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 사각지대에 놓인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
도로교통법 사각지대에 놓인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
  • 양우일 객원기자
  • 승인 2020.07.2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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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단지 내 도로는 도로교통법 상 도로 가 아닌 사유지
법원판례상 “도로”는 불특정 다수인 또는 차마가 통제 없이 자유롭게 다녀야
무면허운전으로 인한 중과실사고... 가해자 처벌하지 못하는 허점도
운전자는 일반도로보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의 안전운전 습관을 길러야 한다.
운전자는 일반도로보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의 안전운전 습관을 길러야 한다. ⓒ소셜포커스

 

우리나라 2019년 12월을 기준으로 등록된 자동차 숫자는 2천368만 대다. 국민 2.2명당 자동차를 1대 보유하고 있다. 자동차 1인당 등록대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제주이고, 서울이 가장 낮은 지역이다.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2019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택주거 유형중 아파트 거주비율은 50%가 넘는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게 아파트에 살고 있다. 가구당 평균거주 인원수는 2.44명이다. 아파트 가구당 최소 1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아파트 내에서 발생하는 자동차 사고건수도 상당히 많다. 아파트 내 자동차 사고는 종종 사회적 문제를 유발하기도 하고 개인적인 합의로 마무리되기도 한다. 그런데 아파트 내에서 발생하는 자동차 사고는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는가?

도로교통법 제2조 제1호에서 정의하는 ‘도로는 다음과 같다.

가. 도로법에 의한 도로 : 고속국도, 일반국도, 특별시도/광역시도, 지방도, 시도, 군도, 구도

나. 유료도로법에 의한 도로 : 민간자본이 투입되어 통행료를 받는 도로

다. 그 밖에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車馬)의 통행을 위하여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다.

법원 판례는 아파트 단지 내 도로가 도로교통법상 도로인지에 여부는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즉 차단기가 설치돼 입주민들만 통행하거나 방문객이 입주민의 허락을 받아야 통행이 가능하다면 단지 내 도로는 입주민들에 의해 자주적으로 관리되는 사적 공간이지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듯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사유지로 현행법상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다. 때문에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제 3조 2항에 해당되는 12대 중과실사고를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아파트 단지 내에서 무면허운전사고, 횡단보도 사고, 중앙선침범사고 등 12대 중과실 사고가 발생하여도 가해자는 뺑소니나 음주운전을 제외하고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민사적 배상책임만을 지게 된다.

도로교통법상 도로에서 운전한 경우에만 처벌받는 행위는 제43조(무면허운전 등의 금지) 무면허운전은 ‘도로’에서 운전한 때에만 처벌받는 대표적인 경우다.

도로교통법상 도로 외의 장소에서 운전한 경우에도 처벌받는 행위는 다음과 같다. 먼저 도로교통법 제44조 규정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을 처벌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은 받지 않는다. 제45조는 과로한 때 등의 운전 금지를 규정하는 조항이다.

또 제54조 제1항은 사고 후 미조치 사항에 대한 제재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도로교통법 제156조(벌칙) 제10호 규정은 주차 또는 정차된 자동차를 손괴한 것이 분명하지만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아니한 사람 등이 해당된다.(제54조 제1항 제2호에서는 피해자에게 본인의 인적 사항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사고는 학생들의 등교 및 하교 시간대가 55.2%로 가장 많다. 통학차량이나 택배차량, 택시 등 업무 또는 영업용 차량에 의해 사고 발생 비율이 높다. 교통약자인 어린이와 노인의 인적피해가 일반도로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차와 차 보다 차와 사람의 사고유형이 높았다. 과실도 차와 사람의 사고인 경우 일반도로보다 보행자 과실비율이 높게 적용되는 편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물리적으로 도로가 협조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하주차장에서 지상으로 나오는 오르막 구간에서는 시야가 상당히 제한된다. 또 아파트 도로에서는 일반도로와 달리 서행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규정 속도를 위반하는 경우가 많다. 지하 주차장 조명은 상대적으로 어둡다. 지하 또는 지상주차장에서 출입할 경우 빛의 밝기 차이로 명순응 현상 때문에 운전시야를 일시적으로 방해한다.

통학버스에서 하차하는 어린이는 행동력이 앞서기 때문에 주차된 차량사이로 생각없이 뛰어드는 경우도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더 안전해야 할 아파트 단지 내가 오히려 도로교통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아파트는 많은 사람이 거주하고 사적자치로 관리되기 때문에 단지 내 설치된 시설물이 도로를 주행하는 것과 달리 시야를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입주민의 자동차가 수시로 드나들며 주차 또는 정차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운전자나 입주민 모두 단지 안에서는 자동차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느슨해질 수 있다. 차와 차 또는 차와 사람이 부딪힐 수 있는 것은 순식간에 발생할 수 있다. 운전자는 오히려 일반도로보다 각별히 안전주행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 아파트 단지 내 보행자 사고 및 교통사고에 대한 국민청원과 함께 다양한 법안들이 발의되고 논의되고 있다. 시간이 걸리는 제도 보완에 앞서 운전자는 사람중심의 안전운전 습관을 우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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