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학대 온상에 권익옹호기관 또 맡기나" 장애계 반발
"장애인 학대 온상에 권익옹호기관 또 맡기나" 장애계 반발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07.16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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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시설운영법인에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수탁
전장연,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꼴" …16일 규탄 성명서 발표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울산광역시가 사회복지법인 참사랑에 울산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하 권익옹호기관) 운영을 위탁한다는 결정을 지난 3일 발표했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이번 결정을 철회하고 학대 감시 기능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위탁처를 선정하라"고 요구하는 성명서를 16일 발표했다.

시는 지난 2018년 권익옹호기관을 처음 설치할 때에도 이미 여러 노인, 아동 시설을 운영하는 법인에 수탁을 결정하며 장애계의 지탄을 받았다. 시설이야말로 공공연한 '장애인 학대의 온상'이기 때문이다.

ⓒ소셜포커스 (출처=2019 장애인학대 현황보고서)

보건복지부와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발표한 '2019 장애인학대 현황보고서'가 이를 입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해자 비율 중 장애인거주시설 종사자가 21%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고,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전체 학대건수의 23.5%가 발생했다. 가장 많은 학대가 일어난 '피해자의 거주지' 다음으로 높은 비율이다.

이와 같은 사실에 전장연 측은 "울산에서 발생하는 모든 장애인 학대사건, 시설내 인권 침해를 묵인할 것이 아니라면 수탁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권익옹호기관을 장애인시설 운영법인에 위탁한 경우는 울산시가 유일하다. 장애계는 장애인권익옹호 관련 실적이나 경험이 전무한 해당 법인이 어떻게 심사에 참여한 3개 법인 가운데 선정될 수 있었는지 따져묻지 않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전장연을 비롯한 장애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강력히 반대하고 있으나, 울산시는 "기관이 스스로 위탁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결정을 번복하기 어렵다"며 장애계의 요구를 회피하고 있다. 

이하는 성명서 전문이다.

 

[성 명 서]
시설운영자가 인권침해를 감시한다?!
권익옹호기관의 역할도 제대로 모르는 울산광역시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사회복지법인 수탁을 즉각 철회하라

울산광역시는 지난 7월 3일 사회복지법인 참사랑에 울산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운영을 맡긴다는 수탁결정을 발표했다. 울산시는 3년 전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첫 설치할 당시에도 이미 노인, 아동 등 다양한 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에 위탁을 결정하면서 지탄받았다. 여러 장애인단체는 청와대와 보건복지부를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위탁결정에 강력히 대응했다. 그러나 울산시는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하여 ‘수탁기관이 스스로 위탁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결정을 번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면서 사실상 묵인했다. 그리고 지금 울산광역시는 3년 전의 과오를 반복하며 다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식으로 결정하면서 장애계는 분노하고 있다.

2018년 전국에 권익옹호기관들이 처음 설치되고 위탁이 결정되는 과정 속에서 사회복지법인이 위탁에 참여하고 실제로 수탁을 받은 곳은 울산광역시 단 한 곳밖에 없었다. 이 기관의 역할을 고려했을 때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이 제대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설명과 논의가 필요없는 상식적인 수준의 판단이다. 3년이 지나면서 많은 지역이 재수탁과정을 진행했지만 사회복지법인이 위탁공모에 참여한 곳은 단 한 지역도 없었으며, 시설과의 연관성이 있는 단체들의 경우에도 그 연관성만으로도 매우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설치 당시 수탁과정에서의 문제제기를 잊은 듯 울산광역시는 재수탁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시설 운영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위탁을 강행하고 있다. 

시설 운영 사회복지법인의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위탁에 문제제기하는 주 이유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장애인의 학대를 감시하고 조사하여 강력한 대응을 통해 장애인의 권리를 지켜야 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2019년 보건복지부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발표한 ‘전국 장애인 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수많은 학대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발생하고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수용 시설의 체계는 학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학대가 가장 많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시설 운영자에게 다시 그 학대를 감시하는 역할을 주는 것은 결국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제대로 된 운영을 포기하고 울산광역시 내에 장애인거주시설에서의 학대를 방관하겠다는 지자체의 의사표명처럼 읽힌다. 

이번 위탁에 참여한 ‘사회복지법인 울산참사랑’은 장애인거주시설 ‘울산참사랑의집’과 공동생활가정 ‘봄날’을 운영하고 있는 전형적인 시설운영법인이다. 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의 어느 지점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역할과 맞닿아 있는 것인지 이번 위탁심사과정이 역시 매우 의심스럽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명확한 역할이 이미 지침상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관련활동에 대한 실적과 이후 운영이 가능한지에 대한 여부를 가장 큰 판단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장애인권익옹호 활동에 대한 실적도 경험도 전혀없는 사회복지법인이 어떻게 3개 법인이 참여한 심사과정에서 선정될 수 있었는지 전혀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 만약 울산광역시가 이와 관련해 심사절차상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한다면 심사위원명단 및 심사절차과정 그리고 채점표 등을 조속히 공개해야할 것이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형식만 갖춰놓고 운영하는 척만 하면 되는 곳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울산광역시는 해당 기관의 역할과 그 엄중함을 깊이 고민해야할 것이다. 이후 3년 동안 울산광역시의 장애인학대사건을 모두 용인하고 포기하며 시설 내에서의 인권침해는 조사조차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이번 위탁 결정을 하루빨리 철회하고, 관련경험을 가지고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위탁자를 빠르게 선정해야할 것이다.

울산시가 장애인학대를 용인하는 비인권적인 지자체가 아닌 장애인의 인권과 관련해 앞서가는 지자체로 한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이번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위탁과정은 모두 철회하고 처음부터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진정 제대로 된 권익옹호기관을 세울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0년 7월 16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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