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20대 국회 문턱 넘은 "장애예술인지원법"... 속 빈 강정되나
겨우 20대 국회 문턱 넘은 "장애예술인지원법"... 속 빈 강정되나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7.28 13: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수요 높은 '창작지원금'과 '예술인생활안정자금' 기존 장애수당과 겹친다며 "제외" 논란
생계위협 놓인 장애예술인들... 정작 문체부 단기일자리 2만3천개 중 장애인 일자리는 0개...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지난 5월 20일, 「장애예술인지원법」이 20대 국회 마지막 문턱을 겨우 넘었지만, 정작 장애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에 가장 도움이 되는 지원책들이 빠지게 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0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법안 심사 과정에서, 오는 12월 10일 시행 예정이었던 「장애예술인지원법」에 '창작지원금'과 '예술인생활안정자금'이 빠지게 된 것. 현장 문화예술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원책이지만, 장애수당 등 기존 지원금과 성격이 겹친다는 이유였다. 

미래통합당 김예지 국회의원은 27일 국회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위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장애예술인들은 그동안 공연장 등 문화시설에 접근하기 어렵고 창작ㆍ연습공간과 작품 발표 기회가 부족해 늘 열악한 환경에서 활동해왔다.

실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예술인의 평균활동기간은 7.6년에 불과할 정도로 짧았고, 예술활동 관련 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는 응답도 62%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5개 문항으로 비교적 간단한 형태로 구성되어있는 장애예술인지원법 논의 과정에서, '창작지원금'과 '예술인생활안정자금'이 빠진 것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될 수 있다는 지적이 따랐다. 

김예지 의원은 회의장에서 "창작지원금은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창작)활동비의 성격이 강하고, 장애수당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대상자에게 지원하는 '사회수당 제도'로 그 성격이 다르다"며 비판했다.

'창작지원금'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창작활동을 중단하지 않도록 본인 및 배우자의 소득인정액이 기준중위소득 120% 이내인 예술활동증명 완료자에게 연 30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당초 편성된 360억 원은 지급됐고, 추경으로 93억 원이 집행될 예정이었다. 지난해 신청자 9천20명 중 5천5백명이 선정됐고, 올해 상반기에는 1만4천790명이 신청했는데, 모집인원 6천명 대비 1천5백35명이 추가 선정되어, 총 7천5백35명이 선정됐다. 3차 추경으로 3천2백60명도 지원할 예정이었다.

문제는 '창작지원금'의 경우 예술활동증명이 완료된 예술인만이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코로나19로 피해예술인들의 예술활동증명 신청이 대폭 증가하면서, 신청 기한 내에 예술활동증명 신청이 미완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다. '창작지원금'은 추경으로 증액됐지만, 정작 '예술인생활안정자금'은 추경 예산에 반영조차 되지 못했다. 예산 부족으로 예술인 지원 사업을 진행하기위한 필요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예술인생활안정자금'은 지난해 6월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작년 1천4백97명에게 76억 원이 지원됐고, 올해 6월까지도 1천9백36명에게 93억 원이 지원됐다. 올해 예산은 180억 원이 편성됐지만, 생활안정자금 130억 원 중 코로나19 피해예술인 특별융자로 71억 원이 지원됐다. 소액생활안정자금은 매달 집행 예정이고, 창작공간이 포함된 전세자금대출도 8월부터 시행 예정이었다. 

김예지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에게 "기존 예산 중 일부를 코로나19 피해예술인 특별융자로 지원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었기 때문에 재난 상황에 따른 특별 조치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예술인생활안정자금 사업은 예술인의 창작환경 개선과 생활기반 마련에 큰 도움을 주는 사업인데, 정작 별도의 보증 절차가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예술인 직업 특성상 보증절차를 거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이를 악용할 수 있는 문제가 우려된다는 것. 도덕적 해이로 미납 시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미납액이 커지면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져 문제가 생길 시 제도를 없애버리는 식의 행정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결국 성실히 대출금을 상환하며 제도 혜택을 받으려는 예술인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면, 은행권 대출 조건보다는 완화된 최소한의 보증절차라도 거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한편 이날 코로나19 고용 위기 대책으로 마련된 문체부 단기일자리 2만3천224개 중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도 전무해 문제가 됐다. 

문체부와 문화재청이 김예지 의원실에 보고한 단기일자리 사업 관련 자료에 따르면, 두 기관은 3차 추경을 통해 1천7백39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서 11개의 사업으로 2만2천774명을 고용하는 단기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각 사업담당 부서에 확인해본 결과, 정작 장애인에 대한 의무고용은 전무했고, 장애예술인의 참여를 유도하는 사업이 단 한 건도 없었다. 장애예술인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명시한 사업계획서 또한 없었다. 

또한 단기일자리 사업 중 '불법 복제물 모니터링사업'의 경우 과거부터 장애인과 저소득층 등 사회취약계층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업이었고,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공연예술분야 인력지원' 등도 관련 능력을 갖춘 장애 예술인들이 참여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사업이라는 점에서, 청년 실업을 해소하겠다는 단기일자리 사업에서조차 장애인들이 배제돼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장애인고용공단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9년 15세 이상 경제 활동 인구 기준 장애인의 실업률은 비장애인에 비해 60% 이상 높은 상황이다. 여러 차례 시도 끝에 취업을 포기한 많은 장애인들이 통계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장애인의 실업률은 비장애인의 2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장애인 고용 활성화와 장애인의 문화권 확대를 약속했던만큼, 3년이 지난 지금 장애인들은 정책수립 과정에서 잊혀진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따랐다. 

장애인고용촉진법 제3조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고용촉진을 꾀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종합적이고 효과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장애예술인지원법 제2조에서는 "장애예술인은 그 능력과 의사에 따라 예술 활동에 종사하고 참여할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예지 의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공연예술계가 사상 유례없는 위기에 처한 가운데, 창작 생태계의 붕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예술인들이 연대의식을 가지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상환할 수 있도록 조력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장애와 예술 두 가지를 다 극복해야하는 장애예술인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와 예산 편성이 절실하다"며 강조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문체부 장관에게 "현재 장애인 문제를 인식하고, 집행 중인 단기일자리 사업에 장애청년과 장애예술인 일자리를 만들어달라"며 "문체부 단기일자리 사업 중 장애인 참여가 가능한 사업을 확인해서 금주 중으로 보고해달라"고 촉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