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강사에서 뷰티ㆍ봉사계 큰손으로!… K-뷰티전문가연합회 강희영 회장
영어강사에서 뷰티ㆍ봉사계 큰손으로!… K-뷰티전문가연합회 강희영 회장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07.27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 11개점 운영중인 ‘제이앤코 왁스앤래쉬’ CEO
2019 국제휠체어마라톤서 문전성시 이룬 봉사단의 리더
장애인 자립 바라며 ‘스탠드얼론 프로젝트’ 기획중
“매년 휠체어마라톤 등 봉사 꾸준히 이어가고 싶어”
K-뷰티전문가연합회 강희영 회장. 왁싱, 반영구시술 전문 제이앤코 왁스앤래쉬ⓒ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그녀는 수많은 학생들을 만나는 영어 강사에서 K-뷰티 전문가들을 이끄는 회장으로으로 활동한다. 지난해 개최된 국제휠체어마라톤에서는 가장 긴 줄을 세운 봉사단의 단장으로 활약했다. 그는 어디서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끌며 역동적인 삶을 살아간다. 왁싱, 반영구시술 전문샵 제이앤코 왁스앤래쉬의 CEO와 K-뷰티 전문가연합회의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는 강희영 회장이다.

"미안하면 내년에 휠체어마라톤 봉사 와!" 지인의 잘못을 봉사 약속 한 번에 용서했다는 그녀다. 일화를 들으며 이것이 리더의 배포인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에게서 뿜어져나오는 리더십과 선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회원들로 하여금 주말 영업을 포기하고 상경하게 만든 이유가 아니었을까.

올해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는 취소됐지만 당연한듯 내년을 기약하며 웃는 모습에서 기자는 분명 그러리라고 확신했다.

강희영 회장 ⓒ소셜포커스

Q. 안녕하세요. 제이앤코 왁스앤래쉬의 CEO와 K-뷰티 전문가연합회의 회장직을 겸임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데요. 먼저 뷰티업계에 종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직업은 영어강사였어요. 벌써 15년이 다 돼가는 얘기네요. 강사로 일하던 중에 지인이 미용일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처음에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싶었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영어강사라는 직군이 이미 포화상태예요. 저보다 영어 잘하는 사람도 너무 많고, 이직률도 높아요. 조금 더 전문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닐까 해서 뷰티업계에 발을 들이기로 결심했어요.

Q. 무언가를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요.

그렇죠. 이뤄놓은 것을 뒤로 하고 다시 학생이 된다는 게 두렵지 않은 건 아니었어요. 불안했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다시 대학에 입학해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웠습니다. 배우다보니 재미도 있고, 적성에도 잘 맞고, 사람들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보람도 있더라고요. 조금 더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잖아요. 남녀노소, 장애 여부를 막론하고요. 하루하루 일을 하고, 분야를 넓혀가면서 새삼 실감할 때가 많아요.

Q. 직접 시술하는 종류는 몇 가지나 되나요?

헤어 빼고는 거의 다 하고 있어요. 가게 이름은 '왁스앤 래쉬'이지만 제모와 속눈썹 시술만 하는 것은 아니예요. 네일케어, 아트도 하고, 입술이나 다른 부위에 반영구 시술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Q.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업계가 피해를 보고 있는데요. 저희 협회 마라톤대회도 취소하게 됐고요. 제이앤코의 수익은 괜찮은가요?

마라톤이 취소된 건 안타깝지만 매출에 타격은 없었어요. 오히려 지난 4월 근 6개월간 가장 매출이 좋기도 했고요. 왜 그럴까 생각을 해봤는데 항상 청결하고 안전하게 찾을 수 있는 장소라는 걸 손님들이 알아주시나봐요. 왁싱 자체가 청결을 위한 미용이잖아요.

Q. 매장 방역에 신경을 많이 쓰셔야겠어요.

왁싱샵에서 위생은 기본이죠. 장갑은 무조건 일회용이고 도구 하나하나 시술할 때마다 살균하고 소독해요. 공간 방역도 하고요. 위생에 대해 굉장히 예민한 시기에도 안심하고 찾아오실 수 있도록 저희도 더 신경쓰고 있어요.

Q. 바쁜 와중에 회장직 일까지 겸하고 있으면 쉴 시간도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7년 8월부터 역임해 어느덧 4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네요. 저희 협회는 공동회장제라서 지역별로 회장이 다 따로 있어요. 제가 협회 전체를 끌고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일과 병행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저희 협회 회장직은 임기가 따로 없고 회원들의 신임을 받아서 맡게 되는 구조예요. 솔직히 가끔 벅찰 때도 있지만 회원들의 믿음을 저버릴 수가 없어서 계속 활동을 이어가게 되네요.

2019 국제휠체어마라톤 당시 K-뷰티전문가연합회 봉사단 일부 단체사진. ⓒ소셜포커스

Q. 휠체어마라톤대회는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미용을 권했던 지인이 저희 협회 회원이세요. 역시나 그 분이 좋은 일 같이 하자며 제안하시길래 무조건 한다고 했어요. 대학원에 다닐 때부터 양로원, 복지관으로 미용봉사를 월 1회 꾸준히 나갔었거든요. 연세 많은 할머니들도 손톱 칠해드리고, 메이크업 해드리면 엄청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아름다워지고 싶은 건 누구나 똑같다는 걸 느꼈어요. 장애인 분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했죠.

Q.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이 왁싱을 받으면 좋다고 들었는데 그 이유가 뭔가요?

왁싱이 털만 제거하는 게 아니라 각질 관리에도 도움이 돼요. 그래서 혼자 하반신을 씻기 힘든 분들이 받으면 좋아요. 그리고 여기까지는 저도 몰랐던 부분인데, 횔체어 탈 때 허벅지를 고정하는 분들은 여름에 반바지를 입으면 그 벨트에 털이 끼어서 아프고 불편하다고 하시더라고요. 더운데 반바지를 안 입을 수도 없고, 남한테 말하기에는 좀 민망한 고충들을 해결할 수 있죠.

작년 봉사활동 당시 모습. ⓒ소셜포커스

Q. 협회 회원들도 봉사에 뜻이 깊으신 것 같네요. 휠체어마라톤대회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한 회원들 반응은 어땠나요?

생각보다 지원자 수가 상당했어요. 전국 각지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서울로 올라올 정도였으니까요. 협회 이미지에 좋은 일이라는 생각해서 오신 분도 있고, 봉사 자체에 뜻이 있었던 분도 계셨겠지만 봉사를 마치고 난 뒤에는 모두 뿌듯하다고들 하셨어요. '내가 가게 하루 접고 좋은 일 한다'라고 생각했는데 얻어가는 것이 더 많다고요. 회원분들에게 더 감사했죠. 솔직히 저도 샵을 운영하는 입장이라 무료시술 하면서 돈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는 걸 잘 알아요. 또 저희가 그 날 마사지를 워낙 많이 했는데 다른 시술보다도 체력 소모가 크거든요. 굉장히 덥기도 했고, 하도 줄을 길게 서계시니 쉬는 시간도 없었는데 힘든 기색 없이 열심히 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작년 봉사 당시 강희영 원장의 모습. ⓒ소셜포커스

Q. 많은 분들 만나면서 재미 있는 일화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이건 약간 제 자랑 같은데(웃음)... 저는 정신없이 봉사하느라 몰랐어요. 그런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까 제 앞으로 남성분들이 줄을 엄청 서 계시더라고요.

Q. 힘드셨던 부분이나 아쉬웠던 부분은 없었나요?

체력적인 부분 말고 특별히 힘든 점은 없었어요. 1년에 하루인데 축제 왔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임했죠. 헤어디자이너를 섭외할 생각을 못했던 건 아쉬웠어요. 머리 잘라주는 줄 알고 서있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작년 봉사가 끝나자마자 헤어 선생님들을 섭외 해놨었어요. 마침 헤어 하는 지인 한 분도 저한테 미안한 게 있었는지 사과를 하길래 "미안할 건 없고 내년 휠체어마라톤대회 봉사활동에 참여 좀 해줘"라고 하니까 흔쾌히 그러겠다고 하더라고요.

Q. 혹시 참가 인원과 분야는 어느 정도로 확보하셨었나요?

지난해보다 더 많을 거라고 예상했어요. 작년에 오셨던 분들은 다 올해도 참여하겠다고 하셨거든요. 회원 중에 뷰티업계 종사자이지만 미용기술은 없는 회원도 있는데 그런 분들에게는 어울림 마라톤을 같이 뛰자고 제안했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오기로 했던 분들은 저만큼이나 많이 기대하셨을텐데 아쉬움이 커요. 아까 말한 헤어 선생님도 대회가 취소돼서 엄청 아쉬워하고 있어요.

Q. 협회에서 다른 봉사활동도 하고 계시나요?

네, 많이 하고 있어요. 전국 각지 회장님들이 지역 회원을 모집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대구에서도 월 1회 정도 정기적으로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서울에서는 지난 겨울에 저소득층 시민 가정에 연탄 나누기 봉사도 했고,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마스크도 기부했습니다.

Q. K-뷰티가 브랜드화 되어 해외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데요. 왁싱 분야 전문가들의 해외 활약이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우리나라 왁서들도 해외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어요. 한국 왁서들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서비스가 좋아서 반응이 좋습니다. 고객 한분 한 분의 취향이나 피부 상태를 잘 파악하고 케어해드리니까요. 외국에서의 왁싱은 뷰티서비스라기보다 세신이라는 인식이 강해요. 제모 자체에 중점을 둔다고 하더라구요. 저희 가게 같은 경우에도 그냥 지나가다 들렀다가 서비스에 감동하고 입소문을 내주는 외국인 손님들이 계세요. 스웨덴에서 오셨다는 손님은 자기 나라로 와서 일해달라고 하신 적도 있어요.

Q. 우리나라 뷰티 전문가들이 북미나 유럽에서도 인정받는다니 제가 다 뿌듯합니다.

아시아에서는 더 대단하죠. 한국이 개최하는 대회에서 입상하면 어디 가서도 실력을 인정받는다고 해요. 베트남 뷰티협회에서는 저희 협회를 VIP로 초청해서 매년 두 번씩 큰 대회를 열고 있어요. 올해 봄대회는 코로나 때문에 바로 전날 아쉽게 취소됐지만 9월에는 세계대회를 열 예정입니다.

Q. 휠체어장애인들이 반영구시술을 직업으로 삼기에 좋을 것 같은데 회장님 의견은 어떠신가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네일아트, 속눈썹 연장, 속눈썹 펌 같은 시술은 앉아서도 할 수 있으니까요. 왁싱은 생각보다 많이 움직여야 하는 작업이라 조금 힘들겠네요. 중요한 건 이 분들이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는 통로인데요. 그래서 '스탠드얼론'이라는 장애인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봤어요. 기존에 운영하던 교육과정을 조금 수정해서 장애인 대상으로 진행하면 어떨까 해서요.

Q. 프로그램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비용지원이 관건이라고 생각됩니다. 관련한 계획은 있으신가요?

사실 그 문제때문에 프로젝트가 기획 단계에 멈춰있어요. 네일아트나 반영구 시술은 의자랑 베드 놓을 자리만 있으면 되니까 비교적 소자본으로도 창업할 수 있는데 어려운 사정에 사업비용을 마련한다는 게 만만치 않잖아요. 정부나 장애단체 측과 협의가 이루어지면 좋지 않을까요?

Q. 꼭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 혹시 발달장애인들은 이 일을 하실 수 있을까요? 바리스타로 일하는 발달장애인을 생각하면 가능성이 엿보이는데요.

발달장애인 분들이 적응하기 위해서는 아주 섬세한 메뉴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 직업이 손님과의 소통이 중요하고, 모질이나 피부 상태에 따라 변수가 굉장히 많은 일이거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손님들의 인식이 먼저 개선되어야 하겠죠. 아직 장애인에게 몸을 맡기는 걸 낯설어하시는 분도 있을테니까요.

Q. 지금도 충분히 많은 것을 이루셨지만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인가요?

'제이앤코'라는 브랜드로 지금 전국에 총 11개점이 운영되고 있는데, 욕심 조금 보태서 올해 20호점까지 개점하고 싶어요. 휠체어마라톤을 포함해서 봉사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싶네요. 그러다보면 더 많은 분들이 왁싱의 장점을 알게 되지 않을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