92.2시간의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게 됐다. 

아울러 종합조사 도입 이후 중증장애인에게 보다 많은 급여량을 제공해 급여 적정성도 개선되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과연 정말 그랬을까? 어디서나 "평균의 함정"은 존재했다. 

 

복지부, "장애등급제 실질적 폐지된 것" 현실은...? "인정 못 해" 

7월 3일 수백명의 장애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1박2일 전동 행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장애등급제 완전 폐지"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최저임금적용"을 외치며 거리를 활보했다. ⓒ소셜포커스

7월 3일 수백명의 장애인들이 서울지방조달청 앞에 나와 거리 행진을 벌였다. 그들이 외쳤던 건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였다. 이들은 "6개였던 장애 등급을 15개로 쪼갠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며 비판을 퍼부었다.  

작년 7월부터 11월까지 갱신조사(인정조사→종합조사)를 받은 장애인 중 1구간 수급자는 전무했다. 1구간에 들어야 월 최대 480시간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최중증장애인 18명만이 2구간에 간신히 턱걸이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돌봄이 절실한 장애인 대다수가 12~15구간에 머물러 있어, 15구간에 걸리는 최악의 경우 하루 2시간밖에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장애인이 하루 2시간을 지원받고 생활을 유지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렇듯 종합조사표 산정 방식 자체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복지부는 2단계 개편에는 급여 산출방식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상생활 제약이 최고 수준이고, 가족 돌봄이 어려운 독거ㆍ취약가구 즉, 최중증장애인을 중심으로 최대 1구간까지 진입할 수 있게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갱신 조사 이후 되려 활동지원급여가 하락한 장애인에 대해서는, 3년까지 기존 급여를 보장하지만, 이후 다시 종합조사를 할 때 급여가 하락되는 부분은 "책임지지않겠다"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이미 급여가 하락되었는데, 3년 후라고 급여가 떨어지지않는다는 보장이 어딨냐"는 비판에 "떨어진다는 보장도 없다"는 식으로 대응해왔던 복지부는, 그 외의 대안만 내놓은 상황이다.

이의신청 전담 조사원 제도를 도입해서 조사원이나 조사 지역에 따라 급여 수준 편차를 줄이는 방안과, 전담 조사원에 장애감수성 교육을 강화해서 개별적 권리구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종합조사를 수행하는데 실질적 지침서가 되는 "평가 메뉴얼"이 장애 유형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사각지대에 있어왔던 시각장애인과 정신ㆍ발달장애인(지적, 자폐성), 시ㆍ청각장애인을 포함한 중복장애인의 특성까지 고려할 수 있게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동지원 분야에도 종합조사 적용... "특별교통수단 확충하겠다"  

이번 2단계 개편을 통해 '장애인 서비스 종합조사'가 이동지원 분야에도 확대 적용된다. ⓒ소셜포커스

한편 이번 2단계 개편으로 '장애인 서비스 종합조사'가 이동지원 분야에도 확대 적용된다. 

현행 '보행상 장애기준'은 장애등록과 동시에 보행상 장애여부가 판정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의학적 기준만으로는 일부 획일화된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이를 보완하고자 주차표지발급, 특별교통수단 지원 업무에 보충 적용하는 것이다.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29개 지표 중 이동지원 서비스 필요도와 상관성이 높은 일부 지표(성인 7개, 아동 5개)를 조사해서 보행상 장애기준에는 미달하지만, 추가적인 보호가 필요한 대상자에게 이동지원 서비스를 지원하게 된다.

이동지원 대상자가 늘어나면서 장애인들끼리의 자리 싸움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자, 복지부는 "기존 대상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으로 대신했다.  

추가적인 보호대상을 기존 지원대상의 5%로 하되, 장애인 주차구역 불법 주차 단속을 강화하고, 적정 이용을 유도하는 방안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작년 7월에 상향된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 조기 달성을 위해서, 지자체와 협력해 특별교통수단 증차를 유도하고, 다양한 형태의 저상버스를 보급해서 광역 내 이동이 가능하도록 광역지원센터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제기했다.

바우처 택시 도입 활성화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인증제도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최우수 인증등급 사례 배포 등 관련 제도 홍보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복지부와 국토교통부는 위와 같은 계획을 오는 10월까지 장애인복지법령 및 고시개정, 관련 정보시스템 개선 등으로 시행하게 된다.  

1년 간 시행되어온 1단계 개편을 통해 경증장애인의 활동지원 수급과 중증 투렛증후군 장애인정 사례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지만, 여전히 산적한 문제들은 해결되지않아 회의적인 분위기가 역력하다. 곧 시행되는 2단계 개편으로 활동지원서비스 구간 상향과 이동지원 분야가 개선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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