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자기준 ’단계적 폐지’의 마지막 걸음을 향해!
부양의무자기준 ’단계적 폐지’의 마지막 걸음을 향해!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7.22 09: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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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발목 잡는 '의료급여'... 2차 종합계획에는 제발 폐지를...!
3년간 최저임금 14% 인상됐는데 최저생계비는 떨어져... 기준중위소득 상향해야
복지부 "의료급여 폐지는 아직... 건강보험으로 대체 가능성 높아" 종합적 검토 시사
21일 오전 국회에서 '제2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에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조항을 담기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빈곤층은 더 빈곤해지는 공공구조의 그림자를 ‘사각지대’라고 부른다. 이곳에 처해있는 빈곤층과 가난한 사람들이 21일 오전 국회로 모여들었다. '제2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이하 2차 종합계획)에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조항을 담기 위해서다. 

지난 14일 문재인 정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굵직굵직한 사안들 중 빈곤층에게는 한 줄기 희망의 문구가 보였다. 2022년까지 생계급여에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는 것. 고무적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아직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남아있기에 완전 폐지를 향한 투쟁은 계속되어야한다는 의견도 상충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사각지대’인가?

부양의무자기준은 수급신청자로 하여금 자신이 아닌 타인, 즉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 수급이 결정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 특히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기피하거나 거부할 경우, "부양을 할 수 없다"는 특별한 사정을 수급권자 본인이 입증을 해야하는 악조건이 따른다.  

법적 가족이지만 가족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개인의 가슴아픈 사연을 일일이 증명해야하는 부담감에 수급을 포기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도 많다. 

실제 4인이 함께 사망한 인천 일가족의 경우도, 이혼한 전 배우자가 부양의무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생계, 의료 급여는 포기한 채 주거급여만으로 버티다가 생활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었다.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소셜포커스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본인이 책임질 수 없는 타인의 소득기준을 가지고 수급을 결정하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유교주의적 전통과 가치관을 관철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2015년 기준 93만명에 이르는 빈곤층이 여전히 기초생활보장법 사각지대에 처해있다는 것은, 제도의 효율성이 미비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라고 부양의무자기준 자체가 공정치 못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실제 20년 사이 부모 부양 책임에 대한 인식은 크게 변화하는 추세다. 2002년에 부모 부양 책임이 가족에게 있다는 응답이 70.7%였다면, 2018년에는 26.7%로 대폭 감소한 것이다. 반면 사회ㆍ기타(국가 포함)에 책임이 있다는 비율은 19.7%에서 54%로 가파르게 늘었고, 부모가 스스로 해결해야한다는 응답도 19.4%로 낮았다. 

너무 구체적인 예외 사항도 빈곤 사각지대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장애인가구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동주민센터에 찾아갔다가 여전히 신청이 안 된다는 설명을 듣고 돌아서야했던 사람들의 실망감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 

2020년 복지부 장관이 발간한 ‘2020년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 안내 지침’에 따르면, ▲수급자 가구에 중증장애인이 있는 경우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834만원 이하, 재산가액이 합산 9억원 이하인 경우 생계급여에 한해서만 예외를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수급자가 30세 미만의 한부모가구이거나 보호종료아동인 경우도 생계급여 및 의료급여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예외 적용한다고 나와있지만, 이런 구체적인 사항을 알고 신청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뿐더러, 공무원이 앉은 자리에서 수급비용을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의 복잡한 산정방식을 취하고 있어, 제도 간편화가 절실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1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 어땠나... "최저임금은 오르는데 최저생계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정부는 1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안을 통해 수급자와 부양의무자의 재산 및 간주부양비 완화조치를 취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의 수급자 수는 3년 전인 2017년에 비해 소폭 증가해 완화 조치의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2018년에 폐지된 주거급여는 2017년보다 2020년에 33.7%나 증감되어 45만 명이 추가로 수급 범위에 들어갔지만, 생계급여는 2.6%, 의료급여는 1.7%로 소폭 증가되어 수급자 수 변화가 거의 없었다. 결국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가 되지 않는 이상 극적인 사각지대 해소는 어렵다는 주장이 다시 거론됐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소셜포커스 

최저생계비 상승에 대한 목소리도 높았다. 3년간 저공행진을 이어온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에 따라 최저생계비 보장도 하향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 전 평균 3.9%였던 최저생계비 인상률은 기준중위소득 방식으로 바뀐 뒤 도리어 평균 인상률이 2.38%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평균 인상률은 단 2%에 불가한데, 같은 기간 최저임금은 14%나 인상되어 사회적 평균의 삶의 질에서 빈곤층은 완전히 배제되었다는 비판도 따랐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최근 서울시의 경우도 기준중위소득 100%를 기준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는데, 기준중위소득이 1인 가구 기준 175만원이다. 최저임금밖에 일을 못하는 사람이 한국사회의 중간정도의 소득이라는 건가? 아마 당연히 모두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의료급여가 나은가, 건강보험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종합적 고려 필요..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의료 사각지대를 우려한다. 실제 대한민국 건강보험 보장률은 63%대로 OECD 평균 80%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정부 역시 2023년까지 보장률을 70%까지 올리겠다는 데에만 그치고 있는 실정이라, 낮은 보장률로 인한 진료비 상당부분은 개인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또한 의료급여 미충족으로 양산되는 대표적 사각지대로 생계형 건강보험 체납자도 문제가 되고 있다. 2019년 8월 기준 건강보험료 장기체납자 190만 세대 중 월 보험료 5만원 이하 생계형 체납자는 141만 세대로 74.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로 인한 재정부담도 간과할 수만은 없다. 높은 의료 필요도가 있는 사람에게 급여에 대한 유인이 강하기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연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비수급빈곤층이 100%수급자로 전환될 경우 7조3천억원의 재정이 소요되며, 생계급여는 1조3천2백5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작년 11월 국회예산정책처의 「공공부조제도의 현안 및 재정소요 추계」에 따르면,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경우 2019년에서 2028년까지 지방비 포함 연평균 5조원의 추가 재정이 소요되며, 연평균 총 10.5조원의 재정 소요가 예상되고 있다.

의료급여의 경우 같은 기준으로 연평균 6조원이 소요되고, 총 재정은 연평균 17.7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생계급여 및 의료급여에서 모두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경우 추가 재원은 연평균 11조원이다. 

좌혜경 정의당 정책위원회 정책총괄팀장 ⓒ소셜포커스 

좌혜경 정의당 정책위원회 총괄팀장은 "사실상 재정 부담이 만만치않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선 사항은 여러 가지이나, 최우선 정책 순위 설정이 필요하다"며 의견을 종합했다.

또한 2018년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됐지만, 월평균 급여 수준이 약 11만원으로 매우 낮기에, 주거급여 현실화를 위해 주거급여 수준을 인상해야하는 점도 덧붙였다. 개별급여 취지에 맞게 주거급여만으로 적정 주거비를 보장하는 수준이 되어야 생계급여 보장수준 역시 독립적으로 추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자리한 설예승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 과장은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생계급여는 수급 유무에 따라 생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건강보험 전액 지원 및 경감 등 의료급여를 대체할 여러 사회 안전망이 이미 실행되고 있다는 것. 

설 과장은 먼저 한국판 뉴딜종합계획이 여러 중대 사항들을 담고 있어,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내용이 들어가지 못한 것은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다만 2022년까지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로 수급자 약 26만명, 18만 가구가 추가로 혜택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무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설예승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장 ⓒ소셜포커스 

설 과장은 건강보험내에서 저소득층 의료지원이 있기에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실행되는 여러 지원책 중 '차상위 본인부담 경감'을 통해 차상위 27만 명의 건강보험료를 국가가 전액 부담하고 있고, 본인부담 상한선을 걸어놓아 1만원 이하의 건강보험료를 부담하는 이가 지역가입자의 126만 명, 2만원 이하는 289만명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본인부담 상한제로 진료비 부담이 많은 고액질환자에게 의료급여를 지원하고 있고, 재난으로 고액의 의료비가 발생했을 때 지급하는 재난의료비로도 작년 만 천건을 지원했다며 해명했다.

단, 협의의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대해서 향후 정부부처 별도 민관협의체를 통해 검토하고 합의안을 도출해서 추진해가자며, 오는 29일 열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논의될 2차 종합계획에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대한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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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 2020-07-22 11:46:57
옛날에는 몰라도 지금은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되는게 레알 맞는듯ㅜㅜ
물론 부양의무 다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요즘은 옛날만큼 가족책임지는 분위기도 아니고 저거 수급권자 개인이 일일히 증명하는것도 쉬운건 아니다보니ㅠ 저렇게 생계급여 기준 항목에 있기에는 너무 피해보는 케이스가 많이 발생할 것 같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